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몰카’가 아니라 ‘불법촬영’입니다
이젠 ‘몰카’가 아니라 ‘불법촬영’입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9.07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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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를 풍미했던 예능 프로그램 중 ‘이경규의 몰래카메라’라는 코너가 있었다. 연예인들에게 방송 내용을 알려주지 않고 곤란한 상황 속에 빠뜨려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주던 코너였다. 당시 유명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카메라로 몰래 촬영하여 시청자들이 평소 궁금해 하던 방송가 이면(裏面)의 모습을 보여주며 폭발적인 인기와 웃음을 선사했던 프로그램이었다.

이와 유사한 프로그램들도 꾸준히 인기를 얻는 가운데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몰래카메라’는 남을 속여 즐거움을 선사하는 이벤트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타인 몰래 촬영하는 행위를 단순히 장난으로 치부하고 이러한 행동을 범죄로 생각하지 않게 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타인을 몰래 촬영하는 행위는 매우 중대한 ‘범죄’이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14조에는 ‘카메라나 그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 경우 형량에 따라 최대 20년 간 성범죄자 신상정보등록·공개 대상자가 될 수도 있다. 무심코 장난이라 생각하고 저지른 순간의 행동이, 자칫 ‘중대한 성범죄자’라는 꼬리표를 평생 달고 살게 되는 불상사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스마트폰의 보급, 전자기기의 발달로 카메라, 영상장비 등이 소형화되면서 이로 인해 발생하는 범죄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2년 2천400건에 불과했던 ‘카메라등이용촬영범죄’ 건수가 2016년에는 5천185건으로 2배 이상 급등했다. 이는 성범죄 중 증가폭이 가장 큰 것이며, ‘워터파크 샤워장 몰카’, ‘연인 간 리벤지 포르노’ 등 사회적으로도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사건들이 대표적인 사례였다.

이에 따라 경찰에서는 9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1개월 동안 ‘불법촬영행위 집중단속 기간’을 운영해 인증 받지 않은 불법기기가 유통되는 것을 집중적으로 단속하기로 했다. 다중이용시설 내 불법카메라 설치 여부를 상시 점검하고 카메라등이용촬영범죄 유형의 음란물을 모니터링 통해 차단하는 등 불법행위를 뿌리 뽑기 위해 집중관리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또한 타인을 불법적으로 촬영하는 행위를 ‘몰래카메라’라는 용어 대신 불법성을 드러내고 범죄의식을 고취시키는 ‘불법촬영’이란 용어로 대체하기로 했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속담이 있듯 무심코 일상생활 속에서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몰카’라는 단어가 우리의 범죄의식을 약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타인을 몰래 촬영하는 행위는 중대한 범죄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이벤트나 장난 식의 유희적 의미를 담고 있는 ‘몰카’라는 용어 대신 ‘불법촬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도록 하자. 이러한 인식과 용어가 널리 퍼지게 된다면 불법촬영의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 좀 더 안전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선태 울산지방경찰청 여성보호계 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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