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노조의 탐욕과 현실인식 부재
현대차노조의 탐욕과 현실인식 부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8.24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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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 크게 결단하라.” 어제 발행된 현대차지부의 ‘쟁의대책위 속보’ 헤드라인 중 일부분이다. 부제로 ‘임금제시 여전히 부족하다.’고 했다. 결국 ‘내 요구를 다 받아들여라’는 지극히 이기적인 뜻이 담겨 있다. 역으로 사측이 노조에게 “통 큰 결정을 하라”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요구안을 크게 축소할 수 있을까.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상대방에게만 요구하는 것은 사람의 도리도 아니고, 협상의 기본에서도 한참 벗어난 것이다.

오늘까지 노조는 일곱 차례 파업을 실시했다. 조합원 개개인에게는 얼마간의 임금손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회사와 협력업체가 입는 피해는 매우 크다. 특히 모기업 근로자에 비해 턱없이 낮은 임금을 받는 중소업체 근로자들이 받을 충격은 어떨까. 그들의 분노와 탄식은 또 어떨까.

롯데와 함께 사드보복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현대차에 짙은 구름이 깔려 있다는 것은 판매실적, 수익성 등 여러 지표가 입증하고 있다. 한때 ‘현대속도’라는 신조어까지 만들며 중국인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각인시키며 승승장구하던 현대차의 급격한 추락을 보면서 변화무쌍한 세태를 절감한다.

24일부로 한중 수교 25주년이 됐다. 한 치 앞을 모르는 게 국제정세다. 사드 역시 현실문제로 대두된 지는 얼마 안 됐다. 그러나 그 파장은 너무 크다. 정치·군사문제 충돌로 자기 회사가 뜻하지 않은 고통을 겪고 있는 상황이 노조에게는 남의 일로 보이는지 묻고 싶다.

현대차 노조의 파업은 이제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더욱이 ‘귀족노조’라는 극존칭을 받을 정도로 임금·복지 차원에서 부러움과 질시의 대상이 된지 오래인 현대차노조가 ‘아직도 모자란다’며 임금성 파업을 하는 것은 부잣집 아들의 용돈투정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혹시 귀족품위 유지비 때문? 역사와 브랜드 파워에서 앞서는 도요타와 폭스바겐(VW)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는 현대차 노조의 탐욕보다 더 무서운 건 ‘현실인식’의 부재다. 선진 메이커는커녕 후배공장인 해외공장보다 낮은 생산성에도 불구하고 초등학교에서나 있을 법한 ‘기초질서 준수’가 아직까지 화두가 될 정도면 또 다른 부연설명은 필요 없어 보인다.

지금 눈썹이 타고(초미·焦眉) 있고,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 데도 그 심각성을 모르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자초하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모든 병 가운데 가장 고약한 병은 통증을 모르는 병이다.

자손에게 복을 주기 위해 큰 과일은 먹지 않는다는 석과불식(碩果不食). 또 농부는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종자 씨는 베고 잔다고 했다. 그런데 현대차노조는 회사가 마치 불로장생하는 불사(不死) 기업으로 무한한 재화를 만들어 내는 화수분으로 여기는 것 같지만 지금까지 그런 기업은 아직 없었고, 앞으로도 절대 없을 것이다.

노조의 역할은 조합원의 권익향상 못지않게 회사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고민하고 협조하는 의무도 있다. 때로는 희생도 불사해야 한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 그런 노조가 있다. 석과와 종자 씨마저 먹어버리면 후손까지 갈 것 없이 당대에서 상황은 끝난다.

“통 큰 결단”이라는 말은 아무나 함부로 하는 게 아니다. 내가 먼저 ‘통 큰 결단’을 한 후에라야 상대에게 할 수 있는 ‘자기희생과 솔선수범’이 요구되는 매우 무거운 말이다. 내일 당장 간판을 내릴 노조가 아니라면 5만 조합원들에게 정확한 현실인식을 갖게 하고(정보제공), 탐욕에 기름을 붓는 무책임한 선동도 자제해야 할 것이다. 예부터 탐진치(貪瞋癡)를 가장 경계하라고 했다. 지나치게 욕심을 내면 뜻대로 되지 않아 화를 내고, 그로 말미암아 어리석은 짓거리를 하게 된다.

현대차 노조는 작금의 상황을 잘 파악하고 지금 얼마나 위기인가를 인식하고 더 이상의 파업보다는 진정성 있는 협상을 통해 임단협을 잘 마무리해 주길 기대한다.

이주복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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