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미술관에 암각화 상설전시관을
시립미술관에 암각화 상설전시관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1.08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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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들은 말을 배우기 전이라도 그림을 그리고 느끼기도 한다. 인간이 그림을 배우지도 않고 지식이 없어도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에게 미술에 대한 원초적 본능이 있음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미술 그 자체가 인간의 역사이고 미술양식의 변화가 인간 생활양식의 변화를 반영한다고 한다. 미술작품을 감상한다는 것은 그것을 낳은 시대와 정면으로 마주보는 것이고, 그 시대의 문제뿐 아니라 도전과 영광까지도 목격하는 것이다.

선진국들이 박물관과 미술관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이유는 단순히 과거를 재현하거나 관광수입을 올리려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박물관과 미술관을 통해 세계와 인류에 대한 자신의 이해의 깊이와 폭을 보여주면서 인류의 업적에 대한 존중까지도 담아내려고 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미술은 세계를 이끌어가는 리더십의 원천인 셈이다.

울산시립미술관은 온갖 우여곡절 끝에 옛 울산초등학교 부지에 684억원을 들여 2018년 1월 착공해 2020년 1월 준공할 예정이다. 시립미술관 건립사업은 현재 기본·실시설계가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시민들 사이에는 시립미술관이 대체 어떤 형태의 미술관을 지향하는지, 논란이 많았다. 이에 울산시는 지난달 내부 착수보고회를 열고 미술관 MI(Museum Identity) 개발 및 종합공간 구성에 대한 용역에 들어갔다. 용역은 미술관의 목표와 비전, 대외위상에 일관된 시각체계를 구축하고 통합적 공간디자인 개념을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서 이와 관련된 제언을 몇 가지 하고자 한다.

그동안 지역 언론을 통해 울산시립미술관의 롤모델로 파리의 ‘퐁피두센터’가 많이 거론되었다. 그래서 2년 전 직접 퐁피두센터를 찾아간 적이 있다. 퐁피두센터는 1969년 당시 대통령 퐁피두가 파리 중심부 재개발 계획의 일환으로 1977년에 세운 것이다. 이곳은 미술관이 주요 근간이지만 도서관, 문화진흥부, 심지어 음악연구소까지 들어와 있다. 울산시립미술관이 중구의 원도심으로 들어오게 된 결정적인 계기도 울산에서 가장 낙후되고 상권이 쇠락해 가는 원도심을 획기적으로 재생시켜 보자는 취지에서였다. 이 원칙과 방향이 맞다면, 개인적으로, 시립미술관이 퐁피두센터처럼 ‘복합문화공간’의 성격과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선진국의 모든 박물관과 미술관은 자기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표현하고 있다. 박물관과 미술관이 경쟁적으로 많아졌기에 특성이 없으면 대중으로부터 외면받기 일쑤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은 그리스·로마 시대와 중세의 미술품들을 주로 전시하고, 19세기 기차역을 개조해서 지은 오르세 박물관은 1848∼1904년 사이의 세계 걸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다. 주변의 주거정비를 고려한 퐁피두센터는 국립 현대미술박물관으로서 갖추어야할 복합예술공간으로서 도서관은 물론 영상관까지 갖추고 있다. 이렇듯 미술관은 제각기 특화된 지향성이 있어야 한다.

미술관은 건물을 짓는 데 많은 돈이 들어가지만 더 많은 비용은 소장품을 매입할 때 들어간다. 울산시 재정여건 하에서는 50억짜리 작품 하나도 보관하기 어려울 것이다. 적은 예산으로 미술관을 특화시키는 것이 쉽지 않기에 울산시민 모두의 지혜가 필요한 상황이다. 다행히 울산은 인류미술의 보고를 지니고 있다. 바로 반구대암각화다. 가장 원초적인 인류의 미술작품이 반구대암각화와 천전리암각화(각석)인 것이다. 인류미술의 발자취를 보여주는 걸작이다. 시립박물관 안에 반구대암각화 특별상설전시관을 만드는 것 자체가 세계 어느 미술관도 따라올 수 없는 특화라고 생각한다. 박물관과 미술관의 설립 목적은 인류의 업적을 존경하고 전수하는 데 있다.

울산의 정체성은 반구대암각화에서 시작된다고 본다. 그래서 고래축제도 하지 않는가. 전 세계 암각화와 관련된 작품을 함께 전시한다면 울산시립미술관만의 독창적인 콘텐츠를 보유하게 될 것이다. 물론 대곡리 암구대박물관과는 차별화하여 내용을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지리적 접근성에 있어서 중구가 뛰어나기에 온 국민에게 암각화를 홍보하는 데 유익한 점이 많을 것이다. 시립미술관 안에 암각화 상설전시관을 둔다면 설계단계부터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그간 미술관 부지 선정과 관련된 논의는 활발했지만 정작 시립미술관의 방향성에 대한 시민들의 참여와 논의는 활성화되지 못한 감이 있다. 시립미술관 종합공간 구성 용역이 진행되는 지금, 공청회를 통해 다양한 시민들의 의견이 용역에 반영되었으면 한다. 이것이 ‘숙의민주주의’가 아닌가. 이태리 르네상스의 추진력은 작가와 작가를 지원하는 심미안을 지닌 지도자 그리고 광장에서 작품을 왁자지껄 욕하면서까지 애정을 표현한 시민들한테서 나왔다.

임현철 울산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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