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원칼럼] 떼쓰는 아이와 짖는 강아지 (中)
[노예원칼럼] 떼쓰는 아이와 짖는 강아지 (中)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0.1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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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벌레 수액세트’ 파동으로 논란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사건은 생후 5개월 아이에게 투여된 수액세트에서 벌레를 발견한 그 아이의 부모가 사진 증거를 남기면서 논란이 시작되었다.

병원 측에서는 의료기기 업체의 제조과정에서 들어간 이물질이기 때문에 억울하다는 입장이고, 반대로 의료기기 업계에선 저가 박리다매 영업방식의 고착화로 가뜩이나 영세한 마당에 제조환경을 철저히 관리한다는 건 무리라는 입장으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고 한다.

정작 중요한 건 아파서 병원에 입원한 환자만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았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병원이나 의료기기 제조사에게 단독으로 그 책임을 묻기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이에 대한 필자의 판단은 다음과 같다. 병원 측에는 수액 최종점검의 의무가 있지만 이를 따지기에 앞서 현재의 의료수가와 기형적인 의료인 공급문제와 병원 내 프로세스 점검 시스템의 수정·보완이 우선 해결되어야 한다고 본다.

의료기기 업계는 별도수가 산정 없이 한 달 평균 약 1천만 개에서 1천500만 개에 달하는 수액세트 사용량을 국내 의료기관에 공급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처럼 매번 최저가 입찰 경쟁에 시달리다가는 품질 확인에 제대로 투자할 여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이에 대한 정책적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렇게 문제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에 대해 하드웨어적으로나 소프트웨어적으로 깊은 이해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같은 문제는 끊임없이 발생할 것이다.

지난 칼럼에서 ‘떼쓰는 아이’와 ‘짖는 강아지’에 대해 다루었는데 이 역시 마찬가지다. 전편에서는 ‘일일 에너지 소모량’이 채워지지 않아서 저러한 문제행동이 발생된다고 했다. 그러나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려면 해당 개체들의 종, 성별, 나이, 유전적 특성, 질병 상태, 내외적 기질, 그 부모와의 유대감 정도, 더 나아가 그 부모와 각각의 보호자의 성향 및 그들이 처해있는 환경, 또한 그들이 윗세대로부터 받은 교육법에 이르기까지 많은 요소에 대한 근본적인 고려-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넘나드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필자의 결론이다.

단순히 짖는 강아지나 떼쓰는 아이를 피곤하다는 이유로 원망하고 벌을 주거나, 아빠와 엄마 중 누가 교육을 잘못시켰냐는 식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식의 해결방법은 후진국식 접근법이다.

벌 주는 것 역시 가장 효과적이지 못하고 서로의 신뢰감을 잃게 하는 방법 중 하나다.

개체마다 너무도 다양한 요소를 갖고 있는지라 해결책은 수십 가지에서 수만 가지쯤 되겠지만 이번 칼럼에서는 한두 가지 정도만 다루고 마무리지으려한다.

전편에서 다룬 5살 아이가 놀이터를 떠나지 않으려 하는 상황이라면 간단한 방법이 있다. 엄마와 아빠 중 체력이 되는 사람 한 명과 아이가 잡기놀이를 하면 된다. 아이는 짧은 시간만이라도 실컷 도망 다니며 운동에너지를 소모시키고 부모는 아이를 번쩍 들어올려 “잡았다!”를 외치며 게임이 끝난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패자는 승자에게 대항해선 안 되는 게임의 룰을 이용하면 된다.

그리고 아이가 더 놀고 싶어 하면 “다음 게임은 집에서 하자”고 하면 그만이다. 평소 이런 식으로 승자가 다음 놀이를 정하는 룰을 알려주면 더 좋겠다. 이는 빨리 집에 들어가고 싶은 부모에게 있어 아이와 신뢰감을 쌓는 동시에 아이의 기분도 망치지 않으면서 곤혹스러운 상황을 빨리 끝내는 일석삼조의 해결책 중 하나다.

이렇게 할 체력조차 없는 상황이라면 아이에게 놀이터에서 노는 것보다 집에 가면 더 흥미로운 것을 제공할 거라 말해주는 것이다.

5살 아이에게 엄마가 허리가 아프니, 아빠가 피곤하니 하며 설득시키는 방법보다 효과적인 방법이다. 지금 누리고 있는 것보다 아직 누리지 못한 것에 대한 욕망이 더 크다는 인간의 심리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짖는 강아지 문제는 떼쓰는 아이와는 조금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 이는 다음 칼럼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노예원 한국반려동물상담센터 동물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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