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이 만나 대화를 할 때 ‘대화가 잘 통한다’는 것은 언어가 같은 온도를 유지함을 의미하고, 그럴 때 그 사람은 더욱 친근하게 느껴져 난로처럼 다가가고 싶을 것입니다. 사전에서 ‘온도(溫度)’란 말은 따뜻함과 ‘차가움의 정도, 또는 그것을 나타내는 수치’라고 풀이하고, 몸의 온도를 ‘체온’이라고 하는데, 사람의 체온은 섭씨 36∼37도입니다. 그러면, 우리 마음의 온도는 몸의 온도와 어떻게 다를까요?
용광로보다 더 뜨겁고 훈훈하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온기를 나눌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사람이 가진 사랑과 언어와 마음의 온도라고 생각합니다. ‘언어의 온도’라는 책이 최근에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습니다. ‘언어에 무슨 온도가 있어?’라고 물음표를 던지는 독자들조차 읽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든 이 ‘언어의 온도’라는 책. 언어에 온도가 있다는 것은 우리가 공기처럼 미처 깨닫지 못했을 뿐 엄연한 진실이 아닐까요?
이제 막 또래친구들과 언어를 나누기 시작한 어린아이부터 세상을 오래 살아오신 어르신들까지 우리는 언어의 차가움에 상처를 받을 때가 적지 않을 것입니다. 또 어떤 무기나 치료제보다도 더 강력한 언어의 힘으로 일어서기도 하고, 혹은 삶을 놓아버리고 싶을 정도로 절망적인 경험을 느껴보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사람에게는 두 가지 성품이 있으니, 그것은 인성(人性)과 천성(天性)입니다. 천성이 하늘에서 내려준 것이라면 인성은 학습과 환경에 의하여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여기 자신의 노력으로 사람들에게 온정을 전파한 한 버스 기사님의 따뜻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일회용 종이컵만한 눈사람을 만들었다가 버릴 수가 없어서 고민하던 대구의 706번 버스 기사님은 잎사귀로 눈, 코, 입을 만들어 지난해 11월 24일부터 승객의 한 사람처럼 태우고 다니기 시작하셨대요. 생명이 없는 눈사람에게 생명을 불어넣어준 셈이죠. 마치 피노키오에게 생명을 심어준 제페토 아저씨처럼 사람에게 영혼을 불어넣는 힘을 주신 거예요. 그 발단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서 시작되었죠.
매일 타는 승객들이 보잘것없는 호박인형 하나에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피카츄 인형에 안전벨트를 매어주기도 하고, 크리스마스 때엔 차 안을 온통 양말이며 모자로 치장해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게 만들어 주었어요. 거기에다 하루에도 수천 번씩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어서 오세요. 행복한 날 보내세요.”라는 말을 2006년도부터 하기 시작했대요. 처음에는 너무나 어색했지만 집에서 매일같이 거울을 보고 연습을 하고, 버스 안에서도 입꼬리 올리는 연습까지 석 달 정도 하신 뒤로는 몸에 밴 인사를 12년 동안이나 해 왔다고 해요.
박국향 울산 중구청 세무2과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