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급차와 과잉단속 시비
사설 구급차와 과잉단속 시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2.13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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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서울의 도로에서 응급환자를 실은 사설(민간) 구급차를 세워 단속했던 한 경찰관 얘기가 언론을 타면서 시민들 사이에 논란이 인 적이 있었다. 당시 사설 구급차는 버스중앙차로를 따라 1.5km가량 달리면서 중앙선 침범, 신호 위반을 예사로 했고, 이 과정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시민들이 놀라서 피하기도 했다.

경찰이 차를 멈추게 하고 조사했더니 이 구급차는 어느 병원의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던 중이었다. 응급의료법상 응급환자를 이송할 때는 반드시 구조사나 의료진을 동승시켜야 한다. 경찰은 이 규정을 제대로 지켰는지 알아보기 위해 단속에 나섰고. 의료진이 없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사설 구급차 관계자는 환자가 첫 병원에서 퇴원할 때 가족과 짐을 같이 싣다 보니 더 이상 자리가 나지 않아 응급구조사를 태우지 못했다고 변명했다. 그러면서 “의료지식도 없는 경찰관이 응급환자가 탄 구급차를 왜 안 보내주느냐”며 비난을 퍼붓기까지 했다.

후송 시간과 구급차 내 응급처치는 환자의 예후에 결정적 역할을 미친다. 정말 한시가 급한 응급환자를 태운 구급차를 경찰관이 멈춰 세우다 보면 시간지체로 ‘골든아워’(골든타임)를 놓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이 소식을 접한 많은 시민들은 경찰의 구급차 단속이 과연 적절했는지를 두고 의문을 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시각도 엄연히 존재한다. 응급환자도 없이 교통법규를 위반했다가 적발된 사설 구급차가 최근 3년간 9천 건에 육박했고, 이런 추세가 해마다 급증하는 탓이다. 사실 사설 구급차는 지입제 비슷한 형식으로 허가를 받고 운영되는 특성상 불법·편법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꾸준히 단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그래서 나온다.

결론적으로, 사설 구급차는 엄격하게 운영돼야 도로에서 믿음이 가고, 진짜 위급한 상황에서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 그리고 경찰은 사설 구급차에 대한 ‘과잉단속’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경찰청은 최근 과잉단속 시비를 없애기 위해 사설 구급차의 법규위반에 따른 단속 지침을 개선했으므로 잘 알아둘 필요가 있다.

사설 구급차의 교통법규 위반 사실이 발견되면 경찰은 일정거리를 뒤따르며 순찰차 방송을 통해 ‘응급환자에 대한 에스코트’ 의향을 묻고 경음기를 계속 울리게 해서 응하면 즉시 에스코트에 나서도록 한다. 만약 사설 구급차가 경음기를 울리지 않고 응급환자도 태우지 않았다고 판단되면 차량을 안전한 장소에 세우게 하되, 필요하면 에스코트를 계속하도록 한다. 또한 에스코트가 끝난 뒤에는 환자의 상태를 살펴 응급환자 여부를 확인토록 한다.

사설 구급차에 탄 사람이 진료가 아닌 다른 용무를 보는 사람, 대학병원에서 소형병원으로 이송 또는 퇴원하는 사람, 진료를 예약해둔 환자, 이미 사망한 사람인 경우는 ‘응급환자’의 범위를 벗어나므로 단속 대상이 된다. 다만 후송 중 사망한 경우, 전염병 또는 대형사고 피해자인 경우, 고전염성 사체 및 응급장비를 이송하는 경우는 구급차 본래의 용도에 어긋나지 않으므로 단속 대상에서 제외된다.

과속, 신호 위반, 중앙선 침범을 일삼는 사설 구급차를 그대로 방치하면 2차 사고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그러더라도 경찰은 ‘공감 받는 단속’을 늘 명심하고, 응급환자에게 ‘골든아워’를 지켜주는 경찰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지철환 동부경찰서 서부파출소 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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