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논단] 11월이 안타까운 이유는
[제일논단] 11월이 안타까운 이유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11.24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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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식 객원 논설위원

이제 가을도 깊어 이른 아침에는 제법 쌀쌀한 바람이 코끝을 스쳐간다. 가을이라기보다 초겨울이 어울린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이번 달도 거의 끝나 간다.

11월은 외로운 달이다.

이 달이 지나가 버리면 올해도 마지막 남은 12월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11월은 안타깝게 느껴지는 달이기도 하다. 무엇을 특별히 기념할만한 날이 없는 것도 이유 중의 하나다. 굳이 있다면 젊은이들이 말하는 11일에 하는 날이 있다. 날짜 모양과 비슷한 과자를 주고받는 정도인데 이것은 제과회사의 이익을 추구한 것이어서 공식적인 기념일로 보기에는 미흡하다. 앞의 달은 ‘시월의 마지막 밤을..’이라는 대중가요 노랫말로 해서 유명하지만 다음에 오는 달은 그렇지 못하다. 10월의 마지막 밤의 스포트라이트를 뒤로 하고 11월을 늦은 아침에 맞이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하지만 11월은 아무도 노래해 주지 않는다. 풍요로움 뒤로 드리워진 빈곤함이다.

11월은 힘든 달이다.

한 해 동안의 열 달을 고스란히 보듬어 온 달이다. 한 해를 넘기지 않으려 안간힘을 써야 하는 12월의 부담을 줄여 주는 달에 불과하다. 내가 무너지면 끝이라는 생각으로 12월을 방어하는 달이기도 하다. 가을의 계절은 앞의 달이 맞이하여 사랑을 받는다. 힘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독거노인과 청소년가장들에게는 12월에 불어 올 ‘불우한 이웃을 도웁시다’ 라는 매스컴이 두렵다. 올 해는 세계적인 경제불황이라고 하는 ‘글로벌금융위기’로 인해 방송만 있지 실질적인 도움이 별로 되지 않을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12월은 겨울채비를 해야 하고 한 해를 마무리하는 달이라고 각광을 받을 때 쯤에는 11월이 있었던가하는 희미한 기억 속으로 빠져 들고 만다. 감나무에는 까치밥이라는 이름으로 따지 못한 감 몇 개가 대롱대롱 매달려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을 뿐이다.

11월은 빨리 지나가 버리는 달이다.

가을도 겨울도 아닌 계절의 짧은 기간에 걸린 어중재비다. 가을과 겨울이 공존하는 불분명한 달이다. 나의 뒤에 12월이 있음을 알려 주는 전달자에 불과하다. 낙엽이 떨어지는 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겨울을 향해 달려간다. 겨울준비도 되지 않은 어설픈 옷차림으로 차가운 아침이슬 맞으며 쓸쓸한 아침을 연다. 12월은 잎새를 모두 떨쳐버린 나목(裸木)의 새로운 모습으로 낭만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11월은 그냥 스쳐 지나가는 바람처럼 조용히 머물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그래서 무영(無影)의 달이다. 10월의 화려함과 마지막 12월의 상징적인 의미에 쫓겨 여유도 없이 내몰린다. 눈치가 빠른 달이다.

11월은 한 해를 저물게 하는 달이다.

석양이 질 때 서쪽하늘은 한풀 꺾인 열기의 붉은 태양을 머금는다. 이 달은 마치 해가 지는 저녁의 서글픔을 안고 저물어 가는 서녘하늘의 태양과도 같다. 지는 해는 그 빛을 다하지 못하고 맥없이 꼬리를 감추듯이 힘이 없다. 11월은 한 쪽으로 밀려난 찬 밥 신세다. 잠시 머물다 저물어 버리는 달이기 때문에 그 누구도 위로와 격려를 해 주지 않는 달인 것 같다. 10월과 12월 사이에 끼여 있는 달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한 해를 저물게 하는 달은 12월이 아니라 11월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원자력 발전

세월은 유수같이 흘러 2008년도 벌써 막바지를 향해 달리고 있다. 날씨도 점점 추워지고, 옷차림도 점점 두꺼워지고 있다. 생각하면 어느 새 따뜻한 봄이 지나 더니 더운 여름이 가고, 화려한 단풍의 가을을 아쉽게 뒤로 한 채 낙엽이 떨어져 추운 겨울이 성큼 다가 왔다.

한해를 계절별로 인간의 삶 전체로 비유한다면, 봄은 설레임으로 가득한 유년 시절이고 여름은 열심히 땀을 흘리는 청년 시절, 가을은 그 땀으로 이루어낸 성공으로 화려한 단풍처럼 멋지게 보낼 수 있는 성숙한 중년 시절이며, 겨울은 추운 겨울을 능숙하게 살 정도로 인생의 의미를 되새기며 세상을 통달하여 노련하게 살아가는 노년 시절을 예기 할 수 있겠다. 보통 노년 시절하면 인생의 황혼기로 비유하면서 다음 세상을 위한 약간의 절망 속에 청춘의 아쉬움을 돌아보며 살지만, 나는 노년이야말로 가장 멋지게 살 수 있고, 세상을 통달한 삶을 살 수 있는 그런 시기라 생각한다. 가끔 전 재산을 기부하는 사람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인간의 삶이 이렇게 순리대로 잘 풀리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원자력 발전은 그 삶이 어떠했을까? 올해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의 효시인 고리 1호기가 계속 운전에 첫 발을 내 디뎠다. 고리1호기는 원자력의 살아있는 역사이며 산 증인이다. 78년에 상업운전을 시작해 30년 운전 안전하게 마치고 올해에는 계속 운전의 성과까지 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 하는 것일까? 이것은 원자력 발전이 유년과 청년 시절에 피땀을 흘려 마침내 화려한 단풍처럼 멋진 인간 삶의 중년시절, 계절적으로 가을과 같은 멋진 시기가 찾아 온 것이다. 이런 원자력 르네상스의 시대는 30년 동안의 원자력 발전에 매진하면서 흘린 근로자들의 땀의 결실이요, 성과인 것이다.

그렇다면,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원자력 발전 30년의 의미는 무엇일까? 첫째는 30년 동안 안전하게 원자력 발전을 수행하고 고리1호기가 계속 운전의 성과까지 냄으로써 원자력 발전 안전성의 증거자료가 된 것이다. 원자력 발전소는 정지만 되면 여론의 시선이 집중돼 항상 안전의 시비 대상이었다. 고리1호기도 시행 초기에는 많은 시행착오로 잦은 정지가 있었다. 그러나 해가 거듭날 수 록 운영기술과 경험, 정비기술이 축척되어 전 세계가 놀랄 정도로 잘 운영해 오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원자력 발전소 안전성에 대한 전 국민의 두려움이 가득할 때도 묵묵히 노력하여 이런 난관을 이겨내고 30년 동안 안전하게 운전함으로써 국민에게 신뢰를 회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원자력 강국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부존 자원이 부족해 항상 에너지 수급을 고민하는 우리나라로서는 경제적인 원자력 발전이 자리매김 됨으로써 에너지 강국으로 발 돋음해 원자력 발전소를 수출할 능력까지도 보유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원자력에너지가 청정에너지라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고리 1호기가 30년 동안 운전 되었지만 환경적 피해는 없었으며 오히려 그 주변 마을은 많은 발전을 하였으며 주변의 기장 미역은 지역 특산물로 손색없이 자리매김하여 전국적으로 유명한 특산물로 자리매김 돼 있다는 사실이다.

국민과 30년 동안 살아온 원자력 발전! 이제는 중년의 시절을 넘어 추운 겨울도 노련하게 견뎌내는 아니 즐기는 발전 베테랑 노년의 원자력 발전이 되길 기대해 본다. <경주시 성건동 고진환>반구대 암각화와 문화콘텐츠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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