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에 ‘위드유(#WithYou)’로 답하다
‘미투’에 ‘위드유(#WithYou)’로 답하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2.26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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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MeToo) 운동은 ‘나도 그렇다’라는 뜻의 ‘Me Too’에 해시태그(#)를 붙여 자신이 겪었던 성범죄 피해를 고백함으로써 그 심각성을 알리는 SNS를 이용한 캠페인을 말한다. 미국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추문 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10월 영화배우 앨리사 밀라노가 처음 제안하면서 시작되었고, 이후 리트윗이 이어지면서 전 세계 80개 이상의 국가로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이 운동은 비록 해외에서 시작되었지만 우리나라 각계각층에도 빠르게 번지면서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다. 처음에는 한 검사의 폭탄발언 정도로 그치나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우리 사회 기득권층의 터무니없는 월권행위와 부당한 짓눌림을 호소하는 행렬이 이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한 현직 검사는 방송매체에 출연해 “2010년 법무부장관이 옆에 앉아 허리를 감싸고 엉덩이를 쓰다듬는 등 추행을 계속했다”고 폭로했다. 대학교수 겸 유명배우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한 신인 여배우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내가 샤워 할 때 등 좀 밀어 달라”는 구체적 피해 사례를 글로 올렸다. 예술계와 교육계, 대학교, 종교계를 가리지 않고 사회 전체로 퍼져나간 미투 운동은 이제 단순한 폭로를 넘어 사회를 향해 부르짖는 선언으로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은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가해자에 대한 조사와 처벌은 너무 더딘 것 같아 안타깝다.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있었다면 이제는 그들에게 답을 줄 차례이다. “왜 그때는 가만히 있었느냐”는 식의 발언은 성폭력 피해자들을 향한 2차 폭력이나 다름없다. ‘너도 잘못이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며 그들을 더 숨게 만드는 것이다.

미투 운동 이전에도 작은 용기들은 곳곳에 있었지만, 내부자들의 외면이 사태를 걷잡을 수 없이 키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피해자들은 “숱한 세월 받았던 고통에 비하면 가해자들의 ‘죄송하다’는 한 마디는 너무 가볍다”고 말한다. 죄질이 나쁜 가해자들에게는 그에 합당한 법적 처벌이 필요하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는 미투 운동에 대해 관계기관에서는 신속하고 정확한 진상조사를 실시해 억울한 피해자가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조사 후 가해자가 확인되면 강력하게 처벌하고, 피해자들이 조속히 회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하며, 성희롱·성폭행이 더 이상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제도적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가해자에게는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반성을 포함한 도의적·사회적 책임은 물론이고, 형법(강간·강제추행 등) 및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의 처벌과 치료프로그램 이수 등 모든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아울러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알려오면 초기 상담부터 소송, 의료 지원 등 종합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원스톱센터도 건설해야 한다. 또 모든 직장 내에 성폭력 근절을 위한 ‘#미투’ 창구를 개설하고, 전 직원들 상대로 상시 성희롱·성폭력 교육, 가해자에 대한 무관용 인사, 피해자 사후관리 시스템 강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 경찰에서도 성폭력 사건에 대한 110신고와 상담·사건 신고가 들어오면 피해 단서를 취합·분석해 피해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는 한편 성폭력 재발의 고리를 끊기 위해 지속적으로 피해자를 관리해 추가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우리 또한 성희롱·성폭력을 목격하고도 방관한 적은 없었는지 되돌아볼 시점이다. 모든 피해자와 사회적 약자들에게 위드 유(#WithYou)로 격려하고 싶다. “너와 함께 할게!”

천경윤 중부경찰서 병영지구대 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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