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에서 ‘세종대왕’을 만나다
여주에서 ‘세종대왕’을 만나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0.24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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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은 대전이다. 대학 진학 전까진 여주라는 곳도 몰랐고, 여주에 대학이 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실용음악과에 들어가기 위해 여러 대학을 알아보다가 이곳 여주대학교에 오게 되었다. 그리고 진학 후에는 여주가 세종대왕(이하 세종)과 아주 밀접한 역사가 살아있는 곳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번 학기에 세종에 관한 수업을 들으면서 세종을 더 깊이 만나게 되었다.

전에는 세종을 기념하는 날은 한글날밖에 없는 줄 알았다. 한글날은 한글을 창제해서 세상에 펴낸 것을 기념하고, 우리 글자 한글의 우수성을 기리기 위한 국경일이다. 하지만 5월 15일 스승의 날도 세종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상상도 못했다. 세종에 대해 공부하다 보니 세종이 민중의 큰 스승이라 하여 스승의 날도 그의 탄신일을 따서 만든 기념일이라는 것을 알고 엄청 놀랐다.

세종의 가장 큰 업적은 역시 한글 창제다. 오늘날 우리가 큰 어려움 없이 소통하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쉽게 전달하게 된 것은 다 세종 덕분이다.

미국 시카고 대학의 세계적인 언어학자 고(故) 제임스 맥콜리 교수는 매년 한글날이 되면 자신의 아파트에 학생과 지인들을 불러 한글날 파티를 연다. “왜 한글날을 기념하느냐?”는 질문에 “이 날은 언어학자들의 영광을 위한 유일한 공휴일이기 때문”이라고 했단다. 유네스코 역시 세계적으로 문맹퇴치에 기여하거나 언어학적으로 업적을 쌓은 사람에게 주는 상을 ‘세종대왕상’으로 부르고 있다. 이처럼 한글은 세계적으로 우수한 문자로 인정받고 우리는 당당하게 그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대단하지 않은가.

세종이 한글을 만들게 된 것은 백성을 사랑하는 애민정신에서 나왔다. 그의 애민정신은 최고 하층민이었던 노비들에게 출산휴가를 주거나 80세가 넘는 노인들을 궁으로 불러 양로연을 열고, 죄인의 자식들을 부양해줄 사람을 지정해주기까지 할 정도였다. 다른 왕이었으면 그냥 지나치고 말았을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면서 백성을 자식처럼 아꼈다. 처음 훈민정음을 만들 때 “무지한 백성들을 뭐 하러 가르치십니까?”고 따지던 신하를 파직시킬 정도로 애민정신이 뛰어났다.

이러한 애민정신 외에도 세종이 한글을 만드는 것에 영향을 끼친 것이 또 있다. 바로 학구열이다. 학구열이 뛰어났던 세종은 왕좌에 오른 이후에도 자기개발과 새로운 지식 습득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나치게 강한 학구열과 과로로 인해 젊은 시절부터 시력이 많이 좋지 않았다. 자치통감훈 편찬 때 세종은 굉장한 열의를 보이며 거의 모든 업무를 본인의 관할 아래 추진했다. 결국 책의 편집과 자신의 안과질환을 맞바꾸었고, 말년에는 거의 눈이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건강을 돌보지 않을 정도로 높은 학구열을 가졌다는 반증이다.

돌이켜보니 나도 나름 세종에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자기개발을 해왔다고 자부한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4년간 지역 영재학급에서 공부를 한 적이 있다. 그때 과학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면서 세종이 백성들을 너무 사랑하여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든 혼천의와 앙부일구, 자격루가 과학적으로 정말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평소 남에게 베푸는 것을 좋아하여 학창시절 때부터 현재까지 총 300시간이 넘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지금도 노인요양원에 가서 어르신의 말벗이 되고 청소를 해드리고 있다.

이러한 활동으로 고1 때는 전국에서 12명에게만 주는 ‘유관순 횃불상’을 수상했다. 세종의 정신을 조금이나마 실천하고 배워보려는 행동들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요즘은 베이스를 전공하는 학생으로서 또 다른 관점에서 세종을 바라보고 있다. 베이스는 실용음악에서도 많은 연구가 필요하고 노력이 필요한 악기 중 하나다. 그러나 다른 악기들에 비해 많이 튀거나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음악을 전체적으로 균형감 있게 잡아준다는 점에서 세종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매일매일 자신의 실력을 갈고 닦고 연구하면서 세종대왕의 덕목을 적용하면 나도 훌륭한 음악인이 되리라 확신한다.

이재빈 여주대학교 실용음악과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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