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이 묘책이다 (下)
원칙이 묘책이다 (下)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8.23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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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뉴스를 통해 전국의 모든 학교에 근무하는 전문강사 직군의 숫자가 무려 1만3천618명이나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중에는 운동부 지도자가 5천892명으로 가장 많고, 스포츠 강사와 영어회화 전문강사가 각각 3천991명과 3천255명이며, 다문화언어 강사가 540명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초등학교에는 스포츠 강사와 영어회화 전문강사가 정규직 교사들과 힘을 모아 학생들의 체육수업과 영어수업을 함께 꾸려가고 있다. 축구나 테니스, 수영, 배구 등과 같이 교기 종목이 있는 학교에서는 해당 운동부의 지도자도 함께 배치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관련해 교육부에서는 얼마 전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를 구성한 바 있다. 이 심의위원회에서는 교육부와 교육부 소속기관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여부와 전환 방식 등을 심의하게 된다. 특히 초등학교 교사를 꿈꾸는 전국의 교대와 교원대 등의 재학생들의 문제제기로 이슈화된 바 있는 임용고시와 관련하여 기간제 교사들의 정규직화 여부에 대해서도 논의가 예정되어 있다고 하여 더욱 큰 이슈를 제공하고 있다.

이미 전국 대부분의 초등학교에서는 스포츠 강사와 영어회화 전담강사들이 배치되어 오래 전부터 학생들의 영어와 체육수업을 전담 또는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에서 접했던 많은 비정규직 강사들이 자신들의 노력과 열정에 비해 학교 내·외부로부터 보이지 않는 편견뿐만 아니라, 눈에 확연한 차별까지 받는 경우가 많이 있다. 실제로 몇 해 전에는 추석이나 설이 다가오면 다음 해의 재계약을 위해 학교 관리자들에게 ‘명절 떡값’을 드려야 하는지 궁금해 하는 기간제교사의 하소연을 듣고 직접 학교장을 만나 문제를 해결해 준 적도 있었다. 그만큼 비정규직 강사들은 학교 현장에서 정규직 교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처우와 근무환경에 놓여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극히 일부분의 기간제교사들이 소위 ‘빽’으로 학교에 들어와 아주 쉬운 일만 맡는 극히 드문 경우도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간제 교사들과 스포츠 강사와 영어회화 전담강사는 학교 안에서 상대적으로 약자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 측면에서 학교 비정규직 전문강사 직군들에 대한 타당한 처우와 올바른 직무환경 개선은 배우는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바람직한 일이다. 수당을 줄이기 위해 근무기간을 줄여서 계약을 한다거나, 정규직 교사들이 맡아야 할 업무를 일방적으로 그들에게 내맡기는 것은 없어져야 할 적폐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 모두를 임용고시를 거쳐 정식으로 발령받아 근무하고 있는 정교사들로 대우를 해 주는 것은 좀 더 숙고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전국의 많은 교육대학교와 이화여대 초등교육학과 및 교원대학교에 다니는 수많은 학생들이 지금 이 시각에도 임용고시를 통과하기 위해 열심히 학업에 매진하고 있다. 그들 중에는 임용고시 3수와 4수까지도 준비하는 임용고시 재수생들 또한 상당한 편이다. 초등교사 양성을 위해 특수목적으로 설립된 교육대학교를 졸업해서 임용고시에 합격하고도 ‘임용 정체’ 현상에 밀려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1년 이상 발령만을 기다리고 있는 이들도 있다.

이러한 사정들을 감안한다면, 학교 현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비정규직 전문강사들을 정교사로 임용하는 것은 20대의 꽃 같은 시간을 임용고시 하나에 목매달고 있는 수많은 청춘들에게 또 다른 차별이 되어 버릴 것이 분명하다. 교원 임용제도조차 주먹구구로 일관하여 문제만 증폭시킨 교육부가 이번에도 또 다른 우(遇)를 범한다면 백년대계는 일년소계(一年小計)에 머무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용진 명덕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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