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특정 대상 채팅앱의 청소년성범죄 위험성
불특정 대상 채팅앱의 청소년성범죄 위험성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2.27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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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의 보급으로 불특정인을 대상으로 하는 채팅 앱이 성범죄의 유입통로로 이용되면서 그 피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특히 채팅 앱 피해자의 연령도 자꾸만 낮아지는 추세여서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불특정 대상 채팅 앱’(이하 ‘랜덤채팅 앱’)이란 위치기반 시스템을 활용해 자신의 주변에 있는 불특정 대상과 익명의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유도하는 앱이다.

2016년 성매매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랜덤채팅 앱 317개 중 278개(87.7%)가 본인 인증이나 기기 인증 없이도 사용할 수가 있어 미성년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증에 대한 제재가 전혀 없는 상황 속에서 청소년들이 호기심에서 채팅 앱을 설치한 다음 익명의 상대와 대화를 나누다가 범죄의 표적이 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불순한 의도를 가진 이용자는 상대의 성별과 위치, 나이를 파악한 뒤 부드럽고 따뜻한 대화로 접근해서 청소년들을 유혹하곤 한다. 대인관계에 어둡고 사회적 환경에 취약한 어린 청소년들에게 다가가 친근감을 표시하고 신뢰를 쌓은 다음 성적 가해 행동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길들이는 이른바 ‘그루밍’ 수법을 활용해서 만남을 제안하거나 사진교환을 요구하는 것이다. 판단이 미숙한 청소년들은 호기심에서 혹은 용돈이 필요해서 만남을 갖거나 사진을 교환한 뒤 이를 미끼로 삼은 협박에 넘어가 성범죄 피해를 입이 마련이다.

랜덤채팅을 통한 성범죄 피해를 막으려면 무엇보다도 예방이 중요하다. 마켓에서 랜덤채팅 앱을 등록할 때 청소년 유해 매체로 지정하고 반드시 성인 인증 절차를 거쳐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이를 어길 때는 개발자와 운영자를 같이 처벌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도 필요하다. 학교에서도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스마트폰 사용 문화를 가르치고 랜덤채팅 앱의 위험성을 알려주는 예방교육에 힘써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피해 예방책은 자녀에 대한 부모의 관심과 사랑이다. 가정에서 가족간의 대화가 단절되면 자녀들은 자연스레 스마트폰에 의존하게 되고, 랜덤채팅의 상대방 누군가에게 고민을 상담하고 대화를 나누며 점점 빠져들게 될 위험성이 있다.

호기심이 가득하고 주위의 관심이 필요한 청소년들은 채팅 앱 속에 숨어있는 익명의 범죄자에게 달콤한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명심하도록 하자. 혹시 청소년 자녀가 스마트폰에 빠져있다면 가족 간의 대화를 통해 채팅 앱의 유혹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그것이 부모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이선태 울산지방경찰청 여성보호계 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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