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산책]대학의 겨울방학
[대학가산책]대학의 겨울방학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1.04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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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 만나는 분들은 대부분 “이제 방학하셨죠? 편하시겠네요.”라는 말을 자주 하신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울산과학대학교는 12월 28일 종강을 했다. 종강이 늦은 이유는 ‘보강주’ 때문이다. 한 학기 15주의 학사일정이 끝나고 나면 국가공휴일이나 학교행사 등으로 휴강한 만큼 기간을 배정해 보강하는 주를 운영한다. 그래서인지 종강은 항상 다른 학교보다 1주 이상 늦다.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분들은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을 것이다. 그 시절은 정치적인 문제로 데모와 휴강이 정상수업보다 많았던 때여서 휴강은 자연스러웠고 보강은 형식적이었다. 그래서 대학교에 임용된 후 가장 신선하고 놀라운 일 중의 하나가 이 ‘보강주’였다. 교수는 공무로 휴강을 해도 보강은 반드시 해야 한다. 그러나 보강 일정을 잡기가 쉽지 않아 대부분 휴강을 안 하려고 할 정도로 수업일수를 철저히 지킨다.

방학이면 교수들은 학교에 안 가도 되는 줄 아는 분들이 아직도 많은 것 같다. 방학과 동시에 성적처리와 출석부·수업품질관리(CQI)보고서 제출, 성적 및 장학 사정회 등의 학사일정을 마치면 1월 중순이 된다. 그 중간에 다음 학기 시간표 작성부터 강의계획서 제출, 강의 준비와 같은 교육관련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힘든 일은 거의 매일 출근하는 일이다. 각종 국책사업에 따른 보고서 제출이 줄을 잇기 때문이다. 또 수업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종 워크숍이 방학 중에 열리다보니 1월에는 매주 1박2일의 워크숍이 잡혀있을 정도이다. 그 외에도 입시업무를 위한 고교 홍보방문과 취업을 위한 산업체 방문은 방학 중에 더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이런 학교교육과 행정관련 업무 외에 교수 개인의 연구논문과 교재·저서 작성 업무는 그야말로 시간을 쪼개 교수가 개인적으로 수행해내야 하는 일이다.

교수만 이렇게 바쁜 것이 아니다. 학생들도 방학이 사라진 지 오래다. 1학년 겨울방학부터는 방학이 능력향상을 위한 새로운 학기일 뿐이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방학은 학기보다 더 바쁘다. 학생들의 방학 프로그램 중에 ‘전문가 과정’이라는 것이 있다. 전문가가 되기 위한 과정으로 전문가들을 초빙하거나 학생들이 전문가가 있는 현장이나 연구소, 교육센터를 찾아가 40~120시간의 교육을 받는다. 이번 방학에는 환경화학공업과, 전기전자공학부, 기계공학부 학생들이 울산정밀화학연구소에서 ‘che mical pilot’ 전문가 과정을 통해 화학공장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어떻게 운영되는지, 각 학과마다 현장에서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배우게 된다.

‘자격증 과정’도 운영한다. 학교수업을 통해 배운 내용을 검증하고 좋은 직장을 얻는 데 필요한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것으로, 직업교육을 목표로 하는 대학으로서 적극 지원하는 과정 중의 하나이다. ‘전문가 양성’이라는 각 학부 학과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학 졸업 전까지 반드시 1개 이상의 직무관련 자격증을 따게끔 지도한다. 전기전자공학부는 ‘전기산업기사’, ‘전기기능사’, ‘산업안전산업기사’, ‘전자계산기산업기사’ 등의 자격증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직무관련 능력향상 과정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학교 내 일자리센터나 어학교육센터에서 주관하는 어학교육도 진행된다. 방학 중 하루 2~3시간 동안 기초어학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이 열려 있고, 캐나다와 필리핀 등지의 해외 어학연수도 방학 중에 진행된다. 4주간의 현장실습을 거쳐 학생들 스스로 프로그램을 구성해 해외 기업체를 방문하는 UC-cha llenge 프로그램도 방학 동안 이루어진다. 각 학과별로 학생들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어학이나 직무적성능력 향상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개설하기도 한다.

직무능력과 글로벌역량 강화를 위한 어학교육과 더불어 취업캠프 과정도 주로 방학 동안 진행된다. 2박3일 남짓한 기간 동안 학생들에게 자기소개서 쓰는 방법과 면접대비 교육이 이루어지고, 산업체 요구에 맞춰 직장인이 갖추어야할 소양과 인성에 대한 교육도 진행된다. 아침부터 자정까지 집중교육이 진행되고 졸업반 학생들의 호응이 높다. 해외 프로그램의 경우 전체 비용의 1/3 정도가 본인 부담이지만, 다른 모든 과정에서 학생들이 지불하는 비용은 거의 없고, 있다면 교재비 정도이다.

교수들은 학생들이 방학 동안 수행해야할 프로그램을 학기 중에 계획하고 방학 동안 진행·관리하고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방학 프로그램의 많고 적음이 학과마다 다르지만 공학계열 교수님들은 대부분 방학 동안 업무출장과 연수를 제외하고 매일 출근한다고 보면 틀리지 않는다. 물론 방학 중에는 수업이 없어 급한 개인용무가 있으면 스스로 일정을 조율할 수 있다. 교수라는 직업의 메리트임은 부인할 수 없지만 방학 때는 출근 안할 것이라는 생각은 우리 대학 교수와 학생들에게는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

학생들은 방학 동안 열심히 노력하면 본인들이 원하는 곳으로 훨씬 수월하게 취업할 수 있고, 교수들은 제자들의 좋은 결과와 더불어 산업체로부터 “좋은 학생을 보내줘서 고맙다”는 감사인사도 들을 수 있다. 방학은 우리 교수들에게도 학생들에게도 1년 농사를 마무리하는 가을햇볕처럼 3년 노력의 열매를 딸 수 있게 해주는 마지막 화룡점정인 셈이다.

김주연 울산과학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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