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독서습관으로 창의력 쑥쑥
인문학 독서습관으로 창의력 쑥쑥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9.13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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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흑색 칠판 위로 걸려 있던 급훈이나 교훈은 대략 ‘성실, 근면, 노력’ 등이 주류였다. 그 당시 교육의 목표나 행동의 지침, 더 나아가 그 시대가 지향하는 인재상을 나타내던 표현이었다. 만약 오늘날 이 시대의 인재상을 고민해서 교훈을 만들라고 하면 ‘창의’라고 대답할 것이다. 4차 산업, 독특한 발상의 전환, 이미 꽉 차 있는 세상의 빈틈을 발견할 수 있는 시선, 에디슨보다 스티브 잡스가 주목받는 시대가 창의력을 요구받는 배경이다.

하지만 이 시대를 이끌어 갈 세대들의 현실은 다르다.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 학생들이 가장 먼저 직면하는 벽은 다름 아닌 ‘국, 영, 수’다. 집중해서 ‘외우고 이해하고 쓰고’를 수없이 반복해야 넘을 수 있다. 시대가 원하는 창의력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지난 십여 년간 기업을 운영하면서 위기의 순간이 찾아오면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변함없이 큰 힘이 된 것은 바로 책이었다. 책 속에 담겨있는 힘이 만들어내는 또 다른 창의적인 비책이었다고 확신한다. 직접 경험해서 얻는 지식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책을 통한 간접경험으로 풍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독서는 새로운 정보의 습득뿐만 아니라 더 나은 무언가를 만들기 위한 바탕이며 기틀이다. 즉 창의적 활동의 밑거름이다.

요즘 스포츠 경기를 보노라면 야구, 배구, 농구, 쇼트트랙 할 것 없이 많은 종목에서 비디오 판독이라는 제도가 늘어나고 있다. 심판의 오심을 보완하기 위한 기술이지만 상반된 의견이 부딪친다. 디지털 기술로 앞서가야 될 것과 아날로그 시대를 유지할 것에 대한 갑론을박이다. 이런 점에서 꼭 아날로그 방식으로 남기고 싶은 것 중 하나가 독서다. MP3나 유튜브가 아닌 라이브 콘서트나 오래되고 잡음 많은 턴테이블에 마음이 끌리는 이유도 비슷하다.

하루 일과 중 컴퓨터, 스마트폰, 리모컨 앞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울까. 무의식중에 스마트폰을 켜고 리모컨을 찾고 모니터 앞에서 검색을 하는 우리의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가 않다. 정보의 주체가 아닌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입장에 가깝다. 독서는 조금 더 자신이 중심이 되어 정보를 받아들이고 해석하고 자기의 것으로 소화하는 과정을 가진다. 좀처럼 방향을 잡기 힘들었던 내일의 프레젠테이션의 해법을, 또는 갈등을 빚어온 연인의 마음을 풀어줄 자신만의 위트의 발견까지 선사해 준다. 때론 독서는 과장으로 부풀려 놓은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주고, 자신의 진솔한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때도 큰 도움이 된다.

독서는 습관이다. 어린 자녀의 독서 습관을 키우기 위해 어머니들이 도서관에서 동화책을 대여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책 읽는 것이 몸에 배지 않은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비법은 “먼저 동화책을 읽어라”이다. 애들 책으로만 여겼던 동화책은 중년의 사회인에게도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순수한 마음으로 읽었던 ‘어린왕자’가 다양한 사회경험으로 노련해진 지금 읽어보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마찬가지로 10대나 20대 때 읽었던 책을 다시 읽으면, 당시는 조금 이해하기 어렵고 딱딱한 느낌이었던 책이 그 동안 쌓은 경험과 내공이 바탕이 되어 더 깊게 공감할 수 있다.

책은 다양한 장르가 있다. 요즘 실용서가 각광받고 있지만 필자는 인문학 서적을 추천한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은 인문학적 소양을 가진 인재를 요구한다. 인문학이 가장 창의적인 발상의 기초가 되는 학문이라는 반증이다. 인문학이 어렵고 거창해 보이지만 어린왕자나 그 외 많은 동화책들이 인문학 독서의 시작이다. 이 시대를 살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영상매체를 비롯한 무분별한 정보를 가공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이는 본인의 판단력이나 자아를 남에게 위탁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독서를 통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상상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로또나 보석이 될 수 있다.

이일우 ㈜유시스 대표이사, 울산벤처기업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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