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잠정합의 부결 후유증 심화
현대重, 잠정합의 부결 후유증 심화
  • 이상길 기자
  • 승인 2018.01.18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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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타결 규약·교섭재개 ‘산넘어 산’
새 잠정합의안·분할 3사 타결안 논란 '불씨'
현대중공업의 2년치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합의안 부결 이후 후유증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노조규약에 묶여 가결된 분할 3개사에 대한 타결금 지급 문제로 현장이 어수선한 가운데 노사 간에는 교섭재개를 놓고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또 교섭이 재개돼 새 잠정합의안이 마련돼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과하더라도 이미 가결된 분할 3개사의 타결내용과 충돌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노사관계는 갈수록 꼬여가는 분위기다.

◇’4사1노조 동시타결’ 규약 비판 고조

2016년과 2017년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지난 9일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된 후 분할 3개사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4사1노조 동시타결’ 규약에 대한 비판은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분할 3개사의 경우 잠정합의안이 모두 가결됐지만 해당 규약에 묶여 열흘이 지난 지금까지 타결금이 지급되지 못하자 이들의 불만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특히 노조 홈페이지에는 타결금 지급과 함께 4사1노조 규약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급기야 분할 3개사 가운데 하나인 현대일렉트릭 사측은 최근에 잠정합의안 가결을 이유로 조인식을 열자는 공문까지 노조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현대중공업 노조는 18일 소식지를 통해 분할사 타결금 지급과 관련해 입장을 표시했다.

노조는 “현대일렉트릭 사측의 조인식 요구 공문은 4사1노조를 조합원 스스로 부정하라는 회유이며 협박”이라며 “분할사업장 조합원들에게 바란다. 지부는 앞으로 지회 설립 추진 등으로 분할사업장 조합원들의 권익을 지킬 것이다. 비록 힘들지만 끝까지 함께 하며 지부 전체의 단체교섭 가결로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노사는 지난달 29일 2년치가 밀린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지만 지난 9일 실시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46.67%의 찬성을 얻는데 그쳐 부결됐다. 반면 분할된 3개 회사는 찬성이 과반을 모두 넘겨 가결됐다.

하지만 4사1노조 동시 타결 규약으로 인해 분할 3개사에 대한 타결금 지급은 모기업인 현대중공업이 타결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4월 모기업인 현대중공업(조선)과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전기·전자), 현대건설기계(건설장비), 현대로보틱스(로봇)로 분사됐다.

◇교섭재개 놓고 노사 갈등 심화

잠정합의안 부결 후 이제 관심은 교섭재개 시점에 쏠리고 있지만 교섭재개 방식에 대한 노사 간 의견차로 교섭재개는 아직 요원한 상태다.

노조는 타결금의 조속한 지급을 원하는 분할 3개사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터져 나오고 있는 현장의 불만을 감안해 일단 교섭이라도 우선 재개하자는 입장인 반면 회사는 추가제시가 어려운 만큼 교섭재개 후 공회전만 거듭할 게 아니라 실무교섭을 통해 의견을 먼저 조율한 후 교섭을 재개하는 입장이다.

실제로 노조는 지난 15일 부결 후 사측에 공문을 보내 교섭재개를 요청했다. 하지만 회사는 “(부결된) 잠정합의안이 최선안으로 더 이상 추가 제시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사실상 거부했다.

회사는 또 18일 사내소식지인 인사저널을 통해 “그간 공식교섭만 99차례 진행했고, 실무교섭 등을 포함하면 200차례 넘게 만났다. 이미 충분히 논의했기 때문에 만나도 특별히 할 이야기가 없다”며 “노조의 교섭재개 주장에 앞서 노조의 입장 정리가 우선”이라며 좀 더 냉각기를 가질 것을 촉구했다.

이에 노조는 “현재 지단 쟁대위 간담회를 통해 여론을 조사하고 현 상황을 공유하는 작업을 통해 최정 정책적인 결정을 내릴 계획”이라며 연일 매일 교섭을 사측에 요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 잠정합의안과 분할 3개사 타결안의 관계 문제

교섭이 재개돼 노사가 새 잠정합의안을 마련한 뒤 타결까지 이어지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바로 새로 마련된 잠정합의안의 내용이 이미 가결된 분할 3개사의 타결안과 임금 부분에서 다를 경우가 그것. 모기업인 현대중공업이 새로 마련한 잠정합의안은 2016년과 2017년 2년치다. 그런데 4개사로 쪼개진 시점은 지난해 4월로 2016년 임금협상의 결실은 4개사가 공유해야 하는 게 정상이다. 2016년에는 4개사가 한 회사였기 때문. 하지만 분할 3개사의 타결안은 이미 확정된 상황이어서 관계가 모호해질 수밖에 없다.

현재 이에 대해 노조 측에서는 애초에 단체협약만 승계되고, 분할 3개사의 경우 이미 가결된 만큼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만약 새 잠정합의안의 임금 부분이 다소 올라 타결될 경우 “2016년까지는 한 회사였는데 우리는 왜 임금인상에서 제외돼야 하느냐”면서 분할 3개사 노조가 이의를 제기할 경우에는 논란의 여지가 생길 수 있다. 부결된 첫 잠정합의안의 경우 임금과 단협은 4개사가 사실상 같고, 성과금에서만 차이가 있었다.

지역 한 노사전문가는 “잠정합의안 부결 후 후유증이 심해지면서 자칫 설 전 타결도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며 “노사 모두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이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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