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 현장을 다녀와서
동일본 대지진 현장을 다녀와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0.18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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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에 어떤 것이 있을까? 좋은 단어가 연상되기도 하지만 부정적인 단어 또한 많이 떠오를 것이다.

나에게는 ‘일본’ 하면 ‘지진·해일’이란 단어가 가장 먼저 와 닿는다. 그 이유는 내가 해양재난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서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보다는 지난해 울산에서 가까운 경주의 지진을 몸소 체감한데다 작년 말에 개봉된 ‘지진’을 주제로 한 재난영화 ‘판도라’를 보면서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일본의 지진도 더 이상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과연 일본은 재난에 대비해 어떠한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을까?” 항상 궁금하던 차에 때마침 지난 9월 울산항 해양안전벨트 주관으로 동일본 대지진 피해 현장을 직접 답사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이는 경주 9·12 지진 이후 지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고조되고는 있으나 아직은 국내 항만분야 지진·해일 대응 자료나 전문가가 부족해서 실제로 지진·해일이 자주 발생하는 탓에 선진화된 대응체계와 매뉴얼을 이미 갖추고 있는 일본 항만을 벤치마킹하고 정보를 공유해 지진·해일재난 대응방안의 선진화를 추구하기 위한 기회이기도 했다.

방문한 곳 중에 인상 깊었던 곳은 일본 관동에 위치한 카시마항과 히타치항이라는 곳이었다. 현지 관계자 말로는 동일본 대지진 당시 6.8m 규모의 쓰나미가 덮쳐 큰 피해를 입은 항구라고 한다.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큰 피해를 입은 사고 당시의 사진을 보니 그때 그 항구의 주민들이 느꼈을 공포와 아픔이 조금이나마 느껴지는 듯했다.

이 두 항구는 쓰나미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던 곳이어서 그 방지책으로 쓰나미 대비 제방을 쌓았는데 우리가 흔히 아는 제방이 아니었다. 평소에는 항구 출입통로로 쓰이다가 쓰나미가 내습하면 부력의 원리에 따라 방벽이 자동으로 올라가는 구조였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학계와 민간회사가 공동연구 끝에 개발한 것으로 굳이 쓰나미가 아니더라도 집중호우 피해가 자주 발생하는 우리나라에서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일본 관계자에 따르면 동일본 대지진 같은 큰 지진은 천년에 한 번 발생한다고 한다. 그 정도로 희박한 확률인데도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자연재해에 충실히 대비하는 모습은 깊은 인상을 주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피해를 입은 항구시설을 복구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으며, 현재도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으로 많은 예산을 들여 방파제를 확장하고 항구 설비를 보강하고 있다고 한다. 직접 현장을 둘러본 우리 관계자들은 일본이 세계에서 지진·해일 대비를 가장 잘하고 있는 국가라는 사실에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경주지진 이후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면,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나라가 아니라는 것이 사실이다. 울산에서는 해상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울산항 종사자들의 안전의식을 높이고 항만 안전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할 목적으로 2014년 5월 8개 항만 관련 기관들이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유관기관들은 이 협약을 바탕으로 ‘울산항 해양안전벨트’를 구축한 다음 실무협의를 통해 울산항 안전 관련 정책을 개발·추진하는 한편 해상재난에 대비해 민·관 합동훈련도 실시해 오고 있다. 우리 해양경찰도 “내일보다 오늘이 더 안전한 바다”를 만들기 위해 평소에도 꾸준히 자연적 재난에 대비한 선제적 예방활동에 힘을 쏟고 있다.

만약 지진·해일이 발생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태풍은 예보를 통해 발생시점부터 진로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어 대비가 가능하지만 지진·해일은 눈부시게 발전한 지금의 과학기술로도 예측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위험이 닥쳤을 때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는 의식 전환과 안전 교육을 통해 배울 수 있다. 예전에 서울 지하철에서 재난 관련 방송을 내보내고 시민들의 반응을 알아보는 실험에서 대부분이 평소처럼 행동했다고 하는 것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이는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좀 더 가져주었으면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지진·해일은 발생 징후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아서 시민들이 평소에 대처방법을 스스로 알아두고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상시를 대비해 필요한 비상용품을 미리 준비하고 재난 발생 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학습하거나, 해안가의 주민들이 쓰나미 내습 시 대피장소가 어디인지 미리 알아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다양한 재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재난안전정보 앱 ‘안전디딤돌’을 스마트폰에 설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은 이러한 작은 실천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조창희 울산해양경찰서 경비구조과 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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