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위원은 “추위가 극심할수록, 한파가 지속될수록 동결토심(凍結土深)이 깊어졌다가 해빙기에는 전부 녹아 흐트러지는데 이런 상태에서 여름철 집중호우를 만나면 깊은 땅속까지 쉽게 씻겨 내리는, 토사재해에 취약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고 결론지었다. 바꾸어 말해, 올겨울 울산도 덮친 ‘최강한파’의 영향이 여름철까지 이어질 것이 분명한 만큼 만일에 있을지 모르는 토사재해에도 빈틈없이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의를 환기시킨 것이다.
같은 날 울산시도 주목할 만한 대비책을 제시했다. 봄철 해빙기의 안전사고에 대비해 일반산업단지 17곳(준공 11곳+조성중 6곳)에 대한 특별안전점검을 23일까지 실시한다고 밝힌 것이다. 안전점검 사항은 △얼었다 녹았다가 되풀이되는 데 따른 축대·옹벽·절성토 사면의 붕괴 우려 여부 △부유물질 퇴적 등으로 인한 배수시설의 기능 저하 여부 △옹벽 등 구조물의 균열·침하·변형 등의 상태 △각종 시설물·안전표지판·적재물 등의 결속·보관 상태 △방재장비 확보 등 재해예방 관리 실태 등이다.
울산시는 또 “지반 붕괴, 구조물 균열 진행 등의 위험요소가 발견되는 대로 전문용역기관에 맡겨 정밀안전진단을 추가로 실시하고 보강방안을 따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시기나 점검사항 매우 적절한 것으로 보이고 든든한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일반산업단지가 아닌, 일반 재해위험지역에 대한 대비책이 소상하게 언급되지 않은 점이 그것이다. 물론 재해위험지역 여러 곳을 한정된 인원과 장비로 한꺼번에 둘러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나온 고육책이라는 점에서 이해는 간다. 그러기에 어느 시점 특별안전점검이 일반 재해위험지역에서도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가져볼 만하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이라면 건설기술과 국토관리 분야의 개발과 건설산업의 발전을 위해 설립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옛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연구기관이다. 이처럼 전문성과 신뢰성을 겸비한 공공연구기관의 선임연구위원이 작심하고 신문지상에 내놓은 소견이라면 유심히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즉 이번 겨울(지난 1월)에 최강한파가 찾아왔고 그 영향력이 봄은 물론 여름에도 이어질 것이 분명한 만큼 ‘여름철 토사재해’에 미리, 그리고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 ‘재난사고 제로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울산시로서도 나쁠 것이 없다는 이야기다. 울산시의 빈틈없는 대비를 다시 한 번 기대한다. 그 대상에는 ‘일반 재해위험지역’도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