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교육의 빛과 그림자
울산교육의 빛과 그림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1.06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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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교육청 소속이었던 ‘울산시 교육청’이 ‘울산광역시 교육청’으로 따로 현판을 바꿔 달고 새로운 걸음을 시작한 지 어느덧 20년의 세월이 지나갔다. 광역시교육청으로 승격된 지 20년, 이제는 성인이 되어버린 울산교육을 스스로 자축하는 의미와 함께 그동안의 교육활동 성과에 대해 되짚어보고,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해 보는 뜻 깊은 자리가 지난 10월 27일(금)부터 29일(일)까지 사흘 동안 울산과학관 등지에서 제법 성대하게 열렸다.

‘꿈과 끼를 살리는 울산, 행복교육을 노래하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박람회는 모두 8개의 주제별 행사관의 다양한 체험행사와 더불어 학생들의 넘치는 끼를 발산하는 재미있는 공연, 김용택 시인의 특강, 수업과 혁신학교에 대한 포럼 등 260여 개 프로그램으로 다채롭게 진행되었다.

광역시 교육청으로 승격된 이후 교육관련 행사가 이토록 다채롭고 풍부한 내용으로 펼쳐진 적은 없었다.

지난 시절의 교실과 다가올 미래의 교실을 통한 교육의 시대적 변화상을 살펴보게 하는 ‘주제관’의 전시 기획도 의미가 있었지만, 각각의 행사관 또한 지금의 울산교육 상황에 걸맞은 교육적 과제를 중심으로 꾸려져 좋은 반응을 얻었다.

3일간의 박람회 기간 동안 날마다 한 주제를 정해 직접 참여해 보았던 ‘관람객’의 입장에서도 이번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했던 많은 교사들과 교육청 장학사들, 그리고 각각의 부스에서 체험활동을 도와주었던 숱한 자원봉사자들에게 참으로 고마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멀리 진주를 비롯한 다른 지역 학교에서도 직접 찾아와서 울산의 학생들과 시민들에게 준비한 주제를 소개하고 체험활동을 권유하는 장면은 너무도 인상적이었다.

점심 한 끼도 마음 편히 먹지 못하고 몰려드는 인파를 피해 건물 출입구 옆 공간에 쪼그리고 앉아서 허겁지겁 짜장면을 먹던 여학생들의 해맑은 웃음들, 그리고 끝없이 밀려드는 커피 주문에 커피머신 앞을 떠날 틈조차 없었던 울산공고 바리스타 학생들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들은 이번 박람회를 성공적으로 뿌리내리게 한 주연들의 모습 바로 그대로였다. 다만, 시민들과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만큼 현장의 교사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포럼이나 세미나, 토론회들이 주제별로 세분화되어 깊이 있는 내용으로 전개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아직도 긴 여운처럼 남아 있다.

교육박람회의 이러한 행사들이 울산교육의 빛과 같은 존재였다면, 지난 3일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린 김복만 교육감에 대한 선고공판의 속살은 울산교육의 부끄러운 민낯이자 어둠과 같은 존재였다.

재판부의 준엄한 심판은 오래 전부터 소문으로만 들려오던 학교시설단과 교육감의 비리로 상징되는 울산교육의 일그러진 모습을 온 세상에 적나라하게 드러낸 셈이 되고 말았다.

특히 “공동정범으로 인정하기에 충분하다”며 그의 부인 서씨에 대해서까지 무거운 처벌을 내린 것은 잘못 선출된 교육감으로 인한 교육피해가 얼마나 깊은 생채기로 남게 되는지를 웅변으로 알려주고 있다.

학교장과 교감 및 전문직에 대한 인사이동 시기가 되면 조용히 번지던 말이 있었다. 바로 “교육감 부인에게 ‘줄을 섰다’”라는 말이었고, 제발 헛소문이길 바랐던 말이기도 했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유난히 ‘청렴’을 강조하던 이가 수장으로 있었던 교육청이었기에, 일선 교육현장의 분노와 한탄은 더욱 깊어만 가는 느낌이다.

3년마다 모든 학교가 받게 되는 정기 감사 때가 되면 동전 한 닢이라도 잘못 쓰지는 않았는지, 빠뜨린 서류는 없는지, 걱정부터 미리 하던 현장의 교사들과 행정직원들이 어찌해서 그처럼 위선적인 교육감의 행동에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는가? 현장의 비리에 대해서는 추상같은 서릿발로 다가오던 ‘감사실’ 또한 교육감과 그 수하 직원들의 비리에 대해서는 상상도 못했는지, 아니면 아예 눈 뜨고 살펴볼 생각조차 못했는지, 짐작마저 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현장의 상처가 더욱 잘 아물지 않는지도 모를 일이다.

따지고 보면 빛도 그림자도 모두 울산교육의 몫이다. 그런 만큼, 어두운 그림자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반성하고 새 출발을 다짐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성숙한 스무 살 연륜의 교육청이 나아갈 길이 아닌가 한다.

김용진 울산 명덕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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