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무중을 헤매는 현대차, 걱정된다
오리무중을 헤매는 현대차, 걱정된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8.31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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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을 두고 흔히 ‘사회적 공기(公器)’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사회적 공기라 해도 항간에 나도는 모든 얘기나 사실(팩트)을 그대로 전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가령 너무 외설적이거나 폭력적이고 잔인한 내용은 순화·완화시키기도 한다. 또 특정개인이나 집단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일 경우 정제된 표현이나 에둘러 표현하기도 한다.

살기가 어렵다보니 다들 경제에 가장 관심이 크다. 나라의 존망과 연결될 수 있는 북핵문제보다 사는 문제(경제)에 더 신경을 쓰는 것이 보통사람들의 삶이다. 이를 두고 너무 이기적이라고 욕할 수도 없을 정도로 하루하루를 절박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이 시대 우리네 삶에 가장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곳은 누가 뭐래도 기업이다. 더욱이 삼성, 현대를 비롯한 몇몇 대기업은 건물의 대들보 같은 존재다. 대한민국 국민 5천만 중에서 대략 1천700만 명가량이 크고 작은 기업에서 일하며 가족들을 건사하고 있다. 특히 장치산업과 노동집약산업 복합체인 자동차산업은 일자리 창출에 지대한 영향 미치고 있다.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사태 직후 오바마 대통령이 GM과 클라이슬러에 170억 달러 이상의 천문학적인 구제금융을 지원한 것은 자동차 산업이 지니는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이처럼 중요한 자동차 산업이 지금 한국에선 큰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 중에서도 맏형 격(그만큼 영향력이 크다는 뜻)인 현대차는 안팎으로 감당하기 힘든 시련과 도전을 받고 있다. 안으로는 지난 4월에 시작된 임단협이 마무리를 못 짓고 새 집행부가 선출된 후 다시 교섭을 이어가야 할 판이다. 이렇게 된 데는 몇몇 이유가 있겠지만, 노조와 조합원의 ‘회사사정은 나 몰라’라는 자기이익 몰입도 한 원인이다. 시중에 나도는 현대차 노조와 조합원에 대한 혐현(嫌現·현대차에 대한 혐오) 정도가 위험수위를 넘을 만큼 험악해 지고 있다.

현대차 외부문제 역시 심각. 중국 4개 공장이 재가동을 했지만, 사드문제로 인한 파장이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쉽게 점칠 수 없을 정도로 오리무중이다. 지난 상반기 현대차 중국 판매량은 30만대. 이는 1년 전 52만대에 비해 무려 42.3%가 추락한 것이다. 판매량이 반 토막 났다는 것은 제조·판매업에서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다. 그렇다고 언제 회복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할 수 없다. 여기에다 미국을 비롯한 다른 해외시장도 오십보백보다.

내수시장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점유율 40%를 간당간당하게 회복했지만, 언제 또다시 심리적 마지노선이 무너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외국차의 국내 시장 진출 초기에 “수입차는 한국 차 산업에 메기 역할을 함으로써 국내 차산업을 건강하게 할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도 했지만, 이미 수입차는 포식자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 싼 가격으로 중무장한 중국차의 역습은 가히 공포스러울 정도다. 몇 달 전 중국 소형SUV ‘캔보’의 완판 사례는 결코 작은 해프닝만으로 볼 수 없는 불길한 전조(前兆)다.

이처럼 안팎으로 심각한 도전과 시련을 겪고 있는 현대차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현대차가 국내외 고객에게 ‘희망이 있는 기업’으로 재인식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노사단합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개체 하나로는 아주 미약한 존재인 개미나 벌이 멸종하기 않은 것은 집단의 힘이다.

현대차에게 지금 가장 절실한 시대정신은 “뭉치면 살고 헤어지면 죽는다”는 너무나 익숙하고 평범한 말의 실천이다. 천당과 지옥의 식사메뉴는 똑 같다고 한다. 수저의 길이가 1미터를 넘는 것도 마찬가지만 양쪽의 건강상태는 전혀 다르다. 그 이유는? 지옥 사람들은 긴 수저로 자기 입에 음식을 넣으려다 서로 싸우는 반면, 천당은 서로 상대에게 먹여주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사도 서로를 위하는 마음으로 총체적 난국을 해결해 주길 기대한다.

<이주복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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