김종무 시의원 ‘불출마 선언’의 함의
김종무 시의원 ‘불출마 선언’의 함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3.05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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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담에 ‘’망둥이가 뛰면 꼴뚜기도 뛴다’는 말이 있다. 남이 뭐라 하든 개의치 않고 부나비처럼 선거판에 뛰어드는 정치꾼들에 대한 비유로도 제격이지 싶다. 그런 선거풍토 속에서 결연히 ‘불출마’를 선언한 정치인이 있다. 기초·광역의회를 통틀어 내리 4선(남구의원 2선, 시의원 2선)의 관록을 지닌 울산시의회 김종무 의원이 화제의 주인공이다.

김 의원은 5일 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6·13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혔다. 진정한 의중은 알 길이 없지만, 가슴에 와 닿는 것은 그의 불출마 이유다. 김 의원은 그 이유를 “젊은 시각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후배 정치인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지방자치는 다선(多選)이 익선(益善)이 아니다”, “지방정치가는 직업도, 권력도 아니다”라는, 매우 함축성 있는 말도 남겼다.

본보 취재진에게는 “주위에서 구청장직에 도전해 보라, 시의원 한 번 더하면 의장직은 따 놓은 당상이라는 식의 유혹도 많았지만 ‘새 바람’, ‘새로운 피’에 대한 기대를 접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다”거나 “오랜 고민 끝에 한 결심”이라고 털어놨다. 그의 말이 진실이라면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그의 언행과 궤를 달리하는 정치지망생이나 기성정치인이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궤를 같이하거나 달리하는 사례를 잠시 짚고 넘어가는 것도 무의미하진 않을 것이다. 지난 1월 18일 불출마를 선언한 김항곤 경북 성주군수는 “큰 뜻을 품고 군수 후보로 나온 고향후배들을 위해 길을 열어주는 것이 선배의 도리”라며 “잔에 물을 가득 채우기보다 어느 정도 남겨놓고 물을 채우는 여백의 미를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부산시장 예비후보인 L씨는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서병수 시장을 향해 “당과 부산을 위해 새로운 인물이 부산을 끌고 갈 수 있도록 불쏘시개가 되어주시기 바란다”며 불출마를 종용해 대조를 보였다.

출마에 대한 끈질긴 집념이 정치도의(政治道義)를 손바닥처럼 뒤집어 놓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자치단체장 출마를 결심하고 자신의 선거구를 같은 당 비례대표에게 양보하겠다고 다짐한 어느 다선 지방의원은 공천 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을 조짐이 보이자 최근 약속을 ‘없었던 일’로 돌려 동료 정치인을 난감하게 만들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런저런 상황을 종합해볼 때 김종무 시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단연 돋보이지 않을 수 없다.

‘정치(政治)는 ‘생물(生物)’이란 말이 있다. 하지만 정치인의 생명은 격조 높은 정치철학과 함께 도덕성·신뢰성·진정성 같은 우량의 덕목도 같이 지니고 있어야 오래가는 법이다. 정치적 도의보다 선출직이 누리는 기득권에 더 탐닉하려는 정치인은 권력욕에 때 묻은 완장을 언젠가는 벗을 수밖에 없다. 후배들에게도 기회를 주겠다며 김종무 시의원, 김항곤 군수가 던진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메시지가 지역 정치판에 좀 더 널리 회자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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