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주민 외면한 울산교육연수원
동구주민 외면한 울산교육연수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0.25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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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주민에게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없어>

바람 잘 날 없었던 울산교육연수원 이전 문제는 긴 추석연휴에 쉬 묻혀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동구를 비켜간 울산시교육청의 결정에 애간장을 태우던 동구주민들의 마음은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 느낌이니 결코 편할 리가 없다. 지난 2007년부터 10년간이나 제기되어 왔던 시교육청의 ‘교육연수원 동구 내 이전’ 약속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고 이전부지가 느닷없이 북구로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시교육청은 수많은 절차와 진행과정에서 손바닥 뒤집듯 하는 말 바꾸기로 혼란을 가중시켜 왔다. 뿐만 아니라 지난달 부지선정위원회가 최종적으로 교직원 대상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동구주민들에게 공식적인 사과의 말 한마디 건넨 적이 없었다. 가장 일선에서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지고 인성과 덕성을 가르쳐야 하는 시교육청이 10년 동안 끌어 온 고질적인 연수원 이전 문제를 마지막으로 매듭짓는 과정에서도 교육적인 자세는 보여주지 못했다. 해당 주민들에게 어떤 미안함도 느끼지 않은 채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급기야는 최종적인 부지 선정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태도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물론 동구가 아닌 북구로 말이다.

필자도 울산시민이고 울산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교육연수원 이전부지가 울산의 어느 지자체 관할로 결정되든 축하해 주고 싶은 마음 가득하다.

하지만, 지난 칼럼에서도 언급했듯이, 매듭을 풀기 위한 절차를 밟더라도 기본적인 예의는 갖추어야 하는 법이다. 교육연수원이 그동안 동구주민들을 얼마나 많이 애태우게 했던가를 한 번쯤 생각해 보라. 동구주민을 대상으로 두 번이나 공약을 내세워 당선된 교육감과 해묵은 이전 실랑이를 해 왔던 터라 수년간 지지부진했던 교육연수원 이전과 관련해서 시교육청은 당연히 동구주민들에게 사과부터 했어야 옳았다.

그런데 며칠 전 시교육청 관계자의 인터뷰 기사를 보고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교육연수원 이전부지 결정 과정에서 동구지역 주민들에게 충분히 사과했다는 기사를 접했기 때문이다. 대체 무슨 근거로 이런 얘기를 한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 만약 동구주민들에게 충분히 사과를 했다면 언제, 어떻게 사과했는지 분명한 해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도의상 명분도 없고 절차상 명분도 잃어>

동구에 유일하게 남아있었던 울산시 공공기관인 울산교육연수원이 이제 북구 강동으로 간다고 한다. 동구는 있는 것도 없어지는데 북구는 현재 비슷한 위치에 신명 교육수련원이 있음에도 교육연수원까지 이전하게 된다면 가까운 위치에 명목상 2개의 연수원이 자리하게 되는 셈이다. 이는 설득력도 떨어지고, 형평성에도 어긋나고, 울산지역 균형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교육청이 처음부터 교직원만의 설문조사를 진행한 것은 큰 잘못이었다. 애초부터 교육연수원이 동구에 자리 잡고 있었고 앞선 교육감들의 공약사항이었기 때문에 동구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도 병행하는 것이 마땅한 이치가 아니겠는가.

그리고 다른 시·도에도 우리 울산처럼 교육연수원이 같은 지역에 몰려있는 곳이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만약 몇 개가 같은 지역에 있더라도 교육연수원을 이용하는 교직원과 교육관계자들이 식상해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어쨌든 시교육청은 교육연수원 이전 문제를 10년간 지겹도록 끌어오면서도 동구주민들의 정서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동구주민들을 끝까지 외면하고 말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시교육청의 일방통행 식 의사결정 과정은 도의상 명분도 절차상 명분도 모조리 잃고 말았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시교육청은 지난달 27일 최종 부지 발표에 이어 또 다른 절차를 밟고 있는 모양이다. 얼마 전에는 시의회 교육위원들과 함께 이전부지가 있는 북구 강동으로 현장점검까지 나서는 등 연수원 건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의회도 불과 한 달 전만해도 추경예산 삭감 등 동구의원단과 동구주민들의 반발 정서를 헤아려주는 듯했지만 지금은 사뭇 달라진 모습이어서 어리둥절한 느낌이다.

하루라도 빨리 교육연수원이 이전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가 한결같을 것이다. 하지만 가는 과정과 가는 목적지가 너무 차이가 커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동구를 저버린 시교육청의 일방적인 행정은 정말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앞으로 시교육청의 약정서 파기 등에 대한 동구청의 법적대응과 시의회의 예산안 통과 과정 등을 18만 동구주민들과 함께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

박은심 울산동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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