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편지]세계지방정부를 선도하는 울산을 기대하며
[연구원편지]세계지방정부를 선도하는 울산을 기대하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1.2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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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클레이(ICLEI) 한국사무소에서 주최하는 ‘2018 한국회원 지방정부 정기회의’가 오는 1월 30일 울산에서 개최된다. 평소 이클레이 활동에 관심과 지지를 보내는 필자에게 정기회의 울산 개최는 뜻밖에 반가운 소식이었다.

아마도 많은 독자들은 ‘이클레이’가 어떤 단체인지 모를 것 같다. 이름까지 생소하고 낯설어 더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클레이는 1990년 지방자치단체국제환경협의회(ICLEI:Int ernational Council for Local Environmental Initiatives)라는 이름으로 창립했다. 이후 2003년 공식명칭을 「지속가능성을 위한 세계지방정부 이클레이(ICLEI Local Governments for Sustainability)」로 변경하고, 이클레이로 약칭하고 있다. 공식명칭에 어느 정도 그 정체성이 드러난 것처럼, 이클레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지방정부 네트워크다. UN의 환경자문기관으로 지방정부 차원의 실천행동과 연계·협력을 통해 다양한 환경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최대 규모답게 세계 86개국 1천500여개의 지방정부가 참여하고 있으며, 국내는 광역자치단체 12곳을 포함해 58개 시·도가 회원도시로 등록되어 있다.

한국회원 정기회의는 2013년부터 국내 지자체 간의 정책 네트워크를 위해 매년 개최되고 있다. 회의의 목적은 국내 지방정부의 목소리를 국내외에 확산하고, 지속가능발전 도시를 만들기 위해 추진해야 할 정책의제를 선정하고 공유하기 위함이다.

지금까지 정기회의는 수원시, 서울시, 안산시, 순천시 4개 도시에서 개최됐다. 그리고 매년 20개 이상의 지방정부 회원들이 참석했다. 그리고 이달 30일에 제6회 정기회의가 우리시에서 개최된다. 정말 뜻깊은 자리가 아닐 수 없다.

이클레이 정기회의 개최가 그렇게 큰 의미를 갖는 것이냐고 반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클레이 활동이 국제사회에서 가지는 역할과 의미를 조금만 이해한다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세계는 지금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변화무쌍한 이상기후 때문에 세계 여러 도시와 국가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기억해보라. 얼마 전 미국의 동북지역을 강타한 한파는 영화 투모로우를 연상케 할 정도였다. 기후변화 영향을 줄이기 위해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세계 3대 협약이 채택됐다. 그리고 26년이 지났다. 그러나 국가의 이익이 중요시되는 국제외교 속에서 협약의 실효성을 높이고 강제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일까 UN이 주도하는 다양한 국제 협약과 캠페인들이 국가보다는 지방정부의 역할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기후변화협약, 생물다양성협약 그리고 세계 재난위험경감 기본전략인 센다이프레임워크까지 지방정부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개별 도시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세계화로 인해 국경의 의미가 사라지고 있는 요즘, 어쩌면 지방정부 주도의 국제협력은 당연한 선택이었는지 모르겠다.

이클레이도 결국 이런 국제사회의 변화 속에서 출범했다고 생각된다. 세계 지방정부의 목소리를 필요로 하는 시대를 예견했던 것이다. 국가가 아닌 지방정부가 중심이 되는 시대, 앞서 나가는 도시가 세계를 선도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여전히 울산은 공업도시의 이미지가 강하다. 세계 수준의 중공업과 석유화학 산업을 놓고 보면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조금 더 관심 있게 바라보면 울산은 한 발 앞서 나가려 노력하는 지속가능한 도시다. 울산은 국내 지방정부 중 지역 생물다양성 전략과 관련 조례를 수립한 몇 안 되는 지자체다. 또 기후변화에 대비해 지자체 온실가스 감축로드맵과 물순환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자연재해에 강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UNISDR 방재안전도시 인증을 추진하는 선도 지자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 모든 것들이 이클레이에서 수행하고 있는 주요 프로그램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지방정부의 역할이 강조되고, 곧 민선7기의 출범을 준비해야 하는 2018년 1월. 왜 이클레이 정기회의 울산 개최가 뜻 깊은 자리인지 이제 조금은 공감하셨으리라 생각된다. 아무쪼록 국내 지방정부의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속가능 발전을 약속하는 이번 정기회의에서 울산의 목소리가 빛나길 기대한다. 그리고 그 목소리가 이클레이를 통해 세계로 퍼져나가 울산이 세계를 선도하는 지속가능한 도시로 성장하길 희망한다.

김희종 울산발전연구원 환경안전팀장,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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