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1공장 노조의 백기투항
현대차 1공장 노조의 백기투항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1.29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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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가쁘게 돌아갔던 현대자동차 1공장 노조의 파업 사태가 이틀 만에 진정됐다. 당초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 것만 같았던 이번 파업사태는 1공장 노조가 28일 밤늦은 시각까지 비상간담회를 열어 전격적인 파업철회 결정을 내리면서 마무리됐다.

이번 파업은 코나가 인기를 끌자 회사가 물량 확보를 위해 지난달부터 1공장 12라인에 추가 투입하기 위한 노사 협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회사는 맨아워 협의와 무관한 사항을 요구하는 노조와 더 이상 의견차를 좁힐 수 없다고 판단해 독자적으로 12라인을 가동시켰고, 이에 반발해 노조가 파업을 벌이게 된 것이다.

애초에 명분이 부족했다. 이틀 만에 꼬리를 내린 현대자동차 1공장 노조의 파업사태는 노조로서는 그렇게 명분이 허약한 투쟁이었다. 로프에 의지해 절벽을 힘겹게 오르고 있는 두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둘은 산 정상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갖고 있는 만큼 서로 적이 아니다.

그런데 한참 같이 로프를 타다가 갑자기 한 사람이 로프를 막 흔들어대기 시작한다. 그러는 이유는 하나밖에 없다. 예전부터 둘의 사이가 안 좋았던 것. 그래도 당하는 쪽에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외친다. “야! 우리 지금 절벽 타고 있다고!”

함께 절벽을 타고 있는데 밉다고 로프를 흔드는 행위라. 당신이라면 선뜻 이해가 되는가. 당연히 안 될 거라 생각된다. 하지만 1공장 노조의 이번 파업은 노사를 떠나 ‘회사’라는 보다 큰 카테고리로 봤을 땐 사실상 이와 비슷한 행위였다.

지난 6월부터 1공장 11라인에서 양산되기 시작한 코나는 자동차 업계의 불황 속에서도 출시 전부터 사전예약이 폭주했고, 현재까지 꾸준한 판매량을 보이며 그나마 회사를 지탱해온 소위 효자 차종이다. 비유하자면 불황 속에서 절벽을 오르고 있는 회사와 노조가 함께 잡고 있는 ‘로프’인 셈. 그걸 흔들어댔으니 노조의 명분은 당연히 약할 수밖에 없었다.

자. 그럼 그 상황에서 회사가 할 수 있는 건 뭐가 있을까. 이미 절벽에 대롱대롱 매달린 상황에서 다시 내려갈 순 없지 않는가. 그랬다. 노조가 로프를 흔들어대도 회사는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 살아야 하니까.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자마자 회사는 곧바로 원칙을 표방했고, 로프를 흔들어대는 행위, 즉 불법 파업에 대한 엄정 처벌과 파업으로 일을 안 한 만큼 무노동 무임금이라는 원칙으로 맞섰다. 그리고 이틀 만에 노조는 파업을 전격 철회했다.

현재 현장에서는 1공장 노조의 파업 철회를 두고 “백기투항”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1공장 내 현장조직인 ‘1공장 공동행동’은 이날 대자보를 통해 사측에 백기투항 한 노조사업부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고 한다.

사실 회사의 원칙은 하나였다고 생각된다. 절벽을 무사히 오르는 것, 바로 위기극복이었다. 하지만 그건 노조도 같아야 하지 않나. 같은 회사잖아. 하지만 이번 일을 겪으면서 노조에겐 절벽을 무사히 오르는 것보다 같이 절벽을 함께 오르고 있는 회사에 대한 미움을 표출하는 게 더 중요히 여긴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상황에서 어떻게 감히 로프를 흔들 생각을 할까. 물론 노조에게도 나름대로의 원칙이 있을 터.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일단 살고 봐야 하는 게 원칙이 돼야 하지 않을까. 회사와 노조, 그들이 남이가.

이상길 취재 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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