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받는 미국의 ‘패권주의’
도전받는 미국의 ‘패권주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1.06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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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전 세계는 텔레비전을 통해 생중계되는 전쟁을 시청하고 있었다. 뉴스 앵커는 페르시아 만의 미국 항공모함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에 있는 축구경기장 골문을 명중시킬 수 있다고 열을 올리고 있었다. 전 세계 사람들은 그 미사일이 터짐으로써 죽게 될 수많은 사람들을 망각하고, 그 섬광과 과학기술의 정교함에 그저 감탄하기 바빴다. 걸프 전쟁의 시작이었다.

걸프 전쟁은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자, “침략자를 응징하고 자유를 옹호한다”는 명분으로 세계의 최강국들이 다국적군을 편성해 이라크를 공격한 사건이었다. 이라크에 대한 공습이 개시된 지 43일, 지상전이 개시된 지 불과 4일 만에 이라크는 항복했다.

걸프 전쟁은 21세기 전쟁의 새로운 양상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미국은 이 전쟁을 통하여 정치적·군사적 초강대국임을 다시 한 번 과시했다. 당분간 미국을 제지할 나라는 없어 보였다. 걸프 전쟁을 통해 미국은 페르시아 만의 석유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한편, ‘반미’를 주장하는 서아시아의 민족주의 정부나 단체들에게 확실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나아가 ‘세계 경찰’ 역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인 미국의 뜻을 거슬러서는 안 된다는 점을 전 세계에 과시했다.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권이 무너지면서 미국을 견제할 어떠한 적도 없어졌음에도 미국은 여전히 군비를 줄이지 않았고, 걸프 전쟁을 통해 전 세계에 자신의 힘을 과시했다. 그러나 미국의 미래가 밝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이런 미국의 패권주의, 일방주의는 세계의 반발을 불러왔다. 2001년 미국 본토를 공격한 9·11 테러 사건은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한 반미 세력의 적대감이 얼마나 큰가를 보여 주는 단적인 예이다.

사회주의 소련이 해체되자마자 ‘G1’ 미국은 걸프 전쟁을 통하여 최강국임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군사적인 우위 말고는 경제적·도덕적인 우위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유럽 연합과 일본은 물론 ‘G2’ 중국의 도전도 거세다. 물론 한국의 사드 배치와 관련한 반발로 볼 수도 있다지만 내면에는 미국의 패권주의에 반발하는 움직임이다.

‘패권(覇權)’이란 어떤 분야에서 으뜸의 자리를 차지한 권력 또는 국제 정치에서 힘이나 경제력으로 다른 나라를 압박하고 자기의 세력을 넓히려는 권력을 말한다. 또, ‘패권주의(覇權主義)’는 강대한 군사력에 의하여 세계를 지배하려는 강대국의 제국주의적 대외정책을 중국이 비난하면서 나온 용어이다. 물론 중국이 말하는 패권주의란 미국의 한국에 대한 영향권 강화, 일본에서의 군사기지 강화 등을 포함하는 것이다.

미국 경제는 이미 시장 논리가 아닌 힘의 논리, 곧 경제적 패권주의를 통하여 지탱되고 있는 셈이다. 그 동안 달러로 상징되는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세계 경제를 주도해 왔던 미국, 자유 무역의 신봉자로 자처해 온 미국이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하여 슈퍼 301조를 휘두르는 모습 속에는, 경제적 패권을 잃을지 모른다는 초조함이 담겨 있다 하겠다.

25년 만에 미국 대통령이 국빈방문(state visit)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은 지난 3일부터 시작된 아시아 순방의 일환이다. 정상회담의 의제는 북핵·한미FTA 등이 예상된다. 아쉽게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둔 시점에 문재인 대통령이 거듭 “한·미·일 군사협력이 군사동맹으로 진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물론 선제(先制)란 의미는 있다지만 북한의 위협과 중국의 부상에 대해 한·미·일 3국이 공동 대응하기를 원하는 미국과의 엇박자 모양새는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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