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제조족(金製鳥足), ‘금으로 만든 새의 발’
금제조족(金製鳥足), ‘금으로 만든 새의 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2.17 19: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0월 23일 환자의 뜻에 따라 ‘연명의료(延命醫療)’를 끝낼 수 있는 일명 ‘연명의료결정법(존엄사법)’이 처음으로 시행됐다. 존엄사법이 시행된 것은 연명(延命)이라는 사전적 의미에서 알 수 있듯이 인식 없이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목숨만 유지한다고 사는 게 아니라는 현대적 인식의 공감이 작용한 것으로 본다. 이런 맥락에서 조상들이 생각한 죽음에는 어떤 관념적 사고가 담겨 있는지를 살펴봤다.

옛사람들은 상징(象徵)과 상상력을 확산시켜 신앙심을 표현했다. 죽은 자를 봉송하는 의식에서 두드러진다. 사람이 운명하면 혼(魂)과 백(魄)은 각각 분리되어 가는 곳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민속에서 운명 즉시 망자의 옷가지를 지붕위에 던지면서 ‘복복복’ 하는 초혼(招魂)의식에서 엿볼 수 있다. 이는 주검을 빠져나온 혼을 부르는 의식으로 마치 급할 때 고함치는 행위와 유사하다. 불교의식에서 ‘삼혼은 아득 아득한 어딘가 돌아갈 곳이며, 칠백은 멀고도 멀리 가버린 고향 같은 곳(三魂杳杳歸何處 七魄茫茫去遠鄕)’이라 하여 혼과 백이 각각 3과 7로 나타난다. 삼혼칠백은 도교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태광(台光)·상령(爽靈)·유정(幽情)과 두 구멍이 있는 귀, 코, 눈 그리고 한 개의 입을 말한다.

주검 중심의 의식 즉 백의 처리기간인 상중(喪中)이 끝나면 혼 중심의 의식이 거행된다. 불교의 49재, 민속의 천도굿 등이다. 49재나 천도굿에는 대나무로 만든 배가 등장한다. 이를 불교의식에서는 반야용선 혹은 용선이라 부르며, 굿에서는 용배라 부른다. 용선과 용배는 망자가 저승으로 갈 때 사용하는 도구이며 산자에 의해 상징된다. 오리형 토기, 조족(鳥足), 큰 새의 깃(大鳥羽), 학신(鶴身), 학가(鶴駕), 종이학, 사찰학춤, 말 등도 시대적 변화와 지역에 따라 변천함을 알 수 있다.

‘오리형 토기’는 고대인의 부장품에서 발굴된다. 무엇이든 담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무엇에 사용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많다. 여기서는 망자가 이승에서 저승으로 물 건너가는 도구로 사용한 압선(鴨船)의 유물로 접근한다. 오리형 토기는 낙동강을 중심으로 한 신라·가야 지역에서 출토되는 것으로 보아 강변에서 생활하는 정주인의 일상에서 자주 관찰되는 오리를 본떠 만들었을 것으로 본다. 오리는 물에 가라앉지도 않으면서 물위로 유유히 헤엄쳐 다니는 생물학적 특성에서 물을 건너는 으뜸 도구로 여겼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며, 압선이 진정 물 건너 봉송하는 망자에 대한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인식에서 창출된 것으로 생각된다.

‘큰 새의 깃(大鳥羽)’은 대형 조류인 학 깃(鶴羽) 혹은 독수리 깃(禿羽)일 가능성을 점쳐본다. 큰 새의 깃은 멀리 가고 높이 날며, 오래 가는 것의 상징이다. 삼국지(三國志) 위서(魏書) 동이전(東夷傳) 변진조(弁辰條)에는 ‘큰 새의 깃으로 죽은 자를 보내는데, 이는 죽은 자가 날아가게 함(以大鳥羽送死 其欲死者飛場)’이라 했다.

‘학신(鶴身)’은 망자가 학으로 변화는 화현이다. 심청전에서 죽은 부인을 묻고 평토제를 지낸 후에 산을 내려오면서 심봉사가 “옥경의 요대가 어디인가? 학으로 변하여 나래 치며 올라가소(玉璟瑤臺 化鶴翩翩)”라고 하는 넋두리에서 찾을 수 있다.

‘학가(鶴駕)’는 ‘학 가마’를 말하는데 학이 끄는 수레 혹은 승학(乘鶴)을 의미한다. 한국 불교 사찰의 벽화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 불교에서 망자를 영가(靈駕)로 부르는 것도 타고 가는 기승물을 상징하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종이학’은 학의 깃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의 방편으로, 종이로 학을 접어 관에 넣거나 재장(齋場)에 걸거나 혹은 운구행렬에 날려 보낸다. 학과 학의 깃 또는 종이학 모두의 상승효과를 더하기 위해 불교 문화적 의미의 예술적 학춤이 있다. 이를 사찰학춤 혹은 통도사학춤작법으로 부른다. 재장의 장엄염불에 맞춰 작법한다.

‘말’은 육상의 운송도구이다. 평원을 달리는 데 말만큼 효용성이 있는 것도 없다. 그것도 세 마리면 번갈아 탈 수 있어 빨리, 오래, 멀리 갈 수 있다. 망자의 운송도구로 상징하는 말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매년 4월에 개최되는 영월의 단종제이다. 이러한 망자의 운송구가 변천되는 것은 시대에 따라 문명이 발달하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금제조족(金製鳥足)’은 금으로 만든 새의 발이라는 말이다. 1992년 양산 북정동 금조총에서 최초로 발굴됐다. 크기는 2.2㎝, 재질은 순금이다. 부장품인 조족은 금으로 만들어졌는데 몸통은 없으며 다리와 발가락으로 조형됐다. 이는 토기보다 진화된 망자의 기승구로 신분이 높은 망자의 부장품으로 짐작된다. 금제조족을 통해 양산지역이 역사적으로 문화가 상당히 발전된 상류사회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김성수 조류생태학 박사·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