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취소란’ 피해자는 국민입니다
‘주취소란’ 피해자는 국민입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8.29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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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한 사람이 관공서에서 소란을 피워 물의를 일으켰다는 기사를 심심찮게 접하게 된다. 며칠 전엔 택시비를 지불하지 않은 혐의로 붙잡힌 40대 남성이 경찰서 안에서 알몸으로 항의를 하다 붙잡혔고, 대구에서는 술에 취해 지구대에서 소란을 피우던 모 구청 6급 공무원 A씨가 경범죄처벌법상 ‘관공서 주취소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는 일도 있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 (2011∼2015) 사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거된 피의자의 70%가 술에 취한 상태였고, 전체 112신고의 10%가 ‘주취자’ 관련 신고로 그 중 상당 부분을 ‘관공서 주취소란’이 차지했다.

이밖에 택시요금 시비, 주취폭행, 술값 시비, 관공서 기물 파손 등 유형은 다양해도 공통적인 것은 ‘술’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이다.

술에 취해 파출소 경찰관들에게 침을 뱉고 난동을 부리고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고성으로 인격적 모욕을 주는 행위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공권력을 경시하는 이러한 행위는 최일선 부서에서 사명감을 지니고 근무하는 지구대·파출소 경찰관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각종 신고처리를 지연시킬 뿐 아니라 범죄 예방에도 영향을 미친다. 다시 말해 경찰력의 낭비를 가져오는 것이다. ‘관공서 주취소란’ 행위는 술김에 한 실수라고 보기는 어렵다. 관용의 대상이 아니라 처벌의 대상이 되는 명백한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이 같은 이유로 2013년 3월 22일 경범죄처벌법 제3조 3항 일부가 개정되었다. 술에 취해 관공서에 들어가 거친 말과 행동으로 주정을 부리거나 시끄럽게 하면 6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로 처벌할 수 있는 ‘관공서 주취소란’ 처벌 조항이 신설된 것이다.

또 이 조항을 근거로 해당 경찰관이나 공무원은 정신적, 물질적 피해에 대한 소액심판청구 또는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처벌규정마저 무시하는 주취자(술꾼)들의 행패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주취자를 상대하려면 최소한 경찰관 2명이 필요하다.

그 일로 많은 시간을 허비하다 보면 ‘신속출동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국민의 몫으로 돌아간다.

우리나라는 ‘음주’에 대해 관대하고 주취소란을 너그러운 시선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경찰관이 주취자의 소란행위 수습에만 매달려 있으면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도움을 받지 못할 수도, 치안 공백이 생길 수도 있다.

관공서에서 술에 취해 소란을 피우고 행패 부리는 것을 가벼운 일로 생각하고 경찰관들이 그런 일처리에 매달리는 것을 당연한 일로 보는 것은 서글프고 안타까운 일이다. 법과 절차에 따라 정당하게 공권력을 행사하는 경찰관과 마찬가지로 사회구성원들 또한 자신이 술에 취해 하는 행동이 법에 위배되는 동시에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졌으면 한다.

박진흥 동부경찰서 전하지구대 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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