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사람, 도둑 하나 막지 못한다
열 사람, 도둑 하나 막지 못한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1.1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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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을 사전에 예방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속담이다. 그런데 도둑을 맞고 난 뒤에 후회하면서라도 무슨 대처를 하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고 한다. 시골에서 소먹이 꼴(풀)을 베어 본 일이 없는 요즈음 신세대한테는 ‘외양간’이라는 낱말 자체가 실감 나지 않는 속담이다.

소를 가두어 두고 보살피는 작은 헛간 같은 곳이 외양간이다. 시골 집 안에서 화장실보다 더 허름하게 만들어 놓은 곳이다. 소를 신으로 여기는 인도 사람들한테는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우리는 소를 소(짐승)로 여기니까 그럴만하다. 하여간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은 곳이 작년에는 경주에서 올해에는 울산에서 발생했다.

9일 밤 9시경에 울산광역시 북구 중산동 화훼 단지가 있는 논두렁의 주거용 가건물(시멘트 벽돌집)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10일 오전 11시까지도 타고 있다. 경기도 이천의 냉동 창고 화재로 걱정하고 있던 이곳 주민들은 7,8미터 높이의 검붉은 불기둥에 놀라면서도 가슴을 쓸어내렸다. 계속되는 폭발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밝혀졌지만 지하에 묻어놓은 송유관에서 기름을 몰래 빼다가 어떻게 된 일인지 폭발했다고 한다. 화훼단지 주민 대다수가 비닐하우스에 꽃을 재배하거나 난을 기르거나 토마토를 가꾸어 어렵게 그리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작년에는 아예 주유소를 차려 놓고 지하에 묻힌 송유관에서 기름을 빼내어(전문 기술자가 아니면 송유관의 압력 때문에 이런 시설에 손도 못 댄다.) 버젓이 팔았다고 한다. 정유사로서는 소를 잃은 셈이다. 외양간을 어떻게 고쳤는지 또 다시 소를 잃었다. 약 70만 리터의 석유가 불에 타거나 비상조치로 빼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사고가 난 집은 주거용으로 지었지만 지붕과 방만 있는 것인데 대구 사람(64세, 화상을 입어 병원에 입원. 다른 사람은 사망했음)이 세를 놓으라고 하여 빌려주었던 집이다. 주인이 세 든 사람을 두 어 번밖에 본 일이 없다고 한다. 불타고 있는 건물의 안, 불구덩이 옆에는 삽이 있었고 송유관에 닿기 위해 땅을 파면서 나온 흙더미가 수북이 쌓여있었다. 그 흙들을 밖으로 운반하다가 주민들의 눈에 띄면 발각될 것 같아서 신중(?)했던 것 같다.

폭발한 원인은 짐작컨대 유증기(공기 중에 섞여있는 휘발성 기름)가 있는 것도 모르고 담배를 피웠던지 아니면 겨울철 건조한 공기에 잘 발생하는 정전기의 스파크로 발화가 되었던지 했을 것이다.

또 도둑을 맞을 것인가?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외양간을 고치면서 꼭 해두어야 할 일이 있다. 첫째가 정유사측 물류센터의 책임감이다. 울산과 경주 사이의 송유관 시설에 관한 관리책임부서이다. 2인 1조로 계속 감시하고 있다는데, 사정은 송유관이 지나는 비닐하우스에 점검하러 들어가지 못한다고 한다. 이것은 변명이다. 수년전 경기도 의정부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발생했었다.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모르지만 그 근방에서는 다시 발생하지 않았다.

둘째는 정유사와 더불어 국가의 책임이다. 울산은 산업전략기지이다. 미군이 매설했다고 하는 송유관이 겨우 1미터 깊이이다. 만일, 만약, 행여나 울산 공단 근처 송유관에서 이런 사고가 다른 공장으로 번졌다면 이명박 정부는 운하건설은 꿈도 꾸지 못하고 공단 재건에 매달려야 한다. 송유관 매설 깊이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송유관이 지나는 지역의 관리 책임을 땅 소유자와 석유회사가 공동으로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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