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여성의 등잔 밑을 밝히기 위한 노력
지적장애여성의 등잔 밑을 밝히기 위한 노력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8.17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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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가(在家)지적장애여성’이란 지적장애를 가지고 혼자 사는 여성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성범죄에서 안전하려면 자신에 대한 방어능력, 행위에 대한 본인의 주체성, 주변환경의 자연적 감시, 사회적 보호체계 등이 잘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들(지적장애여성) 대부분은 ‘성범죄 안전’요소들이 결여되어 범죄환경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매년 사회복지사, 장애인상담사 등과 고위험에 처해 있는 지적장애여성의 집을 직접 방문해서 성폭력 예방교육과 피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는 장애인 대상 성폭력 범죄 가해자를 형법보다 약 2배가량 강력하게 처벌하는 규정이 있다.

이 같은 처벌 규정과 경찰의 노력만으로 장애인 대상 성범죄가 완벽하게 예방되고 피해자들이 2차 피해로부터 안전해질 수 있을까?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장애인 대상 성범죄는 최근 3년간 감소 추세(2014년 927건, 2015년 857건, 2016년 807건)를 보였다. 경찰과 지자체의 노력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줄었다고 해도 발생건수는 여전히 높은 수치여서 아직도 풀어야할 과제가 많다.

첫째, 장애인은 자립이 비교적 어려워 성폭력 피해자 보호 쉼터에 장기간 머물러야 하므로 시설 확충이 필요하다.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성폭력 피해자 쉼터는 장애인보호시설과 일반보호시설로 구분된다. 물론 일반시설에 장애인이 입소할 수도 있으나 장애인에게 필요한 편의시설이나 전문인력이 부족하고 장애인 전용 성폭력 쉼터는 전국에 10곳밖에 없다.

둘째, 장애인과 보호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예방교육은 1차원적인 경우가 많다. 범죄 유형에 대한 객관적 사실 전달과 그에 맞는 예방교육이 필요하다. 장애인 대상 성범죄 유형 중 비중이 높은 2가지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

① 면식범에 의한 범죄= 지난해 울산에서 발생한 장애인 대상 성범죄 중 피의자가 지인인 경우는 61%로 전체 성범죄 기준치보다 약 2배(울산 전체 성범죄 중 면식범 27.5%)나 높았다. ② 유인 형태=울주군 지역 장애인 대상 성범죄 중 무작위 채팅으로 유대를 맺은 후 유인해서 범죄를 저지른 경우는 25%로 범죄 유형의 2위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범죄 유형을 미리 알고 예방에 나서면 이론상 장애인 대상 성범죄의 80%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책과 계획만으로는 완벽하지 않다. 현 정권은 100대 국정과제 중 ‘민생치안 역량 강화 및 사회적 약자 보호’라는 타이틀을 내걸었고 경찰도 ‘젠더폭력 근절 100일’ 추진 기간을 정하고 사회적 소외 계층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다 해도 장애인들의 삶 속에 녹아들어 그들과 함께 걷는 시민들의 역할은 꼭 필요하다. 또한 이들은 우리가 짊어진 짐이 아니라 같이 걸어가야 할, 우리와 동등한 사회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오늘 이후부터라도 등잔 밑을 유심히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그리하여 모두가 성범죄로부터 안전하고 자유로운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안종하 울주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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