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제비갈매기가 안동호로 간 까닭은?
쇠제비갈매기가 안동호로 간 까닭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9.10 19: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7∼8일 2일간 안동 세계물포럼기념센터에서 ‘안동호 쇠제비갈매기의 보전과 생태자원화’를 주제로 국제세미나가 열렸다. 안동시(시장 권영세)가 주최하고, 사)조류생태환경연구소(소장 박희천)가 주관했다. 세미나는 “낙동강 하구의 여름을 대표하는 새 ‘쇠제비갈매기’가 내륙의 인공호수인 안동호 내부 작은 모래섬에 번식을 위해 둥지를 틀고 있는 것이 최초로 발견됐다”(경북와이드뉴스.2013.5.20)는 보도 내용이 바탕이 됐다.

쇠제비갈매기는 주식이 물고기로 갈매깃과에 속한다. 공중에서 정지비행을 할 수 있고 먹이인 빙어, 멸치 등을 발견하면 다이빙하듯 물속으로 내리꽂혀 단숨에 잡는 능력까지 갖춘 여름철 물새다. 번식기가 되면 수컷은 반드시 큰물고기를 부리에 물고 구애 행동을 한다. 암컷이 한사코 큰물고기만 받아먹고 짝짓기를 허락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91종이 있다. 한국에선 갈매기, 재갈매기, 괭이갈매기 등 모두 23종이 관찰된다. 겨울철 태화강에서 쉽게 관찰되는 겨울철새 붉은부리갈매기도 같은 갈매깃과의 한 종이다. 쇠제비갈매기는 이름에서 짐작이 가듯 몸집이 작다. 구레나룻제비갈매기, 큰제비갈매기, 큰부리제비갈매기 등 제비갈매기류 중에서 몸집이 가장 작은 종이다. 이름을 풀이하면 ‘쇠’는 작다는 의미이고, ‘제비’는 모습을 말하며, ‘갈매기’는 정체성을 가리킨다.

쇠제비갈매기의 번식지는 풀도 나무도 없고 온통 모래밭뿐인 사주(沙洲·sandbar)에서 주로 번식한다. 통보리사초, 갯씀바귀, 갈대가 서서히 천이(遷移)된 모래밭은 번식지의 기능을 상실한다. 태풍 등에 의해 식물이 사라지고 모래밭으로 변하면 번식지의 기능도 함께 복원된다. 그러나 장기간 복원이 지체되면 천적이자 포식자인 족제비, 쥐, 야생고양이, 삵 등이 출현하고 쇠제비갈매기는 생존전략에 따라 반드시 번식지를 옮긴다.

80년대 말에는 낙동강 하구의 진우도, 대마등, 장자도 등지에서 많은 개체수가 번식했다. 90년대 중반에는 오직 신자도에서만 번식이 확인됐다. 1998년부터는 도요등으로 번식지를 옮겼다. 썰물 때 신자도 중간지점과 장자도 끝이 서로 연결되면 포식자가 신자도로 건너와 알과 새끼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으면서 정상적인 번식에 막대한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 후 도요등은 갈대의 침입도 포식자의 출현도 없었기 때문에 낙동강 하구에서 쇠제비갈매기의 마지막 번식지로 남았다. 번식지의 절대적인 조건은 사방이 넓게 트인 모래밭에 조개껍데기가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환경이라야 한다. 조개껍데기는 햇빛을 여러 각도로 반사시켜 포식자의 시선을 분산시키기 때문이다.

2003년 9월부터 2004년 8월말까지 부산발전연구원에서 신자도와 도요등의 쇠제비갈매기 번식 현황을 조사했다. 도요등의 둥지는 2003년에 666개(신자도 1), 2004년에 1천23개(신자도 94)가 조사됐다. 신자도에서 자취를 감춘 둥지가 다시 발견된 것은 2002년 폭우가 지나간 뒤에 일어난 현상이다. 신자도 중앙에 있던 갈대군락이 모래에 파묻혀 가능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 후 신자도의 둥지는 2010년 1개(도요등 1천147), 2011년 138개(638), 2012년 403개(552), 2013년 548개(8), 2014년 4개(10) 등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최근 3년 동안은 낙동강 하구에서 쇠제비갈매기의 번식개체가 1쌍도 관찰되지 않았다. 반면 2013년부터 낙동강의 최북단에 위치한 안동호에서 처음으로 쇠제비갈매기의 번식개체가 발견됐다. 이번 세미나는 이를 보전하고 생태자원화하기 위한 발 빠른 행보였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매년 4월 중순이면 낙동강 하구를 찾던 2∼3천 마리의 쇠제비갈매기가 사라진 중요한 이유 중 첫째 요인은 번식환경 변화로 추정된다. 이는 안동호의 쌍둥이 모래섬 두 곳에서 쇠제비갈매기 번식개체가 집단으로 발견된다는 공통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모래섬은 수심이 깊은 안동호의 중간지점에 있어서 쥐, 삵 등 포식자의 접근이 쉽지 않은 생태환경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쇠제비갈매기의 번식 요건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임이 틀림없다. 내성천 모래톱이 사라지자 먹황새가 찾지 않는 이유와 유독 모래밭 혹은 모래섬만 찾아 번식하는 쇠제비갈매기의 번식 습성을 연계시켜 연구할 가치가 있다. 3년간 안동호에서 관찰된 쇠제비갈매기 번식 현황 조사에서 알 수 있듯 건강하던 생태환경도 외부의 영향으로 훼손되면 떠나게 된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한 셈이다.

쇠제비갈매기는 둥지를 만들지 않고 모래밭에서 산란하고 포란하며, 육추(育雛=알에서 깐 새끼를 키움)한다. 쇠제비갈매기는 햇볕에 데워진 모래를 포란에 이용하는 지혜로운 새다. 갓 부화한 새끼는 보호색이다. 본능적으로 위장·은폐 능력도 갖췄다. 포식자에 발각되더라도 죽은 척하는 의사(擬死) 행동을 능청스럽게 보여준다. 하지만 어미가 안전하다는 울음소리를 내면 즉각 반응하여 어미새를 뒤따른다. 이러한 새끼새의 행동태를 관찰할 수 있는 기회도 생태환경이 건강하게 보전되어야 가능하다.

안동시는 이번 국제세미나를 계기로 쇠제비갈매기의 생태환경 보전과 생태자원화를 통해 시민정서 함양에 활용한다고 한다. 이런 관점에서 남구 삼호동 삼호대숲을 찾는 백로와 떼까마귀는 시민의 관심과 보전 노력에 대한 당연하고도 값진 보상인 셈이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조류생태학 박사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