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행복하면 저도 행복합니다
주민들이 행복하면 저도 행복합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1.16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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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젊은 동장이 오니까 좋네.” 올해 초 북구 농소1동장으로 발령받아 지역 23개 경로당으로 인사하러 갔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어르신들은 젊은 동장을 환영해 주셨고 격려의 말도 아끼지 않으셨다.

따뜻하게 내 손을 꼭 잡은 어르신들의 눈빛은 ‘젊으니까 더 열심히 일하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10개월이 넘은 지금도 길 가다 만나는 어르신들의 반가운 인사에 내가 부족한 점은 없었는지,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근무의지를 새롭게 다지게 된다.

농소1동은 인구가 3만3천여명의 도농복합도시이자 농소읍 소재지다. 100년이 넘은 호계역, 호계시장 등 과거부터 농소지역의 사회·경제적 중심지였다. 동북쪽으로 동대산이 감싸고 서쪽으로 동천을 접하고 있고, 전원도시 개발이 한창인 곳이다. 올해 말까지 대규모 공동주택단지 3곳의 동시입주도 예정돼 있어 울산 주거타운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떠오른 동네이기도 하다. 오토밸리 2공구 공사가 마무리됐고, 농소~옥동간 도로 2구간도 얼마 전 개통돼 사통팔달 교통망도 갖춰졌다. 농소운동장~강동간 터널공사와 동해남부선 왕복철도, 창평동 신역사 건립 등이 완료되면 도시발전의 폭발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년여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을 했다. 사소한 모든 것들이 다 행복했고,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울산시청자미디어센터와 마을방송 ‘호계다방’의 진행은 주민들 스스로가 주인공이 돼 동네 구석구석을 주민들에게 알리고 화합하는 시간이었다. 또 우리 지역에 살고 있는 지역아동센터 어린이들과 같이 운영한 ‘우리 동네 탐험대’는 파출소와 도서관, 119안전센터, 종합사회복지관을 함께 찾아가고 동대산도 오르며 우리 지역을 더 자세히 알아보는 기회였다.

‘호계역·홈골 축제’와 ‘은행나무 작은 음악회’에서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재능기부를 자청하며 언제든 동참하겠다고 다짐하는 이들의 마음은 따뜻함 그 자체였다. 지역의 어린이집과 유치원 어린이들이 고사리 손으로 감자와 고구마를 캐던 홈골 어린이체험학습장은 ‘까르르’ 즐거운 웃음소리가 떠날 줄을 몰랐다.

올해 초 경로당 인사를 시작으로 야간방범순찰, 원지마을 명예이장 위촉식, 재활용품 문전수거 현장 확인, 새마을회 꽃 심기, 다문화 학생 교복 전달, 동네 환경정비, 구민체육대회, 경로잔치 등으로 보낸 지난 1년은 우리 지역 곳곳을 둘러본 보람찬 한 해였다. 그곳에는 주민자치위원, 통장, 새마을·바르게살기 회원 등 ‘세상에서 가장 착한 사자’라는 자원봉사자들이 어김없이 있었다. 그들의 봉사정신은 동장인 필자뿐만 아니라 주민들에게도 살고 싶은 동네라는 확신을 가져다주었다. 매월 경로당 어르신들께 식사를 대접하겠다는 식당 사장님, 공부에 소질을 보이지만 형편이 어려워 뜻을 펼치지 못하는 한부모가정 남매를 후원하는 키다리아저씨도 있었기에 우리는 더 행복할 수 있었다.

한글교실 어르신들께 강의를 한 적이 있었다.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와 공부가 얼마나 행복한 노후를 만드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 사례와 동영상을 통해 알려드렸다. 한글교실에 그만 다니려 했던 자신이 부끄럽고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며 손을 꼭 잡아주시고 그 다음 주에는 친구분도 함께 모셔온 그 할머니가 지금 필자에게는 동장 역할을 더 열심히 하라는 힘찬 응원의 메시지로 다가온다.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도, 어르신들의 인자한 웃음도 좋다. 농소1동이 살고 싶은 동네가 되도록 내가 가진 능력 모두를 발휘하고 동을 떠나는 날, 주민들이 수고했다며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는 그날을 상상하며 오늘도 주민들과 함께하고 있다.

김현동 북구 농소1동 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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