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영칼럼]나부터 ‘안전 파수꾼’이 되자!
[전재영칼럼]나부터 ‘안전 파수꾼’이 되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3.05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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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필자는 ‘왜 똑같은 안전사고가 반복되는가?’라는 제목으로 안전에 관련하여 선진국과 비교하며 우리나라의 답답한 현실을 짚은 바 있다. 도돌이표처럼 안전사고가 반복되지 않고 그야말로 진정한 안전 선진국이 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정답은 우리 모두 개개인이 안전 파수꾼이 되는 것이다.

1994년 10월 21일 아침이었다. 늘 그렇듯이 아침식사를 하며 텔레비전 뉴스를 시청하고 있었다. 마침 서울의 교통상황과 날씨에 대해 리포터가 설명하고 있었는데 자료화면에 한강이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중 다리의 상부 구조물 하나가 이빨 빠진 것처럼 없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참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곧바로 ‘성수대교 상판이 붕괴되어 떨어졌다’는 속보가 올라왔다. 연이어 ‘출근길 학생과 시민을 태운 버스와 승용차가 한강으로 추락’, ‘긴급구조 중’이라고 보도되는 게 아닌가. 다름 아닌 ‘성수대교 붕괴사고’였다.

이 일로 32명이 목숨을 잃었고 많은 후속조치가 이루어졌다. 부실공사 책임자는 처벌되었고 서울시장은 사임했다. 그러나 필자가 주목한 후속조치는 안전진단의 강화였다. 그때 한국시설안전공단(kistec)이 창설되었다. 물론 당시에도 ‘보여주기식 행정의 표본’, 혹은 ‘공무원 일자리 창출’이라며 혹평을 받은 것도 사실이고, 필자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필자는 국내 전문가의 참여와 도움을 바탕으로 주요 시설물인 교량, 터널, 댐, 광역상수도 등에 대해 정기적으로 안전진단을 실시하면서 안전지킴이 역할을 다하고 있다. 아직 선진국 수준에는 못 미치고 분야도 토목 쪽에 치우친 감은 있지만 현재까지는 나름대로 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성수대교 붕괴사고’ 이후로, 이에 필적하는 주요 공공시설물의 대형 안전사고는 아직 발생하지 않고 있다.

같은 해 12월 7일엔 서울 아현동에서 당시 필자가 몸담고 있던 한국가스공사의 밸브 스테이션에서 작업 중 가스 누출로 야기된 폭발로 큰 사고가 일어났다. 소위 ‘아현동 가스폭발 사고’다. 서울 도심지 한복판에서 큰 굉음과 함께 높이 100m에 이르는 화염과 불꽃으로 사회적 반향이 상당히 컸던 사고였다. 작업자 6명이 사망하고 재산피해액은 보상금을 합쳐 천억 원이 넘는 대형 사고였다.

이후 한국가스공사가 시행한 많은 후속조치 중 주목할 만한 것은 안전 관련 R&D 예산의 증액이었다. 한국가스공사 매출액의 1% 가량을 가스안전 관련 R&D에 투자한 것이다. 이렇게 10년 가까이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창출한 연구결과물을 바탕으로 설비를 강화하고 실무에 접목하기를 거듭했다. 그런지 몰라도 다행스럽게 아현동 사고 이후에는 중대한 안전사고는 재발하지 않고 있으며, 지금 가스안전에 관해서는 세계 최정상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칼럼에서는 안전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후진국 수준이라고 폄하한 일이 있는데, 그건 아직도 유효하다. 최근 몇 개월 동안의 화재사고만 봐도 알 수 있다. 제천 스포츠센터, 밀양 세종병원, 서울 종로여관 화재에 이어 얼마 전 우리 울산에서도 도심 한복판에서 쇼핑센터 화재가 났듯이 하루가 멀다 하고 화재사고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 사례에서 본 것처럼 일부 분야에서는 선진국에 버금가는 안전관리를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나머지 분야도 이들을 벤치마킹하면 된다. 사고원인을 정확히 분석하고 재발방지 R&D를 강화하여 이를 현장에 반영하면 된다. 물론 여기에는 막대한 예산과 인력, 그리고 시간이 필요한 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계속 방치해 둘 순 없고, 지금이라도 당장 시작해야 한다.

여기저기서 울산 국가산업단지의 공도에 매설된 지하배관의 위험성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그만큼 위험하다는 반증이다. 얼마 전 한국산업단지공단과 이채익 국회의원이 주관한 공청회에서 이 문제가 집중 토론되었고, 그 결과 여러 분야의 전문가 조언을 모아 지하배관에 대한 정밀진단과 안전유지 방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전망이다. 진정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이 또한 이 분야 종사자 및 울산시민의 염원이 모아진 결과물이다.

모든 길, 특히 안전에는 왕도가 있을 수 없다. 기초부터 차근차근 정성들여 쌓아가야 한다. 단발성이 아닌 지속적인 정책과 예산이 수반되어 잘 추진된다면, 안전이 생활화되면서 우리의 의식 속에 단단히 자리를 잡게 될 것이다. 이게 바로 왕도가 아니겠는가.

전재영 코렐테크놀로지(주) 대표이사/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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