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사람” 착한 아파트 주민들
“돈보다 사람” 착한 아파트 주민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1.14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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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뉴스를 즐겨 듣는 울산시민들 중에는 흐뭇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울산에서 띄운 ‘좋은 소식’(good news) 하나가 전국에 잔잔한 감동의 파문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좋은 소식이란 중구 태화동 리버스위트 아파트 주민들에 관한 이야기였고, 지역 2개 통신사에서 이 이야기를 차례로 퍼뜨렸다.

소식통에 따르면 리버스위트 아파트 주민들은 지난해 12월 8일부터 13일까지 진행된 설문조사에 응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입주민 설문조사(투표)’였고, 이는 아파트 경비원과 미화원 6명에게 정부에서 새로 정한 최저임금(시급 7천530원)을 그대로 보장해줄 것인지, 아니면 경비·미화 인력을 줄일 것인지,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아주 민감한 사안이었다.

결론은 “관리비를 우리가 더 내더라도 인력을 줄이지 말자”는 쪽으로 났다. ‘급여 인상’ 의견이 68%나 됐던 것이다. 그 덕분에 경비원과 미화원들은 근무시간 조정이나 인원수 변동 없이 일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됐다. 주민들은 앞으로 관리비를 매월 9천원가량 더 내게 됐지만 ‘돈’보다 ‘사람’을 택한 셈이다. 비록 뒤늦게 알려졌지만 리버스위트 아파트 주민들의 이처럼 착한 결정은 한반도를 덮치고 있는 ‘최강한파’마저 녹이고도 남음이 있어 보인다. 따뜻한 마음씨의 아파트 주민들도, 주민자치회 관계자도, 수혜 당사자들도 모두 대견스러워하고 있는 것 같다.

소식통은 어느 여성입주자의 말을 이렇게 전했다. “최저임금이 올랐으니 급여 올려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가구당 몇 천원도 안 되는 관리비 인상액 때문에 열심히 일해 오신 분들을 해고하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이다. 그녀는 또 “묵묵히 일하시는 그분들을 위해 지출하는 비용은 비싸지도, 아깝지도 않다”는 말도 덧붙였다고 한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마음씨인가!

주민자치위원회 관계자가 했다는 말도 찡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는 얼마 전 서울 압구정동 어느 고급 아파트단지 입주민대표자회의가 경비원을 94명이나 해고한 일을 떠올리며 “수십억원대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이 월 몇 천원 더 내기가 싫다며 경비원들을 무더기 해고한 게 과연 정상적인가?”라고 반문했다고 들린다.

울산 시민들은 미풍양식이 존중되고 상식이 통하는 울산이 그래서 자랑스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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