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추억이 된 학부모 상담
즐거운 추억이 된 학부모 상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0.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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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면 모든 학교에서는 ‘학부모 상담주간’을 정해 학생들의 친구관계와 학업문제 등에 대해 여러 가지 상담 활동을 하게 된다. 대부분 9월 중순에 시작하여 9월 말쯤, 상담기간을 좀 길게 하는 학교라 하더라도 10월 초순쯤이면 모두 마무리를 하게 된다.

올해는 황금연휴라 불리는 긴 추석연휴 때문에 대부분의 학교들이 9월 말경에 상담주간을 끝냈을 것이다. 짧지 않은 교직 생활 중에서 인상 깊었던 학부모 상담을 몇 가지 기억에 떠올리다 보면 유독 두드러진 공통점이 몇 가지 떠오르게 된다. 아마도 ‘기분 좋은 상담’ 또는 ‘교사하기 잘했다고 스스로 흐뭇해지는 상담’이라고 말해도 틀렸다고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교사들도 공감할 수 있는 그런 공통점일 것이다.

‘학부모 상담주간’ 기간에 전화로 상담을 하건 학부모와 직접 만나서 자녀에 대해 상담을 하건 상관없이 상담이 끝난 뒤에 가장 좋은 인상으로 기억되는 만남은 교사에게 믿음을 보내주는 학부모와 대화를 주고받은 만남일 것이다.

학부모들과 상담을 하면서 마음속으로 제일 먼저 결정을 내려야 하는 사항은 자녀의 학교생활에 대해 직접적인 묘사로 대화를 해야 할지, 아니면 살짝 에둘러서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는 것이 좋을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자녀들의 생활습관이나 친구관계 등에서 일어나는 사안들에 대한 이야기는 각별히 신중하게 전달해야 한다. 교실에서는 모든 친구들 속에서 ‘한 명’일 뿐이지만, 집으로 돌아가면 한 명 또는 두 명밖에 되지 않는 귀한 아들, 귀한 딸이어서 자칫 잘못하면 ‘상담’이 아니라 지루한 ‘말씨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학부모 상담 때에 먼저 담임교사에게 신뢰의 신호를 보내주는 학부모를 만나게 되면 상담활동 그 자체가 즐거운 ‘만남’이 된다.

예전 □□초등학교 6학년 때 만난 OOO 할머니와 상담할 때가 그랬다. 집안 형편상 어머니의 역할을 대신해 주는 할머니와 전화로만 상담할 수밖에 없었지만, 할머니와 대화를 하다 보면 손자인 OOO에 대한 따뜻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고, OOO를 가르치고 있는 담임과 여러 선생님들에 대해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난다는 존중의 마음까지도 절로 와 닿게 된 것이다.

상담이 끝나고 난 뒤에는 어느 순간 학교에서 만나는 OOO의 담임으로서 뿐만 아니라, 일과 후에 만나는 OOO의 삼촌과 같은 생각까지 저절로 하게 되었다.

할머니와의 상담을 통해 OOO의 어려운 가정 형편을 알게 된 이후 주중에는 교실에서 좀 더 친근하고 부드러운 방법으로 OOO에게 가까이 다가가려고 노력하게 되었고, 주말에는 ‘숙제검사’라는 핑계로 전화통화를 자주 하게 되었다. 그 덕분에 OOO의 마음의 벽은 조금씩 낮아졌고 친구들 간의 갈등상황도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이 보였다. 시내에 위치한 중학교로 진학한 뒤에도 “선생님, 저 OOO입니다.”라는 씩씩한 목소리를 전화기로도 종종 들려주곤 했다.

상담을 통해 만나게 되는 많은 학부모들은 교사에 대한 믿음의 신호를 보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때로는 “억지스럽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을 만큼 자녀에 대한 과잉보호나 ‘팔이 안으로 굽는’ 식의 억지해석을 하는 학부모도 종종 만나게 된다. 교직 경험상 이런 분들이 예전에 비해서 그 숫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교사의 교육활동을 믿지 못하거나 불신을 보내는 학부모와의 만남만큼 불행한 ‘학부모 상담’은 없다. 학부모의 입장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결국 학부모는 자녀를 위해, 교사는 학생을 위해 서로 만나야만 되는 인연으로 연결된 사람들이다.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믿음을 보내는 것, 그리하여 멋진 학부모와 신뢰받는 교사가 되는 것, 그 자체가 “좋은 교육”의 시작이 되는 셈이다.

김용진 명덕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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