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영칼럼]왜 똑같은 안전사고는 반복되는가?
[전재영칼럼]왜 똑같은 안전사고는 반복되는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1.24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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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나라는 똑같은 ‘안전사고’가 반복되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나라는 아직 ‘후진국’이기 때문이다.

‘세월호’의 참척(慘慽)이 아직도 우리 국민의 트라우마로 자리 잡고 있고, 그 기억이 희미해지기도 전에, 낚싯배 전복, 어선 전복 등 뒤집히고 가라앉고 하는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화재 사고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 직후에도 광교 공사장 화재 사고 등 대형 화재 사고가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고 있다. 타워크레인 사고도 빈번해서 2017년 한 해에만 사망자 수가 20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밖에도 공사 중인 교량의 붕괴 사고, 공사장 주변의 씽크홀 사고, 대형 송수관 누수 사고, 석유화학공장 불기둥 사고 등 건설현장이나 대형 인프라에서의 안전사고도 끊이지 않는다.

과연 이런 상태에서 ‘국민소득 3만불 시대’니 ‘선진국 진입’이니 하는 허울 좋은 구호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나름대로 안전 전문가라는 필자가 정의하는 선진국이란 똑같은 안전사고가 반복이 안 되는 국가를 의미한다. 계속 똑같은 안전사고가 되풀이되는 국가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는 게 필자의 주장이다. 몇 가지 선진국의 사례를 들어보겠다.

우리가 항상 평가 절하하는 가까운 선진국 일본의 경우, 1995년에 고베 지역에서 지진 규모 7.2의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무려 6천300여명이 사망하고 1천400억 달러의 재산피해가 발생했었다. 그리고 21년이 지난 2016년에 발생한 지진 규모 7.3의 구마모토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는 사망자가 100분의 1 정도인 67명, 재산피해도 그 정도로 경미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고베 지진을 철저히 분석하고 탄탄하게 대비책을 강구한 것이다. 구마모토 지진 때는 고베 지진 때 발생했던 2차사고, 즉 유류나 가스 누출에 따른 화재 사고가 거의 보고되지 않았다는 데서 얼마나 지진대책을 철저히 했는지 알 수 있다.

2000년에 미국 뉴멕시코 주의 한적한 사막지대의 캠핑장에서 지하 가스배관이 폭발하여 12명의 야영객이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이때도 연방 교통성(DOT) 신하의 여러 검사기관과 학술단체가 6개월 이상 꼼꼼하게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향후 방지대책을 법제화하였다. 그 이후 아직까지 사고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인재사고든 천재지변이든 모든 사고의 유형별 원인을 분석하면 대책은 의외로 어렵지 않게 세울 수 있다. 그런데 국내의 경우 이런 사고가 발생하면 최단시간 복구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문가들의 원인 분석은 가뭄에 콩 나듯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서 국내엔 사고 유형 및 원인을 정리한 통계란 것이 많지도 않지만 그 내용이 정확하지도 않다.

안전사고가 났을 때 국내의 또 다른 문제는 대응방법이다. 선진국은 안전사고 발생 시, 그 지역 안전책임자가 안전사고를 총괄 지휘한다. 미국 뉴욕의 911 테러 때도, 뉴욕 소방대장이 모든 것을 지휘했고, 유관기관들은 그의 지휘에 따랐다.

우리나라는 대형 안전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게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것이다. 세월호 사고 때도 청와대 등 상급기관에 보고하느라 골든타임을 놓쳤고, 제천 화재 사고 때는 소방대의 대응 미숙으로 골든타임을 놓쳤다. 이 모든 것이 안전 전문가가 부족한데다 그나마 비전문가가 전문가를 지휘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안전사고 발생 시, 사고를 일으킨 업체에 대한 벌칙과 보상금이 작은 것도 문제라면 문제다. 몇 해 전 미국 남부 멕시코 만에서 석유 시추를 하던 시추선에서 안전사고가 일어나 엄청난 양의 원유가 쏟아져 나와 주변 해양과 해안을 크게 오염시킨 일이 있었다. 이 사고로 인해 해당 회사는 천문학적인 금액의 징벌적 보상금을 물어야 했고, 제왕처럼 군림하던 경영진도 모두 바뀌는 결과로 이어졌다. 비슷한 예가 10년 전 국내 태안반도 인근에서도 있었다. 선박 충돌로 원유가 누출되어, 주변 해역이 크게 오염된 적이 있었다. 정작 사고를 낸 해당 회사는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국민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기억에 남는 것은 100만명이 넘는 자원봉사자가 주변 바닷가를 맨손으로 제염했다는 것이다. 한편으론 감동적이었지만 한편으론 못내 아쉬운 게 많았었다.

우리 울산은 수많은 중화학 설비가 집중된 도시이다 보니 위에서 언급한 대형 안전사고가 언제든지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 그중에서도 차와 사람이 다니는 공도에 각종 위험물질 배관이 거미줄같이 깔려 있어 더욱 위험한 편이다. 이 사실은 필자 같은 전문가만 인지하는 게 아니고 공단 종사자, 공직자, 시민이 다 아는 사실이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도 언급한 사실이다. 그런데도 이런저런 이유로 제대로 조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사후약방문이 아니라 사전 예방이 훨씬 경제적이고 효과적이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데도….

전재영 코렐테크놀로지(주) 대표이사,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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