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높이는 北 미사일 위협
‘몸값’ 높이는 北 미사일 위협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2.05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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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북한이 75일 만에 미사일 시험발사를 재개했다. 이번에는 지난 9월 15일 발사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이 아닌, 화성-14형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시험발사했고, 이는 지금까지 쏘아올린 미사일 중 가장 위협적인 성능을 갖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날 새벽 3시 17분에 발사된 북한 미사일은 고도 4천500km 지점에 도달해 53분간 날아간 후 일본 혼슈 북쪽에 낙하했다. 발사지점으로부터 낙하지점까지의 거리는 약 960km이다. 북한은 올해 모두 15차례 20발의 미사일을 쐈다.

미국 전문가들은 이번에 쏜 미사일의 사거리를 1만3천km 이상으로 추정했으며, 일본 방위성도 역대 최장거리를 비행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북한 동해안에서 미국의 알래스카까지는 5천여km, 서부연안까지는 8천200여km이며, 워싱턴DC까지는 약 1만1천여km이다. 이론상으로는 북한 미사일이 미국 전역을 위협할만한 성능을 갖췄다는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는 북한을 방문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지 못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됐던 바다. 북한이 시 주석의 특사를 홀대한 것은 올해 내로 미국과 담판을 짓겠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아울러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여전히 미미하다는 점도 거듭 확인시켜 준다. 이를 예견한 탓인지, 중국은 쑹타오가 귀국하자마자 자국의 평양행 항공노선을 폐쇄하는 등 추가적인 대북 제재조치를 취했다. 결국 한·미·일이 중국에 강력히 요구했던 ‘대북 제제 강화를 통한 대북 영향력 행사’가 이렇다 할 실효(實效)가 없다는 점이 거듭 확인된 셈이다.

또, 북한의 입장에선 핵이나 미사일의 기술적 측면에서 진전이 있기 때문에 어설프게 지금 대화 테이블에 나가는 것보다는 일을 저질러 놓고, 즉 ‘몸값’을 높여 놓고 나가겠다는 것이란 생각이다. 미국이 일본과 호주, 인도 등을 끌어들이면서 압박해 들어오자 이번과 같이 ICBM 미사일을 발사하면, 즉 미국을 위협할 정도의 무력시위를 벌이면 미국의 태도가 바뀔 것이라는 판단도 있음이다.

북한이 오랜 침묵을 깨고 75일 만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재차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북한의 11·29 도발은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이라는 정부의 기대 섞인 전망을 깬 것은 물론, 문 대통령이 언급한 레드라인(Red line·한계선)에 한층 더 다가서면서 대북 정책에 있어 운신의 폭을 더욱 좁히게 됐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이 레드라인으로 스스로 규정한 ‘ICBM에 핵탄두 탑재’ 상황 가운데 첫 번째 조건인 핵탄두 운반체인 ICBM이 갖춰졌다는 점에서 위기감이 남다르게 다가온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한·미·일 3각 군사동맹의 강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은 매년 갱신하는 것으로 체결했는데, 북한이 저렇게 미사일을 쏘면 협정은 계속 유지될 수밖에 없고 한·미·일 3국은 3각 군사동맹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이 그동안 2~3개 채널을 가동하며 물밑 접촉을 보였던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거두고 있다. 그리고 한·미 두 정상이 한반도 정세에 대한 상황 변화 인식을 공유하면서 만들어 온, 평창 동계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만들겠다는 이른바 ‘평창 구상’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몸값’ 높이려는 이들의 ‘확신’과 우리 정부의 ‘안이(安易)한 대처’는 동상이몽(同床異夢)일 뿐이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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