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는 알아서 멈추지 않는다.
차는 알아서 멈추지 않는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1.27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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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들이 가장 흔히 하는 착각 중의 하나가 ‘차가 알아서 멈추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이라 한다. “사람이 먼저지 차가 먼저냐”, “사람이 길을 건너면 차가 멈춰야 한다”고 흔히들 말한다.

요즘 건널목에 서 있는 사람들을 가끔 보면 자기 휴대폰만 보고 있다가 옆 사람이 움직이면 무의식적으로 앞으로 걸어 나가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우리나라의 교통사고 사망자 10명 중 4명이 보행자이고, 이 수치는 노르웨이, 프랑스, 미국, 일본, 폴란드 등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다고 한다.

겨울철에 무단횡단 사고가 잦은 이유는 매우 다양할 것이다. 하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보행자의 안전 불감증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운전자 입장에서는 겨울철에 눈이나 결빙 구간이 많이 생겨 도로환경이 나빠지고 여름보다 야간운전 시간이 길어지다 보면 대응이 무척 어려울 수 있다.

또 운전자가 음주운전을 하거나 신호·속도위반 등의 교통위반행위를 범했을 때는 인명피해가 의외로 크게 날 수도 있다.

보행자가 녹색신호를 보고 건너가더라도 교통사고는 언제든지 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므로 도로를 건널 때는 항상 주변을 먼저 확인하고 조심하는 습관을 기를 필요가 있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 차는 항상 보행자의 왼쪽 편에서 오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안전거리를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자면 횡단보도의 오른쪽으로 건너는 습관을 기를 필요가 있고, 차가 오는 방향과 차가 올 수 있는 방향을 확실히 인지해 두어야 한다.

무단횡단은 자신의 소중한 생명을 다른 이에게 맡기는 무모한 행동이다. 운전자가 멈추어 설 것이라 믿고 무단 횡단을 하거나 녹색신호만 믿고 횡단보도를 지나가려다 보면 평생 후회할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최근 대법원 판결을 보면 운전자의 책임을 주로 묻던 과거와는 달리 보행자의 책임을 크게 묻는 경향이 늘고 있다.

지난 1월, 편도 4차로 간선도로를 무단 횡단하던 사람이 차에 치여 숨지자 법원은 사고를 낸 운전자에게 무죄판결을 내렸다.

사고가 난 곳이 횡단을 해선 안 되는 지점인데다 블랙박스 영상에 운전자가 속도규정을 잘 지킨 것으로 나타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단횡단의 경우 폭이 넓거나 큰 도로일수록 보행자의 과실은 점점 더 커진다. 특히 고령자는 젊은 층과 비교해 시력과 청력이 떨어지고 인지반응속도가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늦기 때문에 더더욱 조심을 해야 한다.

보행자 사고율을 줄이기 위해 경찰에서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관내 노인회관을 주기적으로 찾아가 교통안전 교육을 하고, 학교 주변 등하굣길에서 사고 예방 활동을 하고, 교통사고 요인을 점검하고, 교통법규 위반자 단속에도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공간디자인을 이용한 다양한 시도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보행자의 안전 불감증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보행자 사고율은 좀처럼 줄지 않을 것이다.

보행자 스스로 안전을 생각하고 ‘차는 알아서 멈추지 않는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지철환 동부경찰서 서부파출소 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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