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에게 올리는 우리 술은 어디서 왔을까? 上
조상에게 올리는 우리 술은 어디서 왔을까? 上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2.12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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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의 우리말 어원은 발효 과정을 표현하는 데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있다. 우리 조상들은 곡식과 누룩이 반응하면 열을 가하지 않아도 부글부글 끓는 현상을 신기하게 여겨 ‘물에 불이 붙는다’고 표현하기도 하였다. 여기서 물이 한자로 ‘水’이므로 수불>수울>수을>술로 변하여 오늘날 ‘술’로 부르게 되었다는 설이다.

술을 뜻하는 한자 ‘酒(주)’는 술을 담는 뾰족한 항아리 모양에서 유래한 글자이다. 우리 술의 명확한 기원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자연적으로 생성되어 농경시대에 본격화되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삼국지(三國志) 위지 동이전에는 부여의 영고, 고구려의 동맹 등 제천의식에서 술을 마시고 춤을 추었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 문헌 ‘제왕운기(帝王韻紀)’에는 “천제(天帝)의 아들 해모수가 청하의 웅심연에서 더위를 식히는 하백의 세 딸을 보고 반한 나머지 새 궁전을 짓고 세 처녀를 초대하여 술을 대접한 뒤 그중 유화와 정이 들어 후에 주몽(朱蒙)을 낳았고, 이 사람이 고구려를 세운 동명성왕(東明聖王)이다”라는 기록이 있다.

최초의 종합농서인 ‘제민요술(濟民要術)’에 의하면, 고구려에서 곡식을 발효시켜 만드는 양조방법이 개발되어 곡아주(穀芽酒)라는 명주가 생겨났고, 이처럼 곡물을 사용하여 술을 빚는 방법이 고구려에서 완성되어 주변국으로 전파되었다.

신라에서는 고구려에서 들어온 낙랑 주법으로 다양한 양조곡주가 개발되어 청주로 음용되었다. ‘일본 고사기’에는 일본의 주신(酒神) 즉 술을 빚는 백제인(수수보리)이 일본에 술을 전수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식혜’와 ‘사케’(=쌀로 빚은 일본 술, 酒)는 모두 ‘삭히다’라는 어원에서 유래하였고, 양조기술이 일본에 전수되면서 언어도 함께 건너갔다는 학설도 있다.

고려시대는 우리 술의 발전기로 탁주, 약주, 소주의 기본형태가 만들어져 다양한 술이 개발된 시기이다. 양조기술의 발달로 녹파주, 황금주 등 다양한 명주가 등장하였으며 우리 고유의 고급 막걸리인 ‘이화주’도 이 무렵 탄생하였다. 활발한 대외교역의 증가로 다양한 외래주 도입이 본격화되어 증류식 소주가 아라비아에서 원나라를 거쳐 전래되기도 하였다.

그 다음 조선시대는 우리 술 최고의 전성기로, 원료가 멥쌀 위주에서 찹쌀로 고급화되고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여 집집마다 빚은 가문의 술 가양주(家釀酒)가 성행하였고, 지역에 맞는 다양한 원료와 양조법을 활용한 지역별 명주가 등장하였다. 특히 이 시기에는 탁주, 약주, 소주 외에 발효주와 증류주를 혼합한 혼양주까지 등장하여 술이 340여 가지에 이르렀다고 한다.

조선시대에 전성기를 이루었던 우리 술은 일제강점기가 시작되면서 쇠퇴기로 접어들었다.

1916년 주세법이 시행되면서 가정에서 빚었던 우리의 가양주에는 ‘불법’ 딱지가 씌어져 단속대상으로 전락하게 되었다. 우리 술은 세수 확보 차원에서 탁주, 약주, 소주, 일본청주로 단순화되었고, 통폐합을 통한 양조장의 대형화로 안정적인 주세 징수 체제가 구축되고 술의 자가제조가 금지되면서 우리 술은 끝내 다양성을 잃고 말았다.

한국전쟁 이후로는 기아 사태와 원료농산물의 부족으로 주류 생산이 제한되었다. 아울러 세수 확보에 유리한 일제의 주세(酒稅) 행정을 그대로 답습한 나머지 1965년에는 양곡관리법이 제정되어 술을 제조할 때 쌀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였다. 또한 안동소주 등 증류식 소주의 제조가 금지되고 막걸리 제조 원료로 밀가루 등 수입된 원료가 사용되었다.

그러다가 197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는 양조업체가 대기업화되면서 맥주와 희석식 소주의 생산량이 급증하였고, 급기야 1987년에는 맥주의 소비량이 사상 최초로 막걸리 소비량을 추월하게 되었다.

이후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양주 소비가 급증하였고, 부담 없이 어디서나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술인 맥주가 대중화되었으며, 경제 호황으로 양주 소비가 늘면서 폭탄주 등 왜곡된 형태의 술 문화가 확산되기에 이르렀다. (下편으로 이어짐)

윤주용 울산시농업기술센터 소장 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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