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노조가 먼저 챙겨야 할 것은?
현대차노조가 먼저 챙겨야 할 것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9.21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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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윌리(willy-willy), 사이클론(cyclone), 허리케인(hurricane), 토네이도(tornado), 그리고 태풍(颱風). 발생하는 지역에 따라 여러 이름으로 불리지만 대단한 위력을 지닌 공통점이 있다.

지난달, 엄청난 폭우를 동반한 허리케인 하비가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을 강타해 인명과 재산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세계 최강국도 자연의 위력 앞에선 속수무책이다. 그런데 이 엄청난 재난 속에 기이한 현상이 포착됐다는 언론보도가 눈길을 끌었다. 수맥만 마리의 불개미가 뗏목 같은 부유체(浮遊體)를 만든 것이다. 이들은 다리와 입을 서로 물고 물리며 한몸처럼 뭉친 것이다. 그런 경황 중에서도 후세를 이어갈 수 있도록 여왕개미와 알은 안전지대라 할 수 있는 중앙으로 모셔 보호하면서 수면 위와 아래에 있는 개미들은 수시로 위치를 바꾸며 체력안배를 한다. 이렇게 한 몸으로 뭉친 개미들은 최장 3주까지 물을 따라 흐르며 마른 땅을 찾아 새로운 정착지를 만든다. 이처럼 기발한 전략을 세운 것은 자신들의 고향인 남미 범람평원에서 살아남기 위해서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불개미들이 거대한 부유체를 만드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불과 1분 30초. 더 이상 지체하면 생존이 힘들다는 것을 체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결국 그들에게 1분 30초는 골든 타임인 셈이다.

“그들이 사라지면 인류도 4년 후 사라질 것이다.” 상대성이론을 만든 아인슈타인의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그들’이란 바로 꿀벌이다. 꿀을 채집하는 과정에서 수분(受粉)을 하기 때문에 유실수들이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이들 역시 여왕벌을 중심으로 역할 분담을 하며 자신들의 영역을 확장하고, 세대를 이어가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개미, 벌 등 미물(微物)이지만 멸종하지 않은 것은 그들만의 생존전략을 세웠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북핵문제로 온 나라가 어수선한 가운데 산업현장 역시 안정을 못 찾고 있다. 멀리 볼 것도 없다. 울산의 주력산업인 자동차와 조선업이 처한 현실과 미래를 생각하면 암담하기조차 하다. 조선업은 이미 민신창이가 됐다. 분사(分社)라는 고육지책으로 명맥을 유지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언제쯤 옛 명성을 되찾을지 점치기 힘든 상황이다.

마지막 희망을 걸었던 자동차산업의 앞날마저도 오리무중이다. 현대차는 중국에서 사드 직격탄을 맞으며 판매량이 반토막 나면서 수익성이 극도로 나빠졌다. 여기에다 부품업체의 납품 차질로 4개 공장이 일시 중단하는 사태도 겪었다. 미국에서도 앨라배마공장이 한 달 가량 휴업을 할 정도도 판매부진이 심각하다. 국내로 시선을 돌려도 오십보백다. 국내 차산업을 활성화시키는 ‘메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과 달리 이미 수입차는 내수시장의 포식자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값싼 가격을 무기로 한 중국차까지 가세해 더더욱 힘든 지경 맞고 있다. 이 와중에서 지난 4월에 시작한 임·단협을 시작한 현대차 노사는 마지노선인 8월을 넘기며 차기 집행부 선출 때까지 일시정지를 한 상태이다.

기업은 노동조합의 숙주격이다. 노조가 살기 위해서라도 기업을 먼저 살려야 한다. 깊은 산에 들어가 있으면 산 모양을 볼 수 없다. 밖에서 바라본 현대차는 매우 위태롭게 보인다. 그럼에도 현대차 상당수 조합원들은 아직도 자신들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인식조차 제대로 못 하는 듯하다. 근거 없는 희망과 기대는 몰락을 자초할 뿐이다. 공주동제(共舟同濟)라는 말이 있다. 같은 배를 타고 간다는 뜻이다. 현대차는 노사가 함께 타고 있는 배다. 앞서 언급한 불개미의 생존전략은 오늘의 현대차 노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초를 다투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여왕개미와 알을 먼저 안전한 곳으로 옮기듯이 현대차 노조 역시 무엇부터 챙겨야 할지를 빨리 깨달아야 한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안 된다.

<이주복 편집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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