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만큼 성숙해진 ‘동구의 2017년’
아픈 만큼 성숙해진 ‘동구의 2017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2.19 20: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교육연수원 북구 이전은 안타까워>

2017년은 동구에 큰 아픔을 안겨준 해다. 이전 문제로 수년간 끌었던 울산교육연수원이 동구를 벗어나 북구 강동으로 가는가 하면 울산시선거구획정위원회의 의원정수 조정에 따라 동구의 의원정수가 축소되는 안이 나오기도 했다. 현재는 국회 정개특위의 공직선거법 개정 논의가 늦어져 획정안을 보류시킨 상태다.

어쨌든 이 모두가 동구에는 치명적이다. 저출산이라는 국가적인 사회현상으로 인구가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인데다 울산시를 보더라도 타지역으로 유출되는 인구가 많아졌다. 한때 산업도시를 표방했던 울산이 세계 조선업의 불황을 맞아 동구지역에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중공업의 구조조정은 많은 이들이 동구를 떠나게 만들었다. 근로자와 상인들이 대표적이다. 일이 없어 떠나야 하고 장사가 안 돼 떠나야 한다. 잘나가던 식당이 한 개 내지 두 개 테이블의 손님들로 겨우 버티다 적자에 허덕이던 끝에 문을 닫게 되고 급기야 임대를 내놓게 된다. 잘되었기 때문에 많이 생겼던 원룸도 매매 딱지가 나붙고 이제 원룸 건물마다 몇 개씩 비어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모든 현상이 동구를 아프게 하고 있다.

<획정위, 공직선거법 스스로 어기는 꼴>

다만 이 모두 동구의 일시적인 상황일 뿐 과감히 털고 일어나야 한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머물고 싶은 동구, 살고 싶은 동구를 위해 구청과 의회가 다함께 힘을 모으고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행정의 입장에서 보면 그 지역에 머무르는 인구의 수가 많아야 많은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각 지자체마다 인구유입 정책을 펼치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도 한다. 결국 인구수가 핵심이다.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이는 울산시선거구획정위원회가 발표한 동구의 의원정수 축소를 보더라도 여실히 드러난다. 단순히 인구가 줄었다는 이유로 의원정수를 형평성에도 어긋나게 조정하고 있다. 8만 명에 육박하는 같은 선거구 인구에 한 선거구는 의원정수가 2명이고, 또 한 선거구는 의원정수가 3명이 되게 된다. 직접민주주의와 대의민주주의를 실현하기에는 2명의 의원으로는 부족하다. 왜 불합리하게 의원정수를 조정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지만 이 모든 근본원인은 인구수에서 비롯된 것이라니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어쨌든 획정위가 선거일 전 6개월까지 획정안을 마련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과 공직선거법을 스스로 어긴 점은 결코 용납될 수 없을 것이다.

<일자리와 복지가 든든한 동구 도약을>

올해도 열흘 남짓 남았다. 참으로 어렵고 힘들었던 한 해가 지나가려고 한다. 새해는 긴 터널을 뚫고 새롭게 도약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지금 동구에 가장 필요한 정책은 무엇일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동구 주민은 무엇을 원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길 원하고 있을까. 흔히 누구든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이 가장 좋은 정주여건이기를 바라고, 그 지역에서 살아간다면 가급적 많은 혜택을 누리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지사일 것이다.

무엇보다 필자는 일자리와 복지에 무게를 두고 싶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가 된다면 일자리가 넘쳐 많은 사람들이 몰려올 것이고 지역경기도 생기가 넘쳐날 것이다. 기업이 잘돼야 나라가 잘된다는 고 정주영 회장의 기업마인드가 새삼 떠오른다.

며칠 전 아픈데도 병원비가 없어 가지 못하고 살기 어렵다며 눈물을 흘리시는 어르신을 뵌 적이 있다. 시장에서 뵐 때마다 밝고 환하게 웃음 짓던 모습이 사실은 참 많이 아팠던 것을 감추기 위한 것은 아니었는지 죄송한 마음이 생긴다. 우리 지역에는 사각지대에 속하는 많은 이웃들이 거주하고 있고 이들이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누릴 수 있는 ‘복지가 든든한 동구’가 되길 소원해 본다. 비록 너도나도 많이 아픈 한 해였지만 아픈 만큼 성숙해진 동구의 2017년으로 당당히 기억되길 바란다.

박은심 울산 동구의회 의원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