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과 건설 패러다임의 변화
4차 산업혁명과 건설 패러다임의 변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9.21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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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 출근해서 인터넷으로 경제뉴스를 확인하던 중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접했다. 뉴스 하단에 적혀있는, ‘본 기사는 로봇기자가 실시간으로 생산하는 기사’라는 문구가 그것이다. 요즘 대표적 트렌드인 ‘4차 산업혁명’이 우리 일상생활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는 것인가 보다 하는 느낌이 들었다.

일반적으로 뉴스라 하면, 기자들이 현장에 나가서 한 취재 활동을 바탕으로 기사를 만들어 송고하면 이 기사가 편집부서의 편집과 인쇄소의 인쇄 작업을 거쳐 비로소 우리 독자들에게 전달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취재활동을 로봇기자가 현장에 나가 직접 하는 것은 아니라고 추측이 된다. 아마도, 어떤 이슈가 생기면, 관련 내용을 검색하고 정리한 다음 기사를 작성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래도, 로봇기자가 작성한 기사의 큰 장점은, 어쩌면 ‘시의성(時宜性)’이 아닐까 한다.

최근 들어 방송, 신문을 비롯한 각종 미디어매체와 SNS 등 곳곳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인 ‘4차 산업혁명’은 2016년 1월 11일,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 이사장의 입을 통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는 당시 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말했다. 증기기관의 발명이 농업사회를 공업사회로 변화시킨 1차 산업혁명을 일으켰다면, 내연기관·무선전신·유선전화 기술의 도입은 2차 산업혁명을 일으켰고, 컴퓨터와 인터넷 등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3차 산업혁명의 진행으로 이어졌다. 클라우스 슈바프는 “4차 산업혁명은 3차 산업혁명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기술변화의 속도, 범위와 깊이, 사회 시스템이 받게 될 충격이 다르다”고 했다. 더불어 그는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갈 대표적인 기술로 로봇공학, 사물인터넷, 3D프린팅, 자율주행차, 나노기술, 생물학기술 등을 제시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드론,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우리 귀에 익숙한 이러한 단어들이 바로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들인 셈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사람의 간단한 조작을 통해 각종 기기들이 스스로 작동되는 모습, 사람들이 운전하지 않아도 운행하는 자동차 등 그동안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편리함들이 이미 우리의 생활 안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고, 앞으로는 더욱 세찬 물결을 일으키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을 통해, 현재 내가 근무하고 있는 건설 분야에는 어떠한 변화의 바람이 일어날까. 아마도 건축을 희망하는 고객과 수요자들이 그들의 요구를 주문서 또는 스케치에 담아 건설사에 온라인 매체로 발송하고, 건설사에서는 이를 토대로 건축하기 위해 드론을 띄워 건축용지 주변을 정찰하고 실시간 지형정보를 수령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설계도면이 작성될 것이고, 시공을 위한 각종 자재들은 데이터화되어 있는 물품 정보를 통해 고객과 건설사들의 만족도와 시공효과가 높으면서 비용은 절감할 수 있는 이른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cost-effectiveness)’가 가장 좋은 것들로 구매 주문이 이어질 것이다.

물론, 이 주문방법 또한 온라인으로 진행될 것이다. 내가 현재 말하고 있는 이러한 모습들은, 미래의 모습이 아니라, 현재에도 부분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모습들이다. 이 말의 의미는 4차 산업혁명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4차 산업혁명이 접목된 건설 분야에서, 무조건적으로 편리함과 장점만이 아닌, 유의해야 할 부분은 없을까 하고 약간의 염려를 하게 된다. 가령, 사물인터넷으로 외부에서 작동시킬 수 있는 가정용 보일러나 조리기 등이 센서의 기능고장 또는 오작동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앞으로 상용화될 드론 택배 시스템의 경우 드론의 연료 부족이나 동력부 고장으로 인한 사고를 미리 대비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인공지능으로 구축된 건축물의 보안 시스템의 보안기능이 기능고장으로 해제되었을 때 외부의 침입을 예방할 수 있는 대비책은 있는가? 등의 염려를 말한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건설 분야에서도 이러한 부분들을 포함한 다양한 과제들을 함께 고민하고 연구해서 효과적인 해결방안들을 단계적으로 찾아가야 할 것이다.

필자가 앞에서 언급한 부분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첫째, 사물인터넷의 고장으로 화재 발생의 위험이 있다면 지역단위의 소방상황실이나 119안전센터와 연계된 소방안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둘째, 드론이 비상착륙할 수 있는 지점과 시설을 준비하고, 또한 드론이 배달해 주는 택배물을 수령할 수 있는 인증 시스템과 공간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셋째, 인공지능 치안 시스템의 공백에 대해서는 오프라인 치안 시스템과의 연계성을 검토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더욱 엄청난 변화가 예상된다. 장차 변화될 건설 분야의 단면만 짐작해 보더라도, 4차 산업혁명에서 발생할 위기를 관리하고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방·치안·행정 등 다양한 분야들과 협력·협업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시사점일 것이다.

<김정숙 배광건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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