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지스톤과 혁신
플로지스톤과 혁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1.08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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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化學)이라는 학문의 정의는 물질의 조성과 구조, 성질, 변화에 대해 설명하고 규명하는 자연과학의 한 분야이다. 화학이 학문으로 정립되기까지 빼놓을 수 없는 몇 가지 패러다임이 있다.

그중 첫 번째는 모든 만물은 물, 불, 흙, 공기로 어우러지고 설명할 수 있다는 엠페도클레스의 4원설이다. 지금은 초등학교 저학년들도 믿지 않는 가설이지만 비슷한 시기에 데모클리토스가 제시한 원자론이 무시되고 근대의 돌턴의 원자론이 이론적인 무장을 하기 전까지 불문율로 여겨진 정설이었다.

두 번째는 연금술에 대한 형이상학적 맹신이다. 금이나 은 같은 귀금속을 만들기 위한 주술적 행위에 실험기법이 가미된 터무니없는 자연과학이 오랫동안 인류 역사에 큰 틀로 남겨져 왔다. 그러나 이 연금술을 통해 화학이 학문적 진보를 이룬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업적이기도 하다. 이런 시기를 지나 18세기에 현재의 연소 이론을 제시하여 거의 1세기에 걸쳐 거짓 가설로 과학계의 획기적인 한 획을 그은 이론이 플로지스톤이다.

원자론이 대두되기 이전에는 물, 불, 흙, 공기의 4가지 원소에 눈에 보이지 않는 유체를 도입하여 연소와 산화 과정을 설명하였다. 나무가 타면 재가 되는 것을 4원소 설에서는 설명이 안 되었으나 플로지스톤 이론을 대입하면 멋지게 해석이 되면서 플로지스톤에 대항하는 새로운 이론은 이단과 사이비 학자로 배척당하게 되었다.

그러나 프랑스의 라부아지에라는 화학자가 당시에 발견된 산소를 도입하여 완벽하게 연소 과정을 설명하고 실험을 통해 증명하면서 화학혁명이 시작되었다. 플로지스톤을 제시한 독일의 슈탈 학문 체계가 무너지면서 프랑스의 화학과 산업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오는 계기가 되었다.

이외에도 화학과 물리학 등 알고 있던 과학의 정설이 당시에는 신앙처럼 받아들여졌지만 새로운 이론의 등장으로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게 뒷전으로 물러난 학설이 너무나 많다. 천동설과 우주의 태양중심설이 그렇다. 이른바 ‘지금은 맞지만 내일이면 달라질 수 있는 것’이 과학이다. 흔히 실수하기 쉬운 것이 과학은 불변의 진리인 것처럼 알고 있지만 과학만큼 큰 변혁을 가져온 분야도 많지 않다.

뉴튼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하였을 때만 해도 모든 물리학적 설명이 가능할 것으로 여겨졌고 더 이상 과학의 발전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마저 들었기에 뉴튼학파에 들지 못하면 물리학계에서 논문조차 쓰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미시 세계에서의 입자에 대한 설명은 아인슈타인의 등장으로 큰 혁신이 있었다. 그는 자신이 발견한 지식이 백사장의 모래 한 줌에 지나지 않는다는 겸손하면서 솔직한 심정을 밝히기도 하였다.

혁신이란 기존의 틀을 벗어나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과학, 철학,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익숙하게 사용하고 있다. 혁신의 주체는 도전과 반격, 질투의 대상이기 마련이다. 갈릴레이의 종교재판에 대한 진실은 차치하고, 당시 중세 기독교의 지구중심설에 대해 태양중심설을 제시하였다는 것은 엄청난 도전이었고, 이단으로 자처하겠다는 선언이었다. 하지만 이 태양중심설은 결국 수천 년 동안 이어져온 태양계에 대한 혁신을 가져오게 하였다.

너무 현실감이 없는 과학에 대한 이야기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리의 산업과 일상적인 일들에 대해 너무 익숙하여 기존의 사고를 깨뜨리지 못하고 아전인수 격인 아집, 그리고 자신의 안일과 영달을 위해 제시하는 새로운 것들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에 손가락질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손가락질할 때 한 손가락은 상대를 향하지만 나머지 네 개는 자신을 향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무시무시한 종교재판에서도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는 말을 할 수 있어 혁신이 올 수 있었다. 기업과 개인과 조직의 혁신이 없이는 계내에서 좌충우돌하지만 혁신은 돌파구를 찾아내고 새로운 준거의 틀을 제시한다.

우항수 울산테크노파크 에너지기술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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