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담수화, 울산서는 통할까?
해수담수화, 울산서는 통할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9.03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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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입을 모았다. 울산지방이 찌는 듯한 더위로 몸살 앓은 것은 유례 드문 ‘역대급’ 일이었다고…. 지난여름 울산시민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세금폭탄처럼 날아든 폭염특보(暴炎特報)에 주눅이 들어 웬만하면 겁쟁이 시민으로 변해 갔다. 그 서슬에 메말라 버린 취수원들은 앞 다투어 바닥을 드러냈고, 바짝 타들어 간 농경지들은 저마다 거북이등 그림 그리기에 바빴다.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듯이 더 이상 ‘물 풍족 도시’도 아닌 게 틀림없어.” 이 말에 ‘딴지’ 거는 시민은 한 사람도 없었다. 무슨 뾰족한 수가 없을까…? 이 때 별명이 ‘시정잡배’라는 A씨가 무릎을 탁 치며 옆 자리 B씨에게 말했다. “그래 바로 그거야, ‘해수담수화 사업’. 잘만 하면 일석이조, 아니 일석삼조도 너끈하지. 낙동강 X물 안 마셔도 될 거고, 물장사로 돈방석에 올라탈 수도 있고. 어디 봉이 김선달이 따로 있나? ‘울산판 봉이 김선달’! 그거야 먼저 잡는 놈이 장땡이지. ㅋㅋ”

‘해수담수화’란 문자 그대로 해수(海水=바닷물)를 담수(淡水=민물)로 바꾸는 작업이다. 귀동냥에 따르면, 국토의 60%가 사막인 탓에 포도주보다 물이 더 귀하다는 이스라엘에서 세계 최초로 손 댄 끝에 성공신화라고 세계에 내놓은 국가적 과업이었다. 그 덕에 이스라엘은 ‘세계 수자원 기술력 1위 국가’란 명찰도 덤으로 달게 됐다.

우리나라도 군침을 삼키기 시작했다. ‘광야에서 외치는 선지자’도 나타났다. “물 부족 해결은 국가 존망이 달린 시급한 문제다. 안 오는 비만 언제까지 애타게 기다릴 것인가? 이제 필요한 물은 만들어 쓰는 시대가 왔다. 해수담수화가 확실한 대안이다. 죽기 살기로 기술혁신을 해서 단가를 낮추면 이게 물 부족 현상을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 아닌가?”

해수담수화 대상지역으로 부산 기장과 전남 광양 두 군데가 선정됐다. 총대는 두산중공업이 멨다. 두산은 울산서 가까운 기장읍 대변리에서 2010년 12월 첫 삽을 떴다. 국비, 지방비, 민간자본을 합쳐 사업비 2천억 원이 들어갔다. 2014년 5월, 해수담수화 시설이 마침내 빛을 본다. 2015년 10월엔 ‘기장 해양정수센터 일반수도사업 인가 고시’도 난다. 역삼투(逆渗透) 방식으로 하루 4만5천 톤의 바닷물을 마실 물로 바꾸는 기적이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부산시는 이 물을 우선 기장군과 송정동 주민 약 10만 명에게 공급하고, 일부는 페트병에 담아 <순수 365>란 상표를 붙여 내다팔 구상까지 모두 마쳤다.

그러나 공급도 못해보고 발목이 잡혔다. 기장군의회와 시민·사회단체들이 스크럼을 짠 탓이다. 기장읍 대변리의 해양정수센터와 고리원자력발전소 사이의 직선거리는 불과 11km. 그 바람에 ‘주민건강에 해롭다’는 딱지가 붙여졌다. 원전에서 바다로 새나오는 요오드, 세슘, 삼중수소가 ‘시한폭탄’ 누명(?)을 뒤집어썼다. 기장군 주민들은 고래심줄보다 더 질기게 ‘주민투표’를 요구했고, 부산시는 이를 보기 좋게 거부했다. 지난해 1월 기장군의원 2명이 대표로 제기한 부산시 상대 소송(‘청구인대표자 증명서 교부신청 거부취소 소송’)은 3차 변론기일을 거쳐 그 해 9월 마침표를 찍는다. 부산지법은 주민들의 손을 번쩍 들어주었다.

귀를 쫑긋 세우고 듣던 ‘시정잡배’ A씨의 얼굴색이 갑자기 변했다. “그럼 헛물만 마신 셈이네?” 같이 듣고 있던 B씨도 한 마디 거들었다. “야, 이 친구야. 시도도 안 해 보고 풀부터 죽으면 어찌 되나?” ‘풀 죽는다’는 말에 잔뜩 자존심 상한 A씨가 대들었다. “야, 이 사람아. 보나마나 아니겠나? 양옆이 원전인데 그 바닷물, 아무리 정수(淨水)능력 하나 탁월하다 해도, 울산시민들이 뭐 봉인 줄 아나?” B씨는 더 이상 말문을 열려 하지 않았다. 해수담수화 얘기, 울산서 꺼내는 것 보았다는 소리 한 마디 없는 것도 다 그런 배경 때문이었나?

김정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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