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으로 더 가까워진 반구대암각화
변신으로 더 가까워진 반구대암각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1.08 21: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보 제285호 반구대암각화가 지역사회와 정치권의 ‘보존 타령’에 짓눌려 존재감을 잃어가는 와중에, 역설적이게도, 전보다 더 친근감 있게 시민들 곁으로 다가온다는 소식이 들린다. 반구대암각화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이들의 숨은 노력이 마침내 국보급 바위그림을 수면위로 끌어올려 시민들에게 암각화의 부활 소식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반구대암각화의 부활 소식은 두 가지 채널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그 하나는 울주군 신청사 로비에 설치된 조형물 즉 ‘국보 285호 모형’의 존재다. 가로 12m, 세로 8m 크기의 이 거대한 조형물은 ‘물에 잠긴 반구대암각화를 건져내 갖다놓은 것처럼 보인다’(1.8.YTN뉴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실적이다. 울주군은 이 큰 바위그림 모형이 미래 산업의 총아 ‘3D 프린팅’ 기술로 만들어졌으며, 매끈한 바위표면에 새겨진 3백여 점의 그림을 정교하게, 그대로 되살려냈다고 설명한다. 또 이 바위그림 모형이 1년 중 반년 넘게 물에 잠겨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반구대암각화를, 비록 실물 크기는 아니지만, 아주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신장열 군수도 “신청사를 찾는 주민과 방문객들에게 세계적 문화유산을 널리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낸다.

사실 지금까지 선보인 ‘반구대암각화 모형’이라면 작고 가벼운 ‘관공서 방문 기념품’ 정도가 고작이었고, 이번처럼 거대한 크기로, 그것도 실물에 가깝게 재현한 작품은 보기가 드물었다. 울주군 신청사 로비 한 구석을 차지한 반구대암각화 모형은 “국보 제285호를 박물관으로 옮겨 보존하자”는 일부의 주장을 능히 잠재우고도 남음이 있어 보인다. 이번 기회에 ‘3D 프린팅 기술’로 만든 ‘국보 285호 모형’을 울산의 신산업과 세계유산을 동시에 알리는 홍보수단으로 활용하면 어떨까? 그리고 가능하다면 상품화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지 않을까?

반구대암각화의 부활을 예감케 하는 다른 소식 하나는 ‘울산대 반구대암각화유적보존연구소(이하 ‘반구대연구소’)가 7일 공개한 실측조사 결과다. 연구소가 5년에 걸쳐 진행한 정밀실측조사 결과는 국보 285호의 가치를 한층 더 돋보이게 해줄 것이 틀림없다. 연구소 소장 전호태 교수는 반구대 암각화의 그림이 353점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알려진 그림은 약 300점이었다. 그는 또 바위그림 가운데 202점이 동물, 도구가 21점, 인물이 16점이고, 나머지 그림 114점은 형체를 정확히 알 수 없으며, 가장 주목받는 동물 고래는 57점으로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같은 연구소의 이하우 교수는 “반구대암각화는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그려졌다고 알려졌는데, 이번 조사에서 최소 다섯 차례에 걸쳐 그림이 그려졌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강조했다.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전호태·이하우 교수 이하 연구원 여러분의 노고에 새삼 경의를 표한다. 그러나 아직도 부끄러운 것은 지역사회와 정치권의 반구대암각화 보존 논쟁이다. 빨리 매듭짓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전력투구해도 모자랄 판에 ‘보존 타령’이나 하고 앉아있을 시간이 어디 있는가?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