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말 한마디
따뜻한 말 한마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2.13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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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감정노동자의 인권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우리 경찰관도 감정노동자에 포함이 될까라는 궁금함이 들었다. ‘감정노동자’란 ‘고객을 응대할 때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통제하는 일을 정상적으로 하는 근로자’를 말한다.

사건현장에 나가서 민원인들을 상대하다 보면 참을성을 요하는 경우가 많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무작정 반말이나 사건과는 무관한 말을 건네면서 시비를 거는 술꾼이 있는가 하면 민원인을 도와주러 온 경찰관에게 도리어 면박을 하거나 화까지 내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이럴 때 우리 경찰관들은 감정이 잘 추슬러지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감정을 드러내면 역효과가 나타날 것을 우려해 억지로 감정을 억누를 때도 적지 않다.

필자도 경찰에 입문하기 전에 편의점을 운영해 본 적이 있어서 감정노동자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점포수익 창출을 위해서라면 속된 말로 간이나 쓸개까지 다 빼줄 정도의 친절함은 기본이었다. 그러다가 일을 마치고 귀가한 뒤에는 괜히 부모님이나 가족들에게 화풀이를 하게 되고, 그런 필자의 모습을 느낄 때는 한숨을 내쉬는 일이 다반사였다.

민원인들이 경찰관의 도움을 필요로 할 때에는 정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으로 신고를 한다. 분실사고나 불법주정차와 같은 민원이라 해도, 사람의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르듯이, 우리 경찰이 먼저 귀를 기울이고 도움을 주려고 노력한다면 민원인들도 우리에게 대하는 태도가 사뭇 달라질 것이다.

며칠 전 주간근무를 하던 중 지구대에 어린이가 찾아온 적이 있었다. 엄마 손을 꼬옥 붙잡고 아장아장 걸으면서도 한손에는 편지봉투 하나를 꽉 움켜쥐고 있었다. 그러더니 “경찰아저씨 편지 가지고 왔어요. 저도 커서 경찰이 되고 싶어요.”라는 말과 함께 편지봉투를 건네는 것이었다. 편지지에는 울퉁불퉁한 글씨체로 “힘내세요 경찰아저씨, 사랑해요.”라고 적은 글귀와 함께 어린이가 직접 그린 꽃과 경찰관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날 어린이의 방문과 따뜻한 말 한마디는 우리 지구대의 분위기를 한층 더 따뜻하고 활기가 넘치게 해주었다.

이와는 달리 가정폭력, 차량 교행중의 시비와 같은 온갖 사건들의 시발점이 곰곰이 따져 보면 ‘말 한마디’에 있는 경우가 참으로 많다. 사소한 일에 화를 참지 못하고 입에 담지 못할 욕설에다 언성까지 높여서 하는 말싸움이 폭력, 더 나아가서는 살인사건과 같은 중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세상이 각박해지고 살기 힘들어진다는 말이 많아지고 이웃 간의 왕래가 줄어드는 시대가 요즘이다. 이럴 때일수록 먼저 다가가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먼저 건넨다면 우리 사회가 좀 더 살맛나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경찰관서를 찾아오거나 전화를 걸어오는 민원인들에게, 제복을 입은 경찰관으로서, 조금만 더 신경을 쓰고 친절히 응대한다면,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따뜻한 사회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 가까이에 다가와 있지 않을까. “수고했어, 오늘도”라는 말 한마디를 누군가에게 따뜻한 말씨로 건네고 싶다.

최성근 울산중부경찰서 병영지구대 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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