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곶의 십자가 없는 호카곶 상징물
간절곶의 십자가 없는 호카곶 상징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1.04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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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주군이 엄청난 국제적 결례를 저질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간절곶 해맞이광장 정비사업’의 주요 상징물인 포르투갈 ‘호카곶(Cabo da Roca) 십자가탑’의 복제품에서 십자가를 제거한 기형적 조형물을 세워놓았기 때문이다. 용머리 조형물에서 용의 머리를 잘라버린 행위나 무엇이 다른가?

사업비가 9억9천만원이나 들어간 ‘해맞이광장 정비사업’은 광장 곳곳에 어지럽게 널려있던 갖가지 조형물을 바닷가나 등대 잔디광장 쪽으로 옮기고 광장 요지에 호카곶 십자가탑의 복제품을 설치하는 사업이었다. 지난 1월 1일 모습이 공개된 호카곶 십자가탑의 건립비용은 3천만원 남짓이지만 십자가가 없어지고 돌탑만 서 있는 어정쩡한 모양새여서 해맞이광장에 또 하나의 ‘애물단지’가 들어선 꼴이 됐다.

호카곶은 포르투갈 신트라 시에 있는 세계적 해넘이 명소로, 지난 1995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고 해마다 관광객 수백만 명이 찾고 있다고 한다. 울주군은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한반도에서 해가 가장 빨리 뜨는 간절곶과 유럽 대륙에서 해가 가장 늦게 지는 호카곶을 짝지으면 멋진 관광자원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울주군은 이러한 믿음 아래 지난해 6월 신트라 시에 우호협력 의향서를 전하면서 호카곶 십자가탑을 본뜬 조형물을 간절곶에 설치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고, 간절곶 상징물과 호카곶 십자가탑의 교차설치에 대한 구두합의도 보았으며, 12월 11일에는 우호협력 MOU까지 체결했다고 홍보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군 관계자의 이 같은 말은 액면대로 믿기가 어렵다. “조형물 설치에 대한 권한이 지자체에 있는지 정부에 있는지 (울주군이) 파악하고 있지 못한 것 같았다”는 본지 취재진의 전언만 들어도 짐작이 간다. 여하간 간절곶 해맞이광장의 호카곶 상징물은 십자가 없는 돌탑으로 남아 철거 시비에 직면하고 있다. 그런데 울주군의 해명이 실소를 자아낸다. 십자가를 제거한 조형물을 세울 수밖에 없었던 것은 특정 종교계의 반발이 컸기 때문이며, 십자가 제거 문제는 신트라 시의 사전양해 하에 이뤄진 일이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울주군은 이러한 반발을 예상치도 못한 채 적잖은 혈세를 들여 호카곶 상징물 건립을 밀어붙였단 말인가?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 이면에는 선출직 정치인의 이미지 타격을 우려한 정치적 노림수가 숨어 있었다고밖에 해석할 수 없다. 만약 포르투갈 언론이나 신트라 시당국이 간절곶 해맞이광장에서 벌어진 이 희한한 소식을 뒤늦게라도 알게 된다면 도대체 어떤 반응을 보이겠는가?

울주군은 더 이상 국제적 망신살이 뻗치지 않도록 십자가탑에 십자가를 도로 얹든지 아예 철거를 하든지 양자택일의 결단을 조속히 내렸으면 한다. 간절곶공원의 정치적 오염을 막기 위해서라도 불가피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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