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등록금 담론(談論)
대학 등록금 담론(談論)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9.26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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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사립대 한 학기 등록금을 아르바이트만으로 벌기 위해서는 500시간 이상 꼬박 일한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저축해야 한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어 화제(話題)가 됐다. 대학 정보 공시 사이트 ‘대학알리미’의 2017년 평균 등록금 공시 자료에 의하면 2017년 4년제 대학의 평균 등록금 액수는 국립대 기준 411만2천530원, 사립대는 740만1천740원에 달한다. 한 학기 평균 국립대는 약 205만원, 사립대는 약 370만원 수준이다.

그리고 지난 14일 발표된 14일 ‘OECD 교육지표 2017’에 따르면 2016학년도 국내 국·공립대학 연평균 등록금은 약 517만원(4천578달러)으로 지난 조사년도(2014년) 대비 약 22만원(195달러) 감소했다. 국·공립 대학은 미국, 칠레, 일본, 캐나다, 호주가 우리나라보다 등록금 수준이 더 높았다. 같은 기간 사립대학 연평균 등록금은 약 926만원(8천205달러)으로 약 39만원(349달러) 줄었다. 우리나라보다 사립대 등록금이 비싼 나라는 미국, 호주, 일본뿐이었다. 미국과는 1만 달러 이상 차이가 나지만, 호주와는 2천38달러, 일본과는 223달러 차이로 격차가 작았다. 이에 따라 OECD 국가 중 우리나라의 대학 등록금 순위는 국·공립대학은 3단계(3위→6위), 사립대학은 2단계(2위→4위) 하락했다.

OECD 국가 중 국·공립 및 사립대학 모두 등록금이 감소한 경우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는 하지만 OECD 전체 회원국이 35개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등록금 부담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통상적으로 대학 등록금은 수업료, 기성회비, 입학금 등으로 구성된다. 사립대학은 기성회비가 없는 대신 수업료가 국·공립대 등록금보다 높고, 국·공립대학은 수업료가 낮은 대신 기성회비 비중이 높다.

옛날에는 소를 팔고 땅을 팔아 자식들의 학비를 댄다고 하여 ‘우골탑(牛骨塔)’이라고 했다지만 요즘은 남편의 월급으로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없어, 어머니라도 부업을 해서 등록금을 벌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모골탑(母骨塔)’이라고 한다. 대학은 진리와 예술을 탐구한다는 의미로 상아탑(象牙塔)이라고 부르는 데 빗대어 만든 신조어들로 자식 잘되기만을 바라는 높은 교육열이 부모의 허리를 휘게 한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이래저래 부모의 교육열은 수치로 환산하면 우리나라 부모들은 세계 1위 자리를 절대 내놓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학 등록금 감소에도 불구하고 대학생들의 학업비 부담은 여전히 높다. 특히 실질소득 감소로 가계경제가 악화되는 가운데 대학생들은 용돈 벌이, 생계비 마련, 학비 마련 등의 이유로 아르바이트에 매달리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니 안타깝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이지만 1950 ∼80년대 가난한 우리의 부모들은 “자식은 나처럼 살면 안 된다”며 자식을 공부시켰다. 한국에서는 고등학교 졸업생 10명 중에서 8명이 대학을 들어간다. 한국대학의 82%를 점하는 사립대 평균 등록금은 연간 926만원으로 세계 4위 수준이다. 등록금 부담이 낮은 국·공립대의 비율은 미국은 70% 이상이 국·공립대에 해당하지만 한국은 18%에 불과하다. 다른 선진국들도 마찬가지로 국·공립대 비율이 프랑스 86%, 독일 95%, 이탈리아 93%에 해당해 사립대 위주의 한국과 크게 다르다. 결국 한국의 대학 등록금이 최고 수준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치적인 접근으로 오래전부터 ‘반값 등록금’ 정책을 논의했다지만 등록금은 줄어들지 않았다. 이제라도 부모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국공립대의 확충’은 장기적인 플랜으로 준비하고, 결론을 내리지 못한 ‘반값 등록금’ 정책과 즉시 체감이 가능한 ‘장학금 확대’는 단기 계획으로 접근함이 해결책으로 보인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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