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앞 눈 치우기는 남을 위한 배려
내 집 앞 눈 치우기는 남을 위한 배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2.26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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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은 겨울철에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이 아니다. 게다가 적설량도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어린 시절 가뭄에 콩 나듯 눈이라도 내리는 날에는 동네 개들마냥 신나서 뛰어다닌 기억이 난다.

나이를 조금씩 먹어가며 어린 시절 느낀 감동만큼은 아니지만 지금도 눈 내리는 날이면 설레는 기분이 드는 것은 그만큼 울산에서 눈 구경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주민을 위해 봉사하는 공직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눈은 이제 더 이상 반가운 손님이 아니다. 자다가도 눈 내린다는 소리에 벌떡 일어나 걱정할 정도니 반가움보단 기피 대상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매년 겨울이 다가오면 각 자치단체에서는 겨울철 재난관리를 위해 많은 대책을 마련하고 도로제설에 필요한 장비를 점검하고 제설용 모래를 비치하기도 한다. 이처럼 준비를 한다 해도 도심의 주요 간선도로를 제외한 주택가 이면도로나 소방도로까지 만반의 대비를 한다는 것은 사실상 현 자치단체의 장비와 인력으로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각 지자체마다 ‘내 집 앞 눈 치우기’를 조례로 제정해 성숙한 시민의식을 고취시키고자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우리 중구 역시 ‘자연재해 예방·복구에 관한 조례’가 있어 건축물관리자에게 건축물의 대지에 접한 보도·이면도로(소로 포함) 및 보행자 전용도로에 대한 제설·제빙의 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제설작업의 시기나 방법은 규정해 둔 반면 과태료나 벌칙 조항은 별도로 두지 않아 온전히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에 의지하고 있다.

내 집 앞 눈치우기와 관련된 조례가 이미 수년전부터 제정돼 시행되고 있고 매년 이맘때면 관련 홍보도 지속적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각 자치단체마다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가 이뤄지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심심찮게 접하게 된다. 눈이 많이 내리는 서울이나 경기, 강원도 지역도 내 집 앞 눈 치우기 캠페인이 쉽지 않다고 토로하는데 몇 년에 한번 올까말까 한 이곳 울산에서야 오죽하겠는가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심각해지는 기후변화 앞에 언제 얼마나 많은 폭설이 울산을 덮칠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내일 당장 폭설에 도로가 마비되고 주민생활에 불편을 미칠 우려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이미 지난해 이례적인 가을 태풍 차바에 크나큰 상처와 아픔을 겪은 우리 중구이기에 더 이상의 재난은 일어나지 않기를 누구나 바랄 것이다.

영리한 토끼는 위험에 대비해 세 개의 굴을 파고 화를 면할 준비를 한다고 하듯 재난에 대비한 노력은 비단 자치단체뿐만 아니라 우리 주민들 스스로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비상식량을 준비하고 차량에 월동장구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눈이 오면 내 집 앞에 쌓인 눈을 치워 나와 타인의 부상이나 위험한 요인을 제거해 주는 작은 정성이야말로 앞서 말한 것처럼 준비된 토끼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교토삼굴(狡兎三窟)’의 지혜임을 명심해야 한다.

올 겨울은 손꼽아 기다려 온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대미를 장식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때문에 저 멀리 강원도 평창에서는 그 어느 해 겨울보다 많은 관광객이 방문할 올겨울을 대비해 내 집과 점포 앞의 눈을 스스로 치우기 위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한다.

비록 눈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손님일지라도 그 눈을 피해 내 집과 내 가게를 드나드는 손님들에게는 반가움과 배려를 표현해야 하고 그 작은 실천이 바로 내 집 앞 눈치우기로 시작되었으면 좋겠다.

이웃을 배려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올 겨울은 그 어느 해보다 따뜻하고 사건사고 없는 계절이 되길 희망해 본다.

이준희 중구 병영2동주민센터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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