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전면무상급식 “민관 합작승리”
중학교 전면무상급식 “민관 합작승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9.26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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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시장이 통 큰 결단을 내렸다. 광역시장이 움직이자 자치구·군 단체장들도 같이 따라 움직였다. ‘중학교 전면 무상급식’ 시책이 2018년부터 가시권에 들어오게 된 순간이었다. 재야정치권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지 15년 만의 일이었다. “민·관의 합작승리”란 말이 그래서 나온다.

울산지역 행정·교육계의 수장들이 26일 오전 시청 상황실에서 자리를 같이했다. 박성민 중구청장, 서동욱 남구청장, 권명호 동구청장, 박천동 북구청장, 신장열 울주군수와 류혜숙 교육감권한대행(부교육감)이 시선을 마주쳤다. 이윽고 서명이 시작됐다. “2018년부터 울산시 전체 중학교에 무상급식을 실시한다”는 내용의 협약서에 남긴 사인은 선명했다. ‘포퓰리즘’이란 말이나 내년 6·13 지방선거 이야기는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이로써 울산지역 63개 중학교, 3만2천여명의 학생이 내년 신학기부터 무료로 급식 지원을 받게 됐다. 소요예산은 197억원으로, 울산시와 구·군이 40%를, 시교육청이 60%를 부담키로 했다. 취재진 중엔 “금방 끝날 일이 너무도 오래 걸렸다”며 쓴웃음을 지었다는 이도 있었다.

김기현 시장이 협약 체결의 취지를 설명하고 각별한 의미도 부여했다. ‘중학교 전면 무상급식에 대한 시민적 공감대가 이미 형성됐다’는 것, ‘학부모 부담을 어떤 형태로든 줄여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을 힘주어 말했다. 사실 지역 사정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김 시장의 말처럼, 주력산업 침체와 세계적 경기불황으로 경제전망은 여전히 어둡고 경제사정도 결코 녹록치 않다. 그래도 시민들의 희망은 ‘중학교 전면 무상급식’에 쏠려 있고 이론적 무장도 전문가 뺨칠 정도로 든든하다. 이런 흐름을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되는 상황에도 이르렀다. 9개월도 채 안 남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몰아칠 정치적 역풍을 의식해서일까, 선출직 단체장들은 협약서에 아무 이의 없이 서명 흔적을 남겼다.

그래도 잘한 일이다. 3만2천여명 학생과 그 학부모들을 위해서라도 참 잘한 일이다. 시민단체와 재야정치권도 앞 다투어 한마디씩 했다. 쓴 소리도 빠뜨리지 않았다. ‘친환경무상급식울산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15년간 노력한 학부모의 승리이자 거리에서 바쁜 걸음을 멈추고 서명해주신 시민의 승리”라고 논평했다. 새민중정당은 “이번 승리는 시민단체와 시민들이 거둔 승리”라며 “이제는 ‘인기 영합’이니 ‘공짜 밥’이니 하는 논쟁을 끝내고 전면 무상급식을 고등학교까지 확대하자”고 주장했다. 지역 단체장 전원이 한마음이 된 2017년 9월26일을 ‘민·관 합작승리의 날’로 명명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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