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보호의 시작 ‘신변보호제도’
피해자 보호의 시작 ‘신변보호제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9.19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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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재판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다는 이유로 앙심을 품은 40대가 70대 노인에게 보복폭행을 했다가 최근에 구속된 일이 있었다. 이 사례처럼 자신이 피해를 당했음에도 벌금형을 받았거나 징역형을 마치고 출소한 가해자가 보복하지나 않을까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밖에 사귀던 남녀가 헤어짐을 이유로 상대방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협박하는 사례도 급증하는 추세다.

최근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5년의 보복범죄 증가건수는 346건으로 2014년보다 35.6%나 늘었고, 지난해와 올해도 증가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범죄의 피해자들은 범죄에 의한 직접적 피해뿐만 아니라 정신적·육체적·경제적 피해까지 겹쳐 더 큰 고통에 시달릴 수도 있다.

여기서 ‘범죄피해자’란 ‘타인의 범죄행위로 피해를 당한 사람과 그 배우자(사실혼 포함), 직계친족 및 형제자매’를 말한다. 이들에 대한 보호와 지원은 ‘범죄피해자 보호법’과 ‘피해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규칙’, 경찰관직무집행법, 각 시·군·구의 긴급복지 지원 조례로 보장되고 있다. 이 같은 법령에 의한 피해자 보호·지원 활동은 경찰과 정부기관, 민간단체 등 다양한 기관·단체의 참여로 이뤄지고 있다.

갈수록 늘어나는 보복범죄에 대처하기 위해 울산경찰청은 ‘범죄피해자 보호 경찰관’을 지정해 초기상담, 신변보호, 각종 지원제도 연계 등의 조치로 범죄피해자 보호의 허브 역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의 이 같은 노력에도 시민들의 관심 수준은 아직 낮은 것 같아 안타깝다.

범죄 발생 초기 가해자로부터 신변위협을 느끼는 피해자는 신변보호 조치를 경찰에 신청할 수 있다. 신청을 접수한 경찰은 기능별 심사를 거쳐 10가지 신변 보호조치 중 필요한 조치를 취해 범죄피해자 보호에 힘쓰고 있다. ‘CCTV를 활용한 신변보호’와 ‘스마트워치 신변보호 시스템’도 그 중 하나다.

‘CCTV를 활용한 신변보호 조치’란 비상벨이 울리면 곧바로 CCTV 확인과 상황 파악을 거쳐 경찰관이 현장으로 출동하는 방식이다. 보복 우려가 큰 ‘고위험 피해자’를 대상으로 위원회가 심사를 통해 결정하면 3개월간 CCTV를 활용한 신변보호 조치를 받을 수 있다. 그 기간은 심사를 통해 연장할 수 있다.

‘스마트워치 신변보호 시스템’이란,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은 보복 우려 피해자가 긴급 상황 발생으로 버튼을 누르면 실시간 위치추적이 시작되고 112 등 최대 4인에게 신고가 된다. 만약 피해자가 전화를 받지 않을 때는 경찰이 강제로 전화를 수신해 현장 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보복범죄는 갈수록 치밀하고 교묘해지고 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경찰에서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예방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범죄피해자를 가장 먼저 만나 보호·지원 제도를 안내해 주어도 당사자들은 경찰에서 이런 제도들을 운영하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더욱이 강력범죄 피해자나 지속적인 피해자는 가해자의 보복 등이 두려워 신변보호 신청을 포기하는 사례도 있어 안타까울 때가 종종 있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시민들이 알지 못하고 이용하지 않는다면 그 제도는 빛이 바래져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경찰이 운영하는 범죄피해자 보호·지원 제도에 대해 시민들이 관심을 가져 주어야 이 제도가 제대로 뿌리를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박진흥 동부경찰서 전하지구대 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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