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심부름·욕설·성추행… 방문요양사 인권 ‘빨간불’
잔심부름·욕설·성추행… 방문요양사 인권 ‘빨간불’
  • 이원기 기자
  • 승인 2017.10.19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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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성 질환에 돌연사직 ‘허다’
처우개선 모호해… 대책마련 시급
#1. 울산에서 방문요양센터를 운영 중인 A(52·여)씨는 얼마 전 요양보호사 한명을 한 노인 남성의 집으로 요양 서비스차 보냈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방문 요양사가 전화로 “갑자기 몸이 나른한데 도와달라”고 말했기 때문.

이에 A씨는 재빨리 현장에 도착해보니 방문 요양사가 몽롱한 상태로 “정신이 없다”며 널브러진 채 누워 있었다. A씨가 재빨리 응급실로 데려가 검사를 맡아보고, 구토를 시켜 약물 성분을 분석하려 했지만 병원 측에서는 무작정 ‘그건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A씨는 노인에게 찾아가 바른대로 말하지 않으면 고발 조치하겠다고 하자 노인은 그제서야 ‘커피에 수면제를 탔다’고 해명했다.

#2. 방문 요양사 B(60·여)씨는 현재 안정제를 복용 중이다. 방문 요양 일을 시작한 뒤 갑자기 가슴이 빨리 뛰는 증상이 나타나서다. 방문 요양을 가면 갑자기 큰 소리를 지르거나 음식이 이상하다면서 음식을 버리는 노인들 때문에 스트레스성 질병을 앓게 됐다고 한다.

B씨는 “어르신들은 방문 요양사를 사람 취급하지 않고 ‘하인’ 정도로 취급한다”며 “집안에서 목걸이와 반지가 사라졌다며 나를 의심해 추궁했지만 이후 도로 물건을 찾고도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울산 지역 내 사회복지 관련 전문 인력들에 대한 처우가 열악하다며 이를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맞춤형 방문 요양 서비스’를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사회복지분야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은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사회복지협회에서 발표한 2016 통계연감 ‘사회복지 종사들이 입은 폭력실태’에서 따르면 각 분야별로 ‘욕설, 저주를 들은 경험이 있다’에 47.7%, ‘신체적 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에 36%, ‘신체적인 접촉(껴안기, 엉덩이 만지기 등)을 한 적이 있다’ 25.4%로 조사됐다.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회 복지 전문 인력들이 되레 인권을 보장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사회복지분야 내에서도 방문 요양서비스 인력들은 스스로를 ‘신(新) 파출부’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는 복지 서비스를 받는 사람들이 사회복지분야 종사자들을 ‘하대’하며 무엇이든 요구하는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중구노인복지관 배정희 관장은 “방문 요양사들은 욕설은 물론 잔심부름, 성추행 등에 노출되고 있지만 어르신들에게 미리 사전 고지를 해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행위들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지만 기준을 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갑자기 일을 그만두는 사람들도 늘어나 방문 요양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한 재가요양지원센터장은 “갑자기 아침에 전화가 와서 그만둔다고 통보를 하거나 해당 장소로 나가지 않는 요양사 분들도 적지 않다”면서 “요즘 방문 요양보호사들이 되레 서비스를 받는 어르신들을 선택해 방문하기도 하는 상황”이라며 대책마련을 호소했다.

이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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