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문화정책과 도시의 창조성
청년문화정책과 도시의 창조성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2.25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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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청년정책은 일자리 정책이 지배적이었다. 물론 청년실업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의 문제이므로 여러 정책대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청년 문제를 취업의 문제로만 지나치게 환원하면서 일자리 만들기에 치중해 왔다. 청년들은 물에 빠져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자의반타의반 스펙 쌓기에 내몰리고, 그들의 푸르러야 할 꿈의 날개에는 불안, 좌절, 포기와 같은 낱말들이 지울 수 없는 얼룩처럼 배어 있다.

청년 일자리 정책이 양질의 실질적인 고용과 안정적인 일자리를 창출해 내지 못했다는 것은 지적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진짜 문제는 청년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 청년의 전체 삶과 무관하게 따로 형성돼 있다는 데 있다. 우리는 자신의 인생에 대한 청년들의 욕구와 욕망, 희망과 기대를 굳이 이해하려 하지 않아 왔던 것이다. 직장부터 잡고 보라는 둥 우리 땐 더 힘들었다는 둥 헛바람 같은 위로뿐이었다는 말이다.

청년세대와 기성세대는 삶이 서로 다르다. 달라야 하고 다를 수밖에 없다. 기성세대가 구축한 삶의 방식이 탐탁할 리 만무한 데다 그나마 기성세대에 맞춰져 있다 보니 비집고 들어가기조차 어렵다. 더욱이 청년들의 생각에는 그 방식이란 것도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청년 문제는 이제 일자리가 아닌 보다 종합적이고도 구조적으로, 또 총체적이고도 생애전반적인 삶의 차원에서 풀어가야 한다.

청년 문제를 청년들 삶의 전체 차원으로 확장한다는 것은 그들의 인생에 대한 태도와 철학, 가치관과 정체성 즉 문화로 접근한다는 말이렷다. 청년정책은 일자리정책을 넘어 문화정책과 함께해야 한다. 올해 제정·시행된 울산청년기본조례가 ‘청년의 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를 구구절절 강조하고, 또 울산문화재단이 내년부터 청년문화기반구축 사업을 신규로 전개하는 뜻이 이것이다.

60년대 말 서구 대중문화의 동경과 함께 생성된 우리나라 청년문화는 70년대부터는 정치사회적인 갈등에도 대응한다. 80년대 정치적 민주화 과정, 90년대 이후 사회 전 분야에서의 다양성 확산 과정을 거치면서 청년문화는 팽창하는 경제적 풍요에도 불구하고 정작 청년들 자신의 삶의 조건이 궁핍하다는 현실적 모순 속에 자라게 된다. 우리의 청년은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살펴져야 하며, 그래서 청년들에게 청년정책은 억제된 자아를 찾아 스스로 표현할 수 있게 하는 통합 문화정책이어야 한다.

청년문화정책은 청년 개개인의 인권과 삶의 문제이면서 자신들이 사는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도 절대적이다. 청년세대의 분방한 기호와 취미 그리고 다양성의 미학을 이 표준화한 몰개성 사회에서도 충분히 즐기고 발휘하게 할뿐더러, 이를 통해 익숙함과 나른함에 빠진 도시를 역동적으로 활성화해야 한다. 청년세대와 그 문화가 도시의 창조성을 높여 자신들의 삶터를 창조도시로 이끌기 때문이다.

울산 청년문화의 토대를 예술창조부문 예비 인적자원에 국한하여 살펴보면, 2015년 8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대학(2·4년제)과 대학원(석·박사)의 문화예술계열 및 인접학과 졸업자 수는 울산이 464명으로 부산(3천898명)의 12%, 대구(2천170명)의 21% 수준이다. 울산에 대학 특히 예술대학이 적은 탓일진대 이는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이다. 따라서 울산의 청년문화정책은 많지 않은 인적자원이나마 밖으로의 유출을 막고 역외 자원의 역내 유입을 도모하는 전략부터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한 최소한의 정책이 청년문화 전문인력의 양성과 청년 커뮤니티활동 지원이다. 따라서 울산문화재단의 첫 해 청년문화기반구축 사업은 이에 집중할 것이다. 또한 무엇보다 긴요한 것은 정책의 주체를 설정하는 일이다. 청년은 창조성의 보고다. 시혜만 기다리는 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상상력과 창의력을 마음껏 펼치고 싶어 하는 정책의 주체다. 문화체육관광부, 울산시, 울산시 북구가 공동 주최한 올해의 문화의 달 행사를 전국 최초로 청년들이 기획했다는 것이 가장 비근한 사례다.

박상언 (재)울산문화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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